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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동산 위기상황에서의 화주와 물류창고업자 – 물류신문

최근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부동산 위기에 관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투자 위축, 건설비용 상승에 따른 건설경기 하락 등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이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누적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피로도가 호전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물류와 관련된 부동산 업계 또한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9월 20일 한국경제는 ‘부동산 PF부실, 물류창고서 터졌다’는 기사를 게재하였고, 이 때로부터 1년 7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물류창고의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4월 10일 있었던 총선 이후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부동산 PF 부실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부정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부정적 전망의 핵심은 부동산 PF의 부실화이다. 부동산 PF라는 화약고가 터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물류창고, 물류단지 등 물류부동산의 개발 사업이 중단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화약고에 붙은 불은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부실로 번져갈 것이며, 제1금융권 역시 거센 화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경색이 국내 경기의 전반적 하락을 이끌면서 현재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물류창고업자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오고, 물류창고업자들이 위기에 처하게 될 때 화주들 역시 위기에 놓이게 된다. 물류창고업자와 계약 관계에 있는 화주들은 계약의 형식과 내용, 위기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출구전략을 세워야 하고, 본 기고문은 그 전략에 대한 것이다.
물류창고에 대한 물류창고업자의 사용 권원
화주의 입장에서 우선 고려하여야 할 것은 물류창고에 대한 물류창고업자의 사용 권원(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근거)이다. 간단히 말해 물류창고업자가 소유권자로서 물류창고를 사용, 수익하고 있는 것인지, 전세권이나 임차권 등 소유권 이외의 권리에 기하여 물류창고를 사용, 수익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이다.
[물류창고업자가 물류창고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물류창고 내지 물류창고 부지가 물류창고업자의 소유인 경우,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들은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류창고업자의 소유 부동산을 가압류하거나 민사재판을 통해 확정된 채권을 추심하기 위해 압류하게 된다. 가압류는 물류창고 등 부동산의 처분을 제한할 뿐 사용에는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화주가 물류창고를 사용하는 것에 당장의 불편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물류창고업자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들에게는 계약 해지의 이유가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화주의 물류창고 사용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다. 가령, 물류창고업자에게 신용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경우, 대출계약서 내 ‘물류창고업자가 가압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당하여 채권회수에 지장이 생길 때 기한이익을 상실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 가압류만으로도 기한이익을 상실시키고 물류창고업자에게 대출금의 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물류창고업자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 조치들이 이어져 결국 물류창고의 압류나 처분으로 이어지게 된다.
부동산 압류의 또 다른 표현은 경매개시결정이다. 채권자는 민사재판을 통해 승소를 확정하거나 가집행이 가능한 재판에서 승소하는 경우 물류창고업자의 부동산을 압류(강제 경매개시결정)할 수 있고, 채무변제의 지연을 이유로 근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해 부동산을 압류(임의 경매개시결정)할 수 있다. 경매가 개시된 후 절차에 따라 물류창고를 매수한 자(낙찰자)는 물류창고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화주는 새로운 낙찰자와 물건의 보관계약(법률상 정확한 명칭은 임치계약이다) 내지 물류창고의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창고 내 물건을 보관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하루 속히 물건을 출고해야 한다.
낙찰자가 소유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화주가 물류창고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들이 몇 가지 있는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상가건물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와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건물을 임차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임차인이 상가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할 경우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을 갖게 되며 경매 절차를 통하여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낙찰자를 상대로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간혹 화주가 물류창고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물류창고를 단순 물건 보관용이 아닌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적용 받아 경매 후에도 낙찰자와 임대차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단, 월차임(임차인이 임차물에 대해 사용의 대가로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에 100을 곱한 금액과 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이 위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금액(서울특별시 9억 원, 용인시 5억 4천만 원 등) 이하일 경우에 한하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위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법에 따라 임차인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는 화주는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치권이란 다른 사람에 대한 채권을 근거로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크게 ‘민법’에 따른 유치권과 ‘상법’에 따른 유치권, 두 종류가 있다. ‘민법’에 따른 유치권이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시기가 지났음에도 변제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상법’에 따른 유치권이란 상인 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을 갖고 있는 자가 채권의 변제일이 지났음에도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하고 있을 때 채무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민법’에 따른 유치권은 점유하고 있는 물건이 채무자 소유의 물건이 아니어도 성립한다는 점에서 ‘상법’에 따른 유치권과 차이가 있다. 