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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와이에스티, 베트남 후에왕궁에 VR센터 열어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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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서 느긋하게 걷고, 듣고, 맛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돼 있는 장소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궁전을 찾는 나라별 관광객 1위는 한국이다. 1441개의 방을 가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 쇤부른궁전 방문객 순위에도 6위에 올랐다. 사실 한국 관광객들이 예술의 도시 빈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평균 하루 남짓이다. 그래서 이동하기 바쁘다. 체코와 헝가리를 도는 동유럽 일정에 끼워넣기도 하고 독일과 프랑스를 가는 길에 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키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쇤부른궁 정원을 둘러봤다고 빈을 ‘여행’했다곤 할 수 없다. 빈은 그렇게 스쳐 지나기엔 아까운 도시다. 나흘간 빈에만 머물며 느낀 이 도시의 매력은 ‘여유’와 ‘공존’에 있다.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고 과거와 현재는 연결돼 있다. 전통에 미래를 담았고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마저 느긋한 도시의 일부가 된다. 2010~2018년 9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머서 발표)라는 타이틀을 가진 빈에서의 일상이 궁금했다.매일 바뀌는 오페라하우스 무대빈은 걷기 좋은 도시다. 트램이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잘 돼 있지만 구도심은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해서다. 우뚝 솟은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빈 구도심을 둥글게 두른 링 거리(Ringstrasse) 안팎을 걷다 보면 바이올린과 아코디언뿐 아니라 하프와 클라리넷 거리 연주까지 즐길 수 있다. ‘빈에 왔으니 세계적인 공연장 오페라하우스나 뮤직베레인, 콘체르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공연은 한번 봐야지’ 했지만 미리 프로그램을 봐두지 않은 탓에 예약은 쉽지 않았다. 스탠딩석은 구할 수는 있었지만 현장에 2~3시간 전에 가서 기다려야 하고 2시간 가까운 공연을 서서 볼 자신은 없어 포기했다.아쉬운 마음에 오후 2시에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신청했다. 영어와 독일어,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와 일본어 등 6개 언어로 진행하는 백스테이지 투어는 하루 1000명 이상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중앙계단부터 따라 올라가면 올해 개관 150주년을 맞은 오페라하우스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건 당일 공연 세팅 작업이 한창인 무대 뒤편이었다. 오페라하우스는 한 공연을 2~3일씩 하는 경우가 없다. 9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한 시즌 동안 오페라와 발레 등 매일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래서 무대를 매일 다시 꾸미고 바꿔야 한다. 투어 중 그 작업이 한창이었다. 100명 정도의 작업자가 무대 장치와 조명 등을 손보고 배경 그림판을 바꾸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투어 가이드는 “공연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매일 다른 공연을 올리는 것”이라며 “기본적인 공연 계획의 틀은 4년치 정도를 미리 짜둔다”고 설명했다.백스테이지 투어 후 주변에 있는 모차르트의 화려한 결혼식과 초라한 장례식이 치러진 성 슈테판 성당과 유럽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한 곳인 미술사 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다시 오페라하우스로 돌아왔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공연을 야외에서 실황 중계로 보기 위해서다. 10분 전에 도착했더니 이미 마련해 놓은 의자는 빈자리가 없었다. 의자 대신 앞쪽 바닥에 앉은 사람들 틈에 끼었다. 이날 무대에 올려진 공연은 1800년대 파리에서 초연된 발레 ‘해적(Le Corsaire)’이었다. 