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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모님이 싸운 기억 때문에 결혼이 망설여져요” – 스님의하루 – 정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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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2차 답사 2일째 날입니다. 하루 종일 발도 게옥, 판칼 게옥, 고싱 게옥, 낭라 게옥, 네 개의 게옥을 이동하며 차례대로 답사했습니다.

발도 게옥의 랑덜비 치옥에서는 JTS 활동가들이 10일째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샘플 하우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샘플 하우스를 만들고 있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의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지붕과 외부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스님은 집의 외부를 한 바퀴 둘러보며 지붕을 어떻게 수리할지, 바닥을 어떻게 평탄화할지 살펴보고 집주인과 JTS 활동가들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집 밖에도 허물어진 축대를 쌓고,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서 수평을 맞춰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붕 처마에 홈통을 달아서 빗물이 저쪽으로 떨어지도록 해야 해요.”
집주인인 낄레 님도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스님은 영어로 낄레 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It’s your home! Your work.” (웃음)
“Yes!”
낄레 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서 화덕과 연통, 부엌 선반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확인했습니다. 화덕에서 나온 연기가 집 밖으로 빠지도록 연통이 깔끔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선반도 아주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잘 만들었네요.”
할머니가 화덕에서 삶은 돼지감자를 스님에게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네 주민들이 집구경을 하러 하나둘씩 모였습니다. 어제 스님과 함께 답사했던 젬강 주지사 님도 아침 일찍 샘플 하우스로 달려왔습니다.

스님과 젬강 주지사님의 주위에 마을 주민들이 둥글게 앉자 스님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무엇이 불편한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조금씩 조금씩 개선을 해나가 봅시다. 첫 번째로 이 집을 수리해 봤습니다.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붕을 새로 해야 하고요. 주변에 정리를 더 해야 합니다. 공사가 다 끝나고 여러분을 만나려고 했는데요. 마침 젬강 종각의 주지사님이 오셔서 오늘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앉아서 요리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서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조리대를 만들었습니다. 전기밥솥을 놓을 수 있게 넓게 제작했어요. 물건을 차곡차곡 넣을 수 있는 선반도 만들었습니다. 마룻바닥도 평평하게 새로 만들었습니다. 화덕이 있는 곳은 시멘트로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방 안에서 불을 피울 때 연기가 많이 나서 집 밖으로 연기가 빠지도록 굴뚝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 번 보시고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하고 많은 의견을 주시면 계속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아직 덜 만들어졌으니까 완성이 되면 다시 와서 보시고 ‘우리 집이라면 나는 이렇게 바꾸겠다.’ 하는 의견을 주십시오. 이렇게 바꾸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집도 이런 방식으로 전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젬강 주지사님도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을음 때문에 벽이 검게 변해서 집이 어두운데 페인트를 칠하면 어떻겠습니까?”
스님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을음은 샌드 페이퍼로 닦아내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벽은 횟가루를 바르는 방법도 있어요. 아무튼 벽을 밝은 색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겠습니다. 화덕에 연결한 연통도 이번에는 파이프를 사용했는데, 돌과 흙으로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아무튼 돈이 적게 들면서, 편리하면서, 모양도 좋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자재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아닌 부탄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래야 고장이 나도 우리 손으로 다시 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집수리하느라 수고한 분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촉바(마을 리더), 목수 두 분에게 선물을 전달한 후 처음부터 끝까지 공사를 함께 한 가족들에게도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스님은 공사를 도와준 마을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레도 퍼오고, 시멘트도 섞고,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젬강 주지사님이 마을 주민들에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스님이 외국에서 오셔서 여러분에게 못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술을 적게 먹고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번에 이 집을 아름답게 수리를 한 것처럼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이 지역도 팀푸처럼 멋진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랑덜비를 아름다운 곳으로 함께 만듭시다.”

