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내성을 고려해 최적의 투약 용량을 계산하는 수리 모델이 개발됐다.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은정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항암제에 내성과 가소성이 있는 암조직 치료에 효과가 있는 최적의 용량을 제안하는 수리모델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암은 항암제 내성이 생기거나 재발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항암제 투약은 항암제에 저항성이 있는 세포 성장을 촉진하거나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등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용량과 투약 기간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수학적 모델은 암 치료 중 생긴 항암제 내성과 암세포의 빠른 진화적 변화가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고안한 계산법은 항암제 치료 중 생길 수 있는 내성과 암세포가 일시적으로 새로운 조건에 민감해지는 능력을 고려해 적정 용량을 제안할 수 있다. 최초의 항암제 용량 예측 모델인 셈이다.
연구팀은 암세포 성장 속도, 항암제 내성 발생 확률, 암세포 가소성 변화율 등의 암세포 특성을 변수로 하는 수리 생물 모델을 통해 항암제 용량 변화가 암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다. 서로 다른 특성이 있는 암세포 간 경쟁을 수학적으로 표현해 항암치료 중 암세포 수의 증감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 수의 변화가 없는 균형점의 존재 조건을 찾고 안정적인 균형점에 도달할 수 있는 암의 초기 조건 및 항암제 용량 범위를 확인했다.
수리 모델로 계산한 항암제 유효범위는 피부암인 흑색종 크기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검증했다. 그 결과 항암제 휴식기를 통해 종양세포의 항암제 재민감화를 유도한 뒤 다시 항암제 치료를 했을 때 종양 크기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다른 암종에서도 치료 중단 시기, 최소용량, 최대용량 등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수학모델은 임상시험 전 항암제 후보물질의 유효용량 범위를 예측하고 새로운 치료제의 암세포 사멸 효과 및 약물별 최적 투약용량을 결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개인의 항암제 민감성, 암 진행 속도 등을 고려해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수리 생물 모델은 암 환자의 종양 크기와 특성 변화를 예측할 수 있고 환자 맞춤형 항암제 투여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며 “천연물 유래 항암제 후보물질의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수리 생물 모델을 활용해 암 크기를 지속해서 조절할 수 있는 투여 용량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카오스, 솔리톤 & 프랙탈’ 2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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