야외라 조금 산만하고 카메라를 통한 간접 관람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대형 스크린 아래로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마저 공연의 일부 같은,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저녁식사는 길 건너편 가판대에서 산 핫도그로 대신했다. 커다란 빵에 소시지를 꽂아 넣은 간단한 구성이지만 고소한 빵의 풍미와 고기의 짭조름한 맛이 잘 어울렸다. 4~6월, 그리고 9월엔 50㎡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도 등장한 오페라하우스의 멋진 야경은 덤이다. 오페라하우스의 스크린 실황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면 간단한 먹거리와 깔고 앉을 종이, 얇은 덧옷도 챙겨가는 게 좋겠다.클래식 공연뿐 아니라 빈에선 매년 6월 말~7월 초에 국제 재즈음악 축제가 열린다. 1991년 시작된 세계 최대 재즈 페스티벌 중 하나다. 6월엔 팝, 재즈와 일렉트로닉 뮤직을 즐길 수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 ‘다뉴브 아일랜드 페스티벌’도 열린다.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문화검색창에 ‘비엔나’를 치면 ‘소시지’와 함께 위쪽에 뜨는 연관 검색어는 ‘커피’다. 빈의 카페에 가서야 비로소 알았다. 빈에서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문화라는 것을. 합스부르크 왕가 시대부터 내려온 비엔나의 커피 문화는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도 등재됐다. 빈 곳곳엔 카페가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커피를 마실 뿐 아니라 신문을 보고 대화한다.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했고 토론을 하면서 식사도 한다. 주말이면 많은 시민은 카페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빈 카페엔 반드시 한쪽에 신문과 잡지들을 모아놓은 게 눈길을 끈다. 1876년 문을 열어 학자, 작가들의 아지트로 불렸던 카페 센트럴엔 매일 22개 언어권의 신문 250부가 비치돼 있었다 한다.빈의 구도심 거리를 걷다보면 1800년대부터 영업해왔다는 카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891’이란 숫자가 간판에 찍혀 있는 카페 슬루카(SLUKA)도 그중 한 곳이다. 입구는 좁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길게 이어진 매장 내부가 꽤 넓다. 각각 4유로 남짓이면 빈의 대표적인 커피 멜랑지(Melange)와 아인슈페너(Einspanner)를 마실 수 있다. 색색으로 예쁘게 장식된 조각 케이크도 한입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따뜻한 커피에 달콤한 케이크를 마주하고 앉으면 여유롭게 하루를 음미하는 현지인의 일상을 맛볼 수 있다.통상 ‘비엔나 커피’로 불리는 멜랑지는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올려 카푸치노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커피다. 마차를 끄는 마부라는 의미에서 나온 아인슈페너는 그들이 추위와 피곤을 풀기 위해 마차 위에서 마시던 커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피로를 풀기 위해 진한 카페인을 섭취하면서 그 위에 생크림과 설탕을 잔뜩 올려 식사 대용으로 배도 채우는 한 잔이었다.비엔나의 커피 문화를 접해보려면 황실에 디저트를 납품하는 곳이었던 ‘더멜’이나 ‘자허 토르테’라는 초콜릿 케이크로 유명한 ‘카페 자허’를 들러보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로 알려진 ‘란트만(Landmann)’이나 구스타프 클림트가 자주 갔다는 ‘카페 무제움(Cafe Museum)’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이렇게 유명한 카페들은 오후 시간에 가면 줄을 서거나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도시에서 키우는 벌빈에서 가장 유명 건축물 중 하나인 쿤스트 하우스(Kunst Haus Wien)는 구도심에서 트램을 타고 15분 정도면 찾아갈 수 있다. 쿤스트 하우스는 오스트리아의 미술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1928~2000년)의 뮤지엄이다. 자연주의 철학을 갖고 있었던 그는 모든 공간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다. 사람과 자연은 하나고 사람이 자연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남긴 건물 틈으로 나무가 삐죽하게 나와 있고 내부 바닥은 굴곡져 있다. 자연엔 직선이 없고 인간은 다른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더 흥미로운 건 쿤스트 하우스 옥상에서 키우고 있는 벌이다. 쿤스트 하우스의 제일 위층은 훈데르트바서가 작업하면서 머물던 공간 그대로 보존해 놓았다. 거실 옆 창으로 나가면 옥상에 마음대로 자라난 풀과 한쪽 구석에 놓여진 벌통을 볼 수 있다. 