마을 주민들도 주지사님의 이야기에 손뼉을 치며 공감했습니다.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8시 40분에 랑덜비 치옥을 출발하여 마멍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과 JTS 답사단은 이제 발도 게옥을 지나 판칼 게옥으로 넘어왔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차가 멈춰서 모두 차에서 내려 힘껏 차를 밀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40분을 달려 마멍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을 위해 길에 풀을 깔아놓고 천막을 쳐놓았습니다. 먼저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부처님을 향해 삼배한 후 법당을 나오자 마을 주민들이 스님을 천막으로 안내했습니다.

스님은 천막에서 잠시 차를 마신 후 의자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 주민들을 그늘에 앉도록 하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 마멍 치옥을 방문했을 때 집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여러분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제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살펴보러 왔습니다.”
그러자 집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데, 집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은 모두 학교에 다닙니다. 3 에이커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서는 집을 못 짓습니까?”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정도이지 집을 지을 수 있는 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마을 전체에서 두 사람이 집이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자세히 들은 후 스님이 마을 주민들에게 질문했습니다.

“두 사람이 집이 없다고 하는데, 두 사람의 집을 새로 지어주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 모두 동의합니까?”
마을 사람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동의합니다. 우리 땅에 집을 지으려고 하면 반대하겠지만, 둘 다 본인의 땅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니까 찬성합니다.”
스님이 다시 질문했습니다.

“집을 지을 때 여러분들이 좀 도와줄 수 있어요? 건축 자재와 기술자는 지원해 줄 테니까 집을 짓는 것은 여러분이 함께 어울러서 해야 합니다.”
“네, 도와줄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을은 집을 지을 때 모두가 함께 도와주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대신에 집주인이 밥을 주어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야생동물의 농작물 습격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어떻게 치면 좋을지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이 말했습니다.
“전기 펜스를 설치해 봤는데 효과가 없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 펜스를 설치했는데 70%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철조망을 쳐야 효과적인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고 설명했습니다.

“위에 철조망을 동글동글하게 감싸줍니다. 아래쪽에도 땅을 파고 철조망을 동글동글하게 감싸주고, 절반 정도는 땅에 묻습니다. 위아래로 원형 철조망을 감싸는 겁니다. 그리고 철조망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그재그로 연결해야 합니다.”
주민들 모두 스님이 제안한 방식으로 울타리를 쳐서 실험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JTS에서 자재를 제공하면 주민들 모두 각자 자신의 밭에 철조망을 쳐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주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여러분의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아요. 제가 여러분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과 같이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는 겁니다. 시골에도 좋은 점이 많습니다.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하고, 하늘이 맑고, 나무도 많습니다. 도시에 가면 이런 좋은 점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생활상의 불편함은 같이 해결해 나갑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집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방문해 보았습니다.

방금 집이 없다고 이야기한 두 명이 사는 곳을 찾아가서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집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자세하게 점검했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집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본인이 소유한 땅에 이미 집을 짓고 있었으나 돈이 부족하여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목수 일을 하고 있으나 기술이 부족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지난 2월에 스님이 이 집을 방문했을 때 목수가 가진 공구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자재만 제공해 주면 본인이 집을 지을 수 있어요?”
“네!”
두 번째로 방문한 집은 할머니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현재 머물고 있는 집이 본인의 땅이 아니라며 마을 아래에 본인의 땅이 있는데 거기에 집을 새로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을 농장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마을의 리더에게 농장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울타리를 치면 그 길이가 얼마나 될 것인지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멍 치옥 답사를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리마퐁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스님과 JTS 답사단은 이제 판칼 게옥을 지나 고싱 게옥으로 넘어왔습니다. 가는 길에 게옥의 리더가 추천한 가난한 집을 한 곳 둘러보았습니다.

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 오후 1시에 리마퐁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나와서 스님과 젬강 주지사님 일행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강당으로 들어가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이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공부 잘하고 있어요?”
“Yes!”
“축구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봐요.”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기숙사에는 몇 명이 사는지, 하나씩 확인한 후 스포츠용품을 학생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젬강 주지사님을 비롯하여 부탄 정부 관계자들이 앞으로 나와 학생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면 계속해서 지원할게요.”
학생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학교에서 마련해 준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기숙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지난 2월에 방문했을 때는 기숙사에 매트리스가 없다고 해서 새로 지원해주려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교육청에서 이미 침대를 지원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했습니다.

