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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댄스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 에이블 뉴스

김율도의 율도피아
모든 것은 직접 해봐야 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시합의 분위기는 상상만으로는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귀와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이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쿵쿵, 귀가 아닌 심장을 울리는 음악과 천정에서 번쩍이는 조명으로 인해 클럽에 온 것처럼 온몸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춤을 출 때 더 잘 추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직접 체험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영상으로만 보지 말고 휠체어댄스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느낌이 다르다.
춤은 보이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모인 선수들을 보면 전국에 이렇게 많은 휠체어댄스 선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다. 모든 휠체어 선수가 모였으니 여기는 그냥 휠체어 세상이다.
의상들이 반짝이로 번쩍번쩍 빛난다. 모두 휠체어가 제 몸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니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메이크업하고 빗으로 머리를 바짝 빗어넘긴다.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복장도 중요하지만,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인다.
“춤은 얼굴로 추는 건 아니잖아.”
내가 파트너에게 물었는데 경력이 많은 파트너는 대답한다.
“아냐, 얼굴로 추기도 해. 표정도 보거든. 사람 심리는 똑같아. 잘생긴 사람한테 먼저 눈이 가잖아.”
춤을 외모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경기이니 의상이나 외모는 상당히 중요하다. 여자의 경우는 의상과 머리를 하기 위해 경기 3시간 전부터 와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만지고 올렸다.
즐겁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
첫 금메달을 딸 때 내가 참가한 종목에 열세 팀이 참가했다. 예선에서 여섯 팀을 뽑고 다시 결승에서 금, 은, 동메달을 뽑는다.
우리 차례가 돌아오기 직전까지 마지막 연습을 했다.
“몸에 힘을 주고 쭉 뻗기만 해.”
나는 낯선 곳에서는 잠을 못 자는 스타일이고 너무 일찍 일어나 몸이 굳어 있었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몸에 힘을 주고 길게 스트레칭을 하듯 몸을 늘렸다.
“웃으려면 활짝 웃고 무표정으로 하려면 무표정으로 해. 어설프게 바보처럼 그러지 말고.”
얼굴 근육이 굳어 잘 움직이지 않는 나의 표정에 대해 파트너가 지적한 것이다. 나는 무표정으로 결정하고 웃지 않았다.
막상 시합이 시작되자 그다지 떨리지 않았다. 나는 그냥 메달보다는 춤 자체를 즐겁게 하겠다고 생각하니 떨리지 않았다.
예선이 끝난 결과, 비에니즈 왈츠 7위로 결승에서 떨어졌고 왈츠는 결승에 진출했다. 그것도 예선 1등으로 말이다.
그냥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쳐들었을 뿐인데 1등이라는 것이다.
즐겁게 하되 최선을 다해 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
넘어지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결승전을 위해 플로어에 입장하고 참가한 여섯 팀이 제자리에 섰다. 파트너는 억지로 미소를 연기하며 웃어 보였다. 나도 한 번 웃어주고 긴장을 풀려고 했다.
음악에 몸을 맡겨 무아지경으로 추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다른 팀의 휠체어가 넘어져 있었다. 중심을 잃은 휠체어는 뒤로 널브러져 있었고 거기에 탄 사람은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황급히 휠체어를 일으켜 세웠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중간에 넘어지면 시합은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재시합이 시작되자 아까 넘어진 팀의 휠체어가 또다시 넘어지고 나니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넘어지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라. 다시 하면 된다.
짧은 순간을 위해 많은 시간을 바친다
댄스 경기 시간은 1분 30초다. 1분 30초의 짧은 순간을 위해 연습한 시간이 30시간이 넘는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시험 날 하루를 위해 1년을 공부하고, 강사들은 1시간을 강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준비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그중에 육상선수들은 몇 초를 위해 수많은 연습 시간을 바친다.
“단 몇 초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한 육상선수들은 참 허무할 것 같아.”
나에게 묻고 내가 대답한다.
“그러나 좋은 기록을 세우면 영원히 남기에 결코 짧은 순간은 아니야.”
“원래 다 그러는 거 아냐? 뭐가 허무해. 쾌감은 짧아야 좋아.”
남을 위해 사는 것도 기쁨이 될 수 있다
댄스는 나를 위해 하는 것일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일까?
몸이 힘든데 억지로 견딜 때는 나를 위해 댄스를 하는 것이 아닌 남을 위해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영광과 즐거움보다는 팀의 우승이 더 중요하고 우리는 팀의 우승을 위해 의무적으로 댄스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런 메달도 못 따고 돌아올 때는 허무해지고 마음이 아파진다. 팀이 우승을 하니 나도 기쁘고 그 감격이 개인 경기보다 더 한 것 같았다. 팀을 위해 뛰는 것도 나를 위해 뛰는 것이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결국 박수는 나에게 돌아오기에 댄스는 나를 위해 하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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