한걸음 다가가자 150개의 벌집에 살고 있는 2억 마리의 꿀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양봉가 토마스 젤렌카는 “예전엔 여기서 소를 키웠지만 2~3년 전부터 꿀벌을 키우기 시작했다”며 “여기 옥상에만 360여 종의 식물이 살아 자연적으로 벌들이 모여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양봉을 하는 곳이 빈에만 2000여 곳에 이른다. 오페라하우스, 미술사박물관 같은 명소의 옥상에서도 벌집을 발견할 수 있다.쿤스트 하우스에서 훈데르트바서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을 감상한 뒤 5분 정도 걸어서 이동하면 그의 철학이 묻어나는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훈데르트바서가 시의 의뢰를 받아 건축 디자인에 참여한 영구임대주택이다. 1980년대에 지은 건물엔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고 했다. 그곳의 창문은 크기와 모양이 하나도 같은 게 없었다. 알록달록한 기둥과 벽면에 곳곳의 나무들로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용한 주택가였지만 이 영구임대주택 주변만 관광객들로 붐볐다. 빈 도심 한가운데, 자연과 어우러진 생활 자체를 작품으로 만든 예술가의 힘이었다.와인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 수도빈에서 재배한 포도로 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 마지막날 저녁은 살짝 외곽으로 나갔다. 빈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만 이동하면 푸른 포도밭 언덕을 가진 와이너리를 볼 수 있다. 빈 시내의 절반가량은 정원, 공원, 숲, 농지 등 녹색지대다. 그중 일부가 와이너리다. 빈은 세계에서 와이너리가 있는 유일한 수도이기도 하다. 2세기께 로마군이 주둔하면서 포도밭 경작을 시작했으니 그 역사가 길다. 빈 시내 포도밭 규모는 6.6㎢에 이른다. 대부분인 80%가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150여 곳에 달하는 빈 와이너리 중 두 번째로 큰 곳 ‘푸어가슬-후버(Fuhrgassl-Huber)’를 찾았다. 와인을 파는 ‘호이리게(Heurige)’를 함께 운영했다. 호이리게는 원래 ‘보졸레 누보’처럼 ‘그해 빚은 새 포도주’를 의미하는데 이를 음식과 함께 파는 곳도 지칭한다. 뒤편에 드넓은 와이너리를 가진 호이리게로 들어서는데 입구에 솔가지가 걸려 있다. 그것이 ‘햇 와인을 팔고 있다’는 표시라 한다. 마침 주말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과 결혼식 피로연을 위해 찾은 단체 손님들로 가게 안은 북적였다. 야외 테이블과 실내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땐 야외에 앉아 가게 뒤편 포도밭을 배경으로 여유롭게 잔을 부딪치기 좋아 보였다. 실내는 고소한 음식 냄새와 기분 좋은 떠들썩함으로 펍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와인 종류에 따라 10유로가량을 내고 테이스팅도 할 수 있다. 상큼한 첫맛으로 인기가 많은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도 한 병에 6.5유로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이곳의 와인 메이커 율리안 바이서는 “이곳에서는 1년에 25만 병가량을 생산하는데 대부분 5~6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만든다”며 “빈 와인 조합에서의 철저한 검사로 품질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술을 파는 곳이어서 술은 테이블로 와서 주문받지만 슈니첼아니 소시지, 족발과 튀김 요리 등 안주는 직접 카운터 쪽으로 가서 주문해야 한다. 화이트 와인 덕에 기름기 있는 음식들도 느끼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와인과 함께하는 기분 좋은 저녁식사는 더디게 지는 초여름의 해처럼 긴 여운으로 남았다.빈(오스트리아)=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여행 정보대한항공은 빈으로 향하는 직항을 운행하고 있다. 11시간20분가량 걸린다. 경유편은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네덜란드항공, 폴란드항공 등 다양한 유럽 항공사를 활용할 수 있다. 빈 시내를 관광하려면 교통권 패스 구입은 필수다. 걷기엔 멀고 택시를 타면 비싼 거리를 지하철이나 버스, 트램을 타고 마음껏 이동할 수 있다. 필요한 시간에 따라 당일(5.8유로), 24시간(8유로), 48시간(14.1유로), 72시간(17.1유로), 1주일(17.1유로)권을 사면 된다. 처음 이용할 때 버스나 트램 내, 지하철 입구에 있는 기계에 펀칭한 뒤 갖고 다니면 된다. 불시에 검문하는 만큼 늘 갖고 다니는 게 좋다.쉔부른궁전이나 벨베데레궁전, 미술사박물관 등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오디오가이드를 신청해 듣는 게 좋다. 오디오가이드를 빌릴 때는 여권이 필요하고 개인 이어폰을 갖고 가는 게 편하다. 오페라하우스, 무지크페라인, 콘체르트하우스 등에서는 매일 공연이 열리지만 공연장 사이트에 접속해 미리 예약해야 원하는 공연을 일정에 맞게 볼 수 있다.