“교육청에서 갖고 있는 매트리스 사이즈가 적당하면 그걸 활용하고,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JTS가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확인한 후 학교를 나왔습니다.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집이 없는 가구를 방문하러 길을 나섰습니다.

학교를 나와 순서대로 다섯 집을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집은 대나무로 만든 가옥이었습니다. 부부와 자녀 다섯 명이 살고 있는데, 옥수수를 길러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집이 허름해서 집을 새로 지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스님이 집을 둘러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집이네요. 새집을 지으면 이 집은 저를 줄래요?” (웃음)

두 번째로 방문한 집은 소를 키우고 있었는데, 여섯 명의 대가족이 한집에서 같이 사는 형태였습니다. 역시 집이 많이 낡아서 새로 집을 지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세 번째로 방문한 집은 지난 2월에 방문했을 때 기둥만 세운 상태에서 집을 새로 짓고 있었습니다.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JTS가 지붕재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 내부를 확인한 후 다음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네 번째로 방문한 집은 퇴역한 군인이 혼자서 살고 있었습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본인 소유의 땅도 없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군대에서 은퇴한 후 어렵게 입에 풀칠하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게옥의 리더가 이분을 위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알아봐 주기로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마을을 빠져나와 수원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원지로는 식수가 충분하지 않아서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수원지를 찾아내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수원지에서 어디까지 수로를 연결해야 해요?”
“물을 학교에서 마을로 끌어가기 때문에 수원지에서 학교까지만 수로를 연결하면 됩니다.”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3.5km 정도 됩니다.”
“자재를 지원하면 마을 주민들이 공사를 할 수 있어요?”
“네, 마을 주민들이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젬강 종각의 기술자가 와서 견적을 내고 제안서를 올리면 JTS에서 자재를 지원하기로 하고 수원지 답사를 마쳤습니다.

리마퐁 치옥 답사를 마치고 오후 4시에 레바티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스님과 JTS 답사단은 고싱 게옥을 지나 이제 낭라(Ngangla) 게옥으로 넘어왔습니다. 차로 1시간을 달려 오후 5시에 레바티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마을 주민들이 줄을 서서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절 안으로 들어가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절이라고 하기에는 불상도 없고 불단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스님의 자리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담근 술과 우유, 계란이 놓여있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를 건네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에 방문했을 때 이 마을에 식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오늘 다시 방문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끼리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의논을 해보았어요?”
“새로운 수원지를 찾았고 거기와 마을을 파이프로 연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거리가 얼마나 돼요?”
“7km입니다.”

“파이프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7km나 되는 구간에 파이프를 묻을 수 있어요? 땅에 다 묻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요?”
“마을에 37 가구가 삽니다. 전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사용해서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어때요?”
“전기세가 많이 나가고, 전기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파이프 연결이 더 좋습니다.”
“파이프를 설치해 놓으면 누가 중간에서 훔쳐 가지 않을까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요. 모두가 힘을 합해서 공사를 해주세요.”
그런데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없었습니다.

“지원해 주기로 했으니까 다들 환호를 지르며 좋아해야지 왜 표정이 안 좋아요?”
마을 주민들이 대답했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탄에서는 높은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이 예의에 어긋납니다.”

이유를 설명하고 나서야 주민들 중에 몇몇이 웃음을 보였습니다.