그 결과 ‘상법’에 따른 유치권자와 달리, ‘민법’에 따른 유치권자는 경매로 인하여 물건의 소유권이 낙찰자에게 이전되었음에도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낙찰자에게 물건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다만, ‘민법’에 따른 유치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유치권을 배제하기로 하는 약정이 없었어야 하고 채권자의 채권이 점유하고 있는 물건과 연관되어 발생한 것(견련성)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주가 물류창고의 구조를 변경하는 공사를 하고 물류창고업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기로 했다가 받지 못했다면 해당 대금은 물류창고와 연관되어 발생한 채권이기 때문에 경매로 인하여 소유자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화주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낙찰자의 인도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화주가 물류창고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일반적인 손해배상채권은 물류창고와 연관되어 발생한 채권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민법’에 따른 유치권의 행사 근거가 되지 못한다. ‘상법’에 따른 유치권은 채권자가 점유 중인 물건과 채권 간의 견련성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화주가 물류창고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으로도 점유 중인 물류창고업자 소유의 물건, 즉 물류창고에 대해서 행사할 수 있지만, 채무자의 소유 물건에 대해서만 유치권의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경매 절차를 통하여 소유권이 낙찰자에게 이전될 경우 화주는 낙찰자를 상대로 ‘상법’에 따른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간혹 물류창고 내 물류창고업자의 물건과 화주의 물건이 혼재되어 있을 경우,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가 화주의 물건까지 압류하는 경우가 있다.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가 물류창고 내 물건의 소유자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빚어지는 해프닝으로 화주는 채권자를 상대로 법원에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한다고 하여 동산압류와 매각절차가 정지되는 것이 아니므로 화주는 반드시 제3자이의의 소와 함께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제기하여 일단 압류와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편, 화주와 물류창고업자 간의 물건의 보관계약이나 임대차계약에는 통상 물류창고가 가압류되거나 압류되는 경우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문이 포함되어 있다. 화주는 위 조문을 근거로 물류창고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한 후 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손해배상채권을 근거로 하여 물류창고를 가압류하거나 경매 과정에서 배당요구종기일 전까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 물류창고 외 물류창고업자의 다른 재산이 있다면 해당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 결정을 받아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가 물류창고업자의 화주에 대한 임대료 채권 내지 보관료 채권을 가압류 또는 압류하는 것도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화주는 물류창고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 채무와 보관료 채무가 가압류 또는 압류될 경우 절대 위 채무금을 물류창고업자에게 지급해서는 안 된다. 가압류 될 경우 화주는 가압류가 해소될 때까지 위 채무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압류될 경우 통상 같이 들어오는 추심 내지 전부명령에 따라 채권자에게 채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물류창고업자의 여러 채권자들이 한꺼번에 동일한 채무금을 압류하였고 압류하는 금액의 합계액이 채무금을 초과하는 경우 화주는 해당 채무금을 전부 법원에 공탁함으로써 복잡한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위 절차들을 통해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에게 지급한 금액만큼 화주가 물류창고업자에게 임대료 채무 내지 보관료 채무를 지급한 셈이 된다.
[물류창고업자가 물류창고를 임차한 경우] 물류창고업자는 물류창고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소유자로부터 물류창고를 임차하여 사용, 수익할 수 있다. 소유자로부터 물류창고를 단순 임차하여 운영하는 물류창고업자들의 수도 적지 않지만 매매조건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일정 기간 동안 임차인으로서 임대료와 매매대금의 일부를 납부하다가 해당 기간의 종료 시 매매대금의 잔금을 지급하면서 소유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매각 후 리스계약이라고 하여 물류창고업자가 소유하던 물류창고를 제3자에게 매도한 후 다시 그 제3자로부터 물류창고를 임차하여 사용, 수익하는 경우도 있다. 집합건물과 같이 구분소유권으로 분할되어 있는 건물의 구분소유자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의 책임 하에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전대차하여 수익을 내는 마스터리스계약도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물류창고업자가 소유권 이외의 권원을 가지고 물류창고를 사용, 수익하는 방식은 위와 같이 다양하지만 물류창고를 현재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가 물류창고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 결과 물류창고업자가 물류창고를 소유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다만, 재정적 위기 상황에 놓인 물류창고업자가 물류창고 소유자에게 임차료 내지 리스료 등을 지급하지 못해 임대차 계약을 해지당할 경우, 화주는 물류창고 소유자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소유자로부터 양해를 얻지 않는 한 더 이상 물류창고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드문 경우겠지만 화주가 물류창고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물류창고에 유익이 되는 설비를 설치한 후 소유자로부터 설치대금을 받기로 하였는데 받지 못하였다면, 위 대금채권은 물류창고와 연관성이 있는 채권에 해당하므로 화주는 위 대금을 받을 때까지 물류창고를 그 목적 범위에 맞게 점유, 이용하면서 물류창고의 소유자를 상대로 ‘민법’에 따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류창고업자의 채권자가 물류창고 내 화주의 물건을 압류한 경우라든지, 물류창고업자에 대한 화주의 전차료 채무 내지 보관료 채무를 압류한 경우 해결방안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또한, 물류창고업자의 재정적 위기로 인하여 화주가 더 이상 물류창고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류창고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사유이기 때문에 화주는 계약 해지 후 물류창고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채권의 추심을 확보하기 위해 위 채권을 근거로 물류창고업자의 재산, 가령 물류창고업자가 소유자를 상대로 가지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나 은행을 상대로 가지는 예금반환채권 등을 가압류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부동산 PF 부실과 함께 찾아오게 될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화주가 취할 수 있는 전략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위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전망들에 따르면 물류부동산 시장, 좁게는 물류창고 시장에서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급적 모든 화주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피해나가기를 바라며,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본 기고문이 조금이라도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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