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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언제 사라질까 –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올해도 기업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이 어김없이 불거졌다. 
 
기업 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가운데 지난 3월 8일까지 주주총회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181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163곳(90.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59곳(87.8%)과 비교하면 2.3%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기업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총수가 있는 기업 164곳 가운데 150곳(91.5%)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했다. 총수가 없는 기업 17곳은 13곳(76.5%)이 100%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6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회사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경영진과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돼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이사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이는 회사 경영진이 무리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경영활동상 문제가 있는 사안이 발견되면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사외이사의 책임이자 역할이다. 
 
물론 사외이사라고 해서 다뤄지는 모든 안건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외이사 도입 취지와 기능을 고려했을 때 회의에서 거수가결을 할 때 본인의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들어 ‘100% 찬성’을 이끌어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현행 사외이사제도 구조상 사외이사가 기업에 반기를 드는 것이 쉽지 않은 점도 엄연한 현실이다.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는 2년 이내로 하고 연임하면 임기는 1년 이내다. 한 회사에서 사외이사 임기는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한다. 사외이사 발탁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사회 내에서 결정하다 보니 연임을 위해 경영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외이사가 이사회 활동을 하는 대가로 기업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다 보니 자연히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300대 기업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의 2023년 한해 평균 급여는 57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 연봉이 1억원이 넘은 기업도 12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적게는 분기에 1번, 보통 한달에 1~2번 정도 이사회 활동을 하며 받는 연봉치곤 상당한 고액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들도 괜히 경영진 눈 밖에 나 자리에서 물러나기 싫어 자신 의사과 무관하게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크다.
 
한 예로 지난해 미국에서 오픈AI 이사회가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샘 올트먼 CEO를 ‘이사회와 소통 과정에서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전격 해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픈AI 이사회의 샘 올트먼 해고가 5일 천하로 끝났지만 이는 한국 사외이사 제도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기자가 어느 칼럼에서 본 글귀가 문득 떠오른다. 
 
“충신을 가까이하면 나라가 번영하지만 간신을 가까이 하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 이사회의 올바른 역할과 향후 방향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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