주민들은 식수 문제 외에도 농업용수 부족, 야생동물의 습격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식수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로 하고, 나머지 문제들은 종각에서 더 조사한 다음에 차차 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레바티 마을 주민들과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스님과 JTS 답사단은 판방 게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차로 30분을 달려 부탄 정부에서 운영하는 로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이곳에서 부탄의 국회의장을 만나기로 해서 오늘은 이곳에 짐을 풀고 숙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곧바로 저녁 6시 30분부터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젬강에서 주지사님을 비롯하여 기획담당관, 교육담당관이 참석하고, 내각 비서실에서 린첸 님이 참석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답사한 결과 시범 사업으로 확정할 수 있는 사업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계획에 대해 제안했습니다. 특히 JTS가 추구하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4월 26일에 부탄 왕실과 JTS가 MOU를 체결하면 5월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시범 사업이 끝나면 그걸 토대로 내년부터는 젬강 지역의 모든 마을마다 확대하기 위해 기초 조사를 종각 공무원들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마을마다 집을 새로 지어주어야 할 곳, 집 안을 리모델링 해주어야 할 곳, 농장에 울타리를 쳐주어야 할 곳, 식수와 농업용수를 해결해 주어야 할 곳, 학교 시설을 보완해주어야 할 곳, 보건소를 개선해야 할 곳, 눈과 귀, 치아가 아픈 사람들에 대해 모두 조사를 해주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축산, 과수, 산림자원을 어떻게 수입원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계속 전문가를 데려와서 함께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농업도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쌀과 옥수수도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아지도록 품종 개량을 해야 합니다. 아직 연구가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향후 3년에서 5년 정도의 계획을 잡고 젬강 전체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함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JTS에서는 정부에서 계획한 사업 외에 추가로 열악한 곳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를 포장한다고 합시다. 대부분 정부가 도로를 포장하지만, 일부 구간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정부의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구간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사업을 JTS가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JTS가 지원하니까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는 형태가 되면 안 됩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정부의 계획안에 포함되지 않는 일을 JTS가 추가로 하겠다는 겁니다.
젬강과 트롱사는 부탄 안에서도 열악한 곳이어서 정부의 계획에 포함되지 못한 사업들이 많을 것 같기에 제가 이곳을 답사하고 있는 겁니다. JTS의 지원금이 정부 예산에 모두 포함되어 버린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일일이 답사를 다니는 이유는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젬강 주지사님이 스님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맞습니다. 젬강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많습니다.”
부탄 정부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유의해야 사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의견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이 다시 JTS의 사업 방향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JTS는 절대 어떤 일을 할 계획이니까 먼저 모금을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습니다. 항상 이렇게 하면 돈을 적게 들이고도 아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먼저 입증해서 보여준 후에 이런 방식은 어떤지 사람들에게 제안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신뢰합니다.
JTS가 부탄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집을 고쳐주거나 학교 시설을 보수해 주는 것이 핵심이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스스로 삶을 개선해 나가도록 자립심을 키워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수단으로 이런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학교를 방문하면 화장실을 제일 먼저 가봅니다. 화장실을 고쳐주는 게 핵심이 아니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부탄 정부 관계자들도 모두 스님의 생각에 동의를 표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 8시가 되어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하고 나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나눈 후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답사하는 일정이라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5일 한국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이성과의 연애에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이성과의 연애에서 갈등 상황에 직면하면, 어린 시절 제 부모님이 싸우던 기억이 떠올라서 ‘나도 부모님처럼 불행하게 살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듭니다. 그래서 관계를 먼저 끝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이런 경험으로 인해 결혼이 망설여지고, 결혼을 아예 하지 않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우는 것을 보았고, 그 모습이 너무 싫으니까 질문자의 뇌리에 결혼 생활은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탁 박힌 거예요.