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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주주 주식은 1만원, 내 주식은 5천원 – 연합인포맥스

한온시스템
[출처: 한온시스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나와 내 친구가 같은 회사 주식을 매도하려 한다.
그런데 친구는 주당 1만원을 받고, 나는 5천원을 받는다.
이런 이상한 일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관찰돼 왔으며, 최근에도 일어났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3일 세계 2위 자동차 열 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기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구주 25%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12.2%를 총 1조7천330억원에 인수하는 구조다.
특이한 것은 구주와 신주의 가격 차이다.
한앤컴퍼니가 넘기는 한온시스템 구주는 주당 1만250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반면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주당 5천605원에 발행된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한다. 한온시스템 이사회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대표해 이 가격에 주식을 판매했다.
그 결과 최대주주의 지분에만 83%에 달하는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법을 어긴 것은 없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차별이 있을 뿐이다.
상법 제369조 제1항은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고 명시한다. 1주를 가진 주주와 100만주를 가진 주주가 동등하지는 않지만, 모든 주주는 소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평등하게 대우받는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 비례식이 지배주주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 있다.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은 50~100%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지만, 소액주주는 소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는 매수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상장사 주식을 취득하려고 할 때 잔여주주 지분 전체를 대주주 지분과 같은 가격에 매수해야 한다.
미국은 이런 제도가 없지만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활발한 민사소송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
우리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근거해 지난 2022년 말 상장사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관련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매수 대상 주식을 50%+1주로 제한해 ‘가짜 의무공개매수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나마도 지난해 5월 법안 발의 후 1년 동안 표류하다 이달 말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깜깜무소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지배주주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대부분 나라는 공개매수를 하도록 한다”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있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한 구주와 신주의 가격 격차가 아예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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