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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빼야 할 것은 넣고, 넣어야 할 것은 빼고' 관객에게 지탄받은 SNS 영화마케팅 사례 – 씨네21

SNS 마케팅의 강점이자 약점은 소비자와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것이다. 이 거리감을 균형감 있게 조절했을 때에는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만 잘못 삐끗했을 때에는 그만 선을 넘어버린 불청객이 되고 만다. 특히 다양한 가치와 신념이 뒤섞인 SNS상에서 새로운 시도는 자칫하면 뜨거운 감자가 되어 설전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렇기에 SNS 마케팅을 자유롭거나 개성 넘치는 방식이 아닌 보수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지향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잘 조절하기 위해선 무엇을 살펴야 할까.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어 관객의 지탄이 이어졌던 세 가지 SNS 영화마케팅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19년 개봉한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단 2%에 해당하는 여학생 긴즈버그(펠리시티 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긴즈버그는 지금까지 승소 판례가 없었던 성차별 사건을 위임하면서 일상 곳곳에 누적된 다양한 여성혐오를 체감하게 된다. 성차별과 여성 직업인의 활약을 그린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가 한창 대두된 시기에 개봉하며 많은 여성 관객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작품의 SNS 마케팅은 현실 속 가치관의 변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원문 포스터에서 ‘Heroic’(영웅적인)이라고 적힌 부분을 국문 포스터로 ‘러블리한 날’로 바꿨고, ‘Marvelous’(엄청난)라는 문구는 ‘꾸안꾸한 날’(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화장)이라는 문장으로 바꾸었다. 세상에 영향을 준 여성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관객들은 구시대적인 외모 평가에 머물러 있는 마케팅 방식에 큰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영화 <바비> 또한 포스터를 통한 온라인마케팅의 뭇매를 피해가지 못했다. ‘Barbie is everything, Ken is just Ken’(바비야말로 모든 것이고, 켄은 그냥 켄이다)이라고 적인 원문 포스터의 문구를 모두 지워버리고 국문 버전에서 그냥 ‘바비’, ‘켄’이라고만 압축해버린 것이다. 켄이 바비의 키링 정도로 취급받는 것이 바비 랜드의 중요한 세계관이었던 만큼 원문과 의도가 달라진 포스터 디자인에 많은 지적이 잇따랐다. 이를 불편하게 여길 남성 관객들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게 대중의 주된 반응이었다. 특히나 <바비>가 여성주의적 관점에 기반한 영화했다는 점에서 (원문 포스터와 달리) 중립적인 태도는 다소 미온적이고 회피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바비>는 작품이 지닌 의미와 메시지에서 벗어난 SNS 마케팅이 문제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친근함을 내세우려다 거리감 조절에 실패하여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그린 <나폴레옹>은 위인으로서의 업적과 사적이고 내밀한 면면을 고백하는 작품이다. 다소 멀게느껴지는 이름을 더 친근하게 북돋고자 ‘꿀조합 개맛도리 예상해 형’, ‘으아 인기에 취한드아’ 등 온라인에서 볼 법한 문법을 차용했지만 작품과 배우, 감독의 무게까지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화법에 많은 관객들이 SNS 마케팅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친근함과 가벼움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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