느릿느릿~철길 따라 추억을 싣고…덜컹덜컹~차창 밖엔 설렘이 가득
느린 풍경 속으로 기차가 달려간다. 누구에게나 기차여행은 추억이라는 이름과 맞닿아 있다. 기차여행하면 계란과 사이다를 연상하는 중년을 훌쩍 넘어선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바다열차나 눈꽃열차를 타고 데이트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신세대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기차를 타고 가장 길게 여행한 것은 지금은 사라진 완행열차 비둘기호를 타고 동해바다로 일출을 보러 떠난 여행이었다. 밤에 떠난 기차는 어둠을 헤치고 동이 터오를 무렵 바닷가에 도착했다. 레일크루즈 해랑을 타고 떠나는 기차여행은 바로 그 느림을 경험하는 여행이다. 기차에서 잠을 자면서 떠나는 1박2일의 기차여행은 그동안 경험했던 허다한 침대기차여행과 비슷하기도 하고 또 세세한 부분에서 달랐다.2008년 국제열차로 개발한 특별한 열차기차는 서울역에서 오전 8시40분 출발했다. 우아한 외면과 달리 해랑은 KTX에 절반도 안 되는 속도로 천천히 레일을 미끄러져갔다. 서울에서 첫 번째 목적지인 경주까지 가는 데만 4시간이나 걸린다. 기차여행은 사실 쉽지 않다. 종일 이어지는 기차 진동을 몸으로 받고 있으면 생활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불편하다. 그럼에도 기차여행이 좋은 것은 온전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가 침대에 앉으니 마치 사색의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방은 아담했다. 작은 의자와 커다란 창 그리고 더블침대보다는 작고 싱글침대보다는 큰 침대가 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방옆에 문을 열면 화장실과 세면대가 놓여 있다. 벽에는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와 온도조절장치(에어컨디셔너)가 달려 있다. 시선이 놓이는 쪽으로 문을 열면 화장실이 있다. 칫솔, 치약, 면도기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 샴푸부터 보디워시, 컨디셔너, 로션, 그리고 보디쿠션까지 비치돼 있다. 호텔방을 조금 작게 축소해 놓은 형태다. 특급호텔을 연상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방은 불편하지 않았다.해랑은 확실히 다른 나라의 기차와는 다르다. 원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맞춰 부산을 출발해 평양에서 북한 응원단을 태우고 베이징까지 가는 국제열차로 개발됐으나 계획이 무산됐다. 코레일은 차량을 일부 개조한 뒤 2009년 10월부터 관광열차로 활용했다.그러다 보니 유럽이나 캐나다에서 봤던 기차와는 다르다. 국토가 넓은 캐나다 같은 곳은 침대열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캐나다 열차는 방안에 의자 두 개가 놓여 있고 의자를 젖히면 편안한 침대가 내려오는 구조로 돼 있다. 스위트룸을 제외하고는 샤워실도 공용으로 쓰는 경우가 흔했다. 심지어 2층 혹은 3층 침대가 놓여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해랑은 유럽 침대열차에 비하면 고급스러운 편이다.수학 여행의 추억 불러일으키는 경주 여행해랑열차는 1박2일 일정과 2박3일 일정으로 나뉜다. 1박2일의 경우 전라도 지역을 여행하는 서부권과 경주를 거쳐 정동진으로 가는 동부권으로 운행된다. 객실은 6칸이고 카페칸과 이벤트룸이 합쳐진 8개의 객차가 연결돼 있다.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카페칸에 가보니 김밥과 음료 과일, 차 등이 놓여 있다.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저녁이면 식당칸에는 와인을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며 여행의 여흥을 즐기는 곳으로 변신한다.기차는 4시간을 달려 어느새 경주역에 도착했다. 기차 안에 카페칸이 있지만 술과 음료, 다과만 제공할 뿐 본 식사는 지역의 유명 식당에서 한다.식사를 마치고 관광에 나섰다. 먼저 둘러본 곳은 신라 천년 역사를 간직한 고분 단지인 대릉원이다. 쉽게 말하면 왕과 왕비의 무덤인 셈이다. 사실 경주는 대표적인 수학여행 장소였다. 지금이야 수학여행으로 해외도 가는 세상이 됐지만 40대 이상의 중년들에게는 경주는 수학여행지로 선명하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1970~1980년대 회상하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수학여행지로 경주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런데 막상 대릉원에 와보니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다. 세월이 망각을 불러일으켰거나 수학여행이라는 해방감에 들떠 경주의 유적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탓이리라.대릉원을 보니 천년 역사 신라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살아오는 듯하다. 알면 조금 더 깊게 보인다고 고등학교 때 스치며 지나갔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 흔히 안압지라고 불리는 동궁과 월지는 전통의 미와 현대의 조명이 만나 고풍스러우면서도 예쁜 야경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불국사는 어린 시절 봤던 것보다 더 우아하고 고졸했다.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고 난 뒤 다시 기차로 돌아왔다.효도관광 중소기업 단체여행객이 가장 많아5호차에 있는 포시즌 라운지(이벤트룸)에서는 영화 시청을 하거나 마사지 네일아트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저녁시간이 되자 공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해랑 승무원들의 소고 공연에 이어 초청가수의 공연이 펼쳐졌다. 기차를 탄 이들은 가족여행객이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의 단합회를 겸해서 기차여행을 택한 이들도 있었다. 늙은 노모를 모시고 기차를 탄 아들의 모습은 다른 이들의 마음도 찡하게 만들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살뜰하게 보살폈다. 사연을 묻지 않았지만 간곡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떤 부부는 남편이 나훈아의 ‘사랑’을 부르자 속절없이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와인을 마시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각자의 사연을 싣고 기차는 어둠 속을 질주했다. 