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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Z세대 선택사항 된 운전면허… 학원 "원생 금감… 폐업도 고민" –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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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가 없기도 하고, 있더라도 보험료 같은 차 유지비용을 당장 감당하기엔 부담스럽죠. 학원도 한 번 다니려면 100만 원 가까이 내야 하는데 너무 비싸다는 것도 무시 못 해요."

18일 경기지역 A대학교 4학년 졸업반인 박모(23·여) 씨가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박 씨는 또한 주변에 면허가 있더라도 차가 없어 장롱면허 신세인 이들이 많아 급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며 면허 취득을 미루고 있었다.
대학생 "차량 유지비 감당 못해"
교통인프라 좋아 면허취득 미뤄

대학교 3학년인 윤모 씨(24)도 "당장 딸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게 크다"면서 "한국은 대중교통이 워낙 잘 발달 돼 있어 차가 없어도 딱히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다"고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윤 씨는 "제 나이 또래면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한 사람이 드물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아직은 대중교통이 더 익숙할 나이"라고 전했다.

면허학원의 주 고객층인 20대가 면허 취득을 미루는 현상이 해가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을 때 면허증 취득은 필수라고 인식이 강했지만, MZ세대로 부르는 젊은 층에게 있어 운전면허증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겨진다.
20대 청년들이 운전면허 취득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건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다. 값비싼 학원비 부담에 이어 차량 유지비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면허를 취득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 잘 구축 돼 있는 교통 인프라로 인해 면허 취득을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경찰청 연도별 운전면허취득 분석
2018년 108만7천명 신규 획득
2023년 88만5천171명으로 뚝

경찰청의 연도별 운전면허 취득 현황에 따르면 면허 신규 취득자 수가 2018년 108만7천 명에서 2019년 108만 1천405명, 2020년 106만9천334명으로 소폭 하락했다. 2021년에는 107만 1천701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96만8천143명, 2023년 88만 5천171명으로 100만 명 이하로 하락했다. 운전면허 취득자 수는 2022년 100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80만 명대를 보이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운전면허 취득자 감소는 경기지역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도내 자동차운전학원 운영 타격
원장 "원생유치 경쟁 홍보비 출혈"

도내 자동자운전전문학원 관계자들은 "매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며 "경기권이라면 대부분 근 3, 4년 새 20~30% 감소세를, 지방과 같은 인구감소가 심한 외곽지역에는 심한 경우 30~40%의 원생이 줄어들며 폐업하는 학원도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운전면허 취득자가 감소하는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 고속도로 관리국 FHA(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에 의하면 1970년대 후반 미국 18세 청소년의 86%가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2010년 들어 61%의 18세 청소년만이 면허를 소지했다.

FHA가 공개한 19세 이하 면허가 있는 미국인에 대한 통계를 보면 특히 1986년에는 10만34명이었던 면허 취득자들이 2011년에 들어 9천258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8천명대(8천557명)까지 하락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영국 교통 연구기관인 RAC재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1996년에서 2006년 사이 20대 영국인 남성의 주행거리가 30%가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자차를 마련하는 일이 미국이나 유럽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고, IT 기술 발달 등에 따른 운전 시간 감소와 같은 여러 원인들로 인해 운전면허 취득률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수원에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운영 중인 최모 원장(60대)은 수강생 감소의 가장 큰 이유를 ‘출생률’로 봤다.

최 원장은 "2021년도를 기점으로 25% 이상씩 원생이 확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면허는 사실 언젠가는 필요할거라는 생각에 미리 따두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매년 취득 인구가 줄어드는 걸로 봐, 낮은 출생률로 인한 인구감소가 근본 원인인거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학생이 자꾸 줄어드니 원생 유치를 위해 홍보비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며 "타 업체와도 광고 경쟁이 붙어 수강생이 들어와도 홍보비로 다시 다 빠져나간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윤수민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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