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부모의 불화가 많은 집에서 자라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나는 결혼을 안 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면 ‘안 해야지!’ 하다가도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하게 되고, 또 결혼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려다가 갈등이 생기면 겁이 덜컥 나게 되죠. 그래서 자신도 엄마와 아빠처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자기가 먼저 도망을 가게 됩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심하면 결혼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결혼을 해도 헤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나는 결혼하면 헤어지지 말아야지’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실제로는 이혼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은 집에서 자란 사람은 ‘저렇게 싸우면서 사느니 헤어지는 게 낫지. 뭐 때문에 저렇게 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결혼하면 실제로는 잘 헤어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헤어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결혼해도 헤어질 수 있다’ 하는 생각이 무의식에 남아있기 때문에 결국 헤어지는 선택을 하기가 쉽습니다. 반면에 부모가 헤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저렇게 싸우느니 헤어지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해도 실제로는 헤어지는 결정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트라우마는 마음의 상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면 괜찮아져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질문자가 우려한 대로 도망을 가든지, 결혼해도 싸울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도 맨날 싸우면서도 같이 살았고, 질문자도 낳았고, 지금까지 잘살고 있잖아요. 그러니 질문자도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자주 싸웠으니 나도 그런 기질이 좀 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서로 싸우면서도 잘 살았듯이 나도 싸워가면서도 잘 살 거야’
오히려 이렇게 안심을 해야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옛날에는 이혼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부부 관계가 안 좋아도 헤어지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헤어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흠이 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안 좋으면 헤어져도 됩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일단 결혼을 해보고, 관계가 안 좋으면 그때 헤어지면 됩니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연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 거예요.
질문자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모습을 늘 봤기 때문에 서로 싸울 때 헤어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결혼이 자꾸 두려워지는 거예요.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둘이 헤어져도 둘 다 나의 엄마이고 아빠잖아요. 물론 ‘나는 결혼을 안 할래’ 이렇게 입장을 정해도 괜찮아요. 그러나 조금 갈등이 있고 싸우더라도 결혼하는 게 좋겠다면 결혼을 해도 됩니다.
‘우리 둘이 같이 살다가 혹시 원수가 될 것 같으면 그때 헤어지자. 원수가 되는 것보다는 헤어지는 게 나으니까. 그러니 한 번 살아보고 도저히 안 되면 그때 헤어지자.’
이렇게 얘기하고 상대가 동의하면 결혼하면 됩니다. 만약 질문자가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 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상대에게 열어놓고 먼저 얘기하면 됩니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워서 트라우마가 좀 있어. 그래서 나는 갈등이 일어나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연애만 하려고 하는데, 그런 줄 알고 연애만 할래? 아니면 네가 꼭 결혼을 해야 하겠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도 된다.’
이렇게 탁 열어놓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뭘 못 해요.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상대를 속이는 게 더 문제죠. 그러니 상대에게 숨기지 말고 탁 열어놓고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너에 대해서 좀 꺼려지는 이유는 너 때문이 아니고, 내 마음에 이런 상처가 있어서 그래. 그래서 우리가 싸울 때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던 생각이 나서 겁이 덜컥 나. 나도 노력할 테니 너도 내가 이런 기질이 있는 걸 알아서 가능하면 우리 싸우지 말자. 싸우면 내가 물러서는 마음이 자꾸 생겨.’
이렇게 터놓고 얘기하면 됩니다. 상대가 그래도 나를 좋다고 하면 계속 만나고, 그게 싫다고 하면 쿨하게 헤어지면 됩니다. ‘우리가 더 만나봐야 싸우기밖에 더 하겠냐. 지금은 헤어지고 앞으로 인연이 되면 다음에 또 만나자’ 이렇게 말하면 되거든요. 젊은 사람이 그런 일로 전전긍긍하고 살 필요가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로얄 게스트하우스에서 부탄 국회의장님과 미팅을 한 후 팅티비 학교를 방문하여 스포츠용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오후에는 트롱사 종각으로 이동하여 납지 치옥과 님숑 치옥의 초등학교를 차례대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4-15 14:22:28
임영현
“여러분이 사는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생활상의 불편함은 같이 해결해 나갑시다. ”라는 말씀에서 “서로 함께”라는 의미가 느껴져서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사연자의 글을 읽었을땐 가족들에겐 빙빙 돌려 말하기보단 저의 마음을 사실대로 말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4-14 12:13:49
봄나물
네 스님말씀 지당하신 진리의 깨우침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04-14 09: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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