해랑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나 부모님 효도관광 등의 목적으로 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만 요금이 비싼 편이어서 젊은 층의 이용률은 떨어지는 편이다. 주 이용객이 평균 연령이 높은 분들(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나 중소기업의 연수 목적으로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술기운이 올랐는데도 덜컹거리는 기차의 진동 때문인지 여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다른 나라 열차와 달리 침대가 달리는 방향으로 놓여 있기 때문에 진동이 더 큰 탓인지도 모른다. 뒤척거리다 일어나니 어느새 정동진이다. 해랑 열차의 장점 중 하나가 정동진의 일출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던 정동진역은 다른 기차여행지와 달리 기차에서 내리기만 해도 일출이 눈앞에 펼쳐진다. 안타깝게도 일출은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태양이 올라가는 듯하다가 구름 속에 퍼져 버렸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정동진의 매력적인 레저 활동이기도 한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예전에는 레일바이크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려야 하는 힘겨운 레저였지만 전동화가 이뤄지면서 레버만 간단히 조작해도 편안히 움직였다. 레일바이크 주변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출렁인다.태백 한우를 먹고 난 뒤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오후 6시52분. 서울역에 멈춰선 기차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차여행객들은 조금은 피곤하지만 행복한 미소를 띤 채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여행메모코레일 관광개발에서 운영하는 해랑열차는 스위트, 디럭스, 패밀리, 스탠다드 4가지 객실타입으로 돼 있다. 2인 기준으로 디럭스는 160만원부터. 기차를 타면 연계 버스와 열차 내 숙박, 식사, 간식, 입장료와 체험료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바캉스 여행 기간 동안 스페셜코스 일정이 마련된다. 인기 여행지인 여수, 부산, 거제, 외도, 정동진, 평창을 둘러보는 바캉스 스페셜 코스는 여름휴가 기간 내 단 2회만 출발한다. 스페셜코스 바캉스 2박3일 일정은 7월 19일(금), 8월 9일(금)이며 서울역에서 8시30분 출발한다.
“남북 넘어 中·러시아·유럽 잇는 자전거 여행상품 만들고 싶어요”
태권도 유망주에서 유명 광고홍보회사 카피라이터 겸 기획자로 지금은 창업 3년차 관광벤처 사업가로 변신을 거듭한 노태성 바이크로 대표(39·사진)는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서울 방화동 서남물재생센터공원 자전거길 길목에 있는 바이크로 사무실에 만난 노 대표는 “나이에 비해 제법 이력이 다양하지만 좋아하는 자전거를 맘껏 타고 일도 할 수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며 “언젠가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한국에서 출발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자전거 종주 여행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국내와 달리 유럽과 미주에서는 자전거여행이 익숙한 여행 장르예요. 지리적으로 봤을 때 남북을 잇는 자전거길이 조성되면 한국이 대륙횡단 자전거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노 대표가 2016년 설립한 바이크로는 자전거여행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벤처다. 자전거여행객을 위한 자전거 등 장비 대여를 포함해 원하는 일정에 따라 여행코스를 설계해준다.자전거 400대를 보유한 바이크로는 창업 당시 자전거 4대로 시작했다. 노 대표는 “2017년 예비관광벤처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자전거를 40대로 늘리면서 문의가 폭주하기 시작해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창업 첫해 자전거 4대로 100여 개 팀을 받은 바이크로는 이듬해인 2017년 다섯 배나 늘어난 500여 개 팀을 받았다. 지난해 900여 개 팀에 이어 올해는 지난 5월까지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는 1000여 개 팀이 서비스를 이용했다.“전체 고객의 80%인 외국인 관광객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이 대부분이죠. 최근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어요.”노 대표는 인터뷰 중 협력사와의 상생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자전거 등 장비 임대와 여행코스 설계비 외에 전국 250여 곳 식당, 펜션, 자전거 수리점 등 협력업체로부터 단 한 푼의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며 “대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협력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올라가면서 고객 만족도가 오르고 만족한 고객들이 알아서 회사를 홍보하는 구전 마케팅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노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자전거여행 코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며 “울릉도 등 섬 자전거여행,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부자라이딩 등 앞으로 다양한 테마 자전거여행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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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보상 대폭 올린다…건보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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