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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메타버스' 광풍, 만들고 보니 '애물단지' – 경향신문

청주·남원·경북 등 구축
예산 부족에 관리 부실
‘진주성’ 접속 하루 1명꼴
“사업 전면 재검토 필요”

경남 진주시가 구축한 가상현실 플랫폼 ‘진주성 메타버스’ 모습. 2억5000만원을 들여 만든 해당 플랫폼에 접속한 인원은 지난해 12월 31명에 그쳤다. 진주성 메타버스 화면 캡처 20일 오전 접속한 인터넷 ‘수암골 메타버스’(www.suamgol.com) 페이지. 이곳은 충북 청주시가 상당구 수암골 주변 관광명소를 실제와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가상현실로 구축해 놓은 곳이다. 아바타를 생성해 메타버스에 접속하면 가상세계의 수암골 벽화마을과 카페거리, 전망대, 향교거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기자가 실제 아바타를 만들어 메타버스 속에 들어가 보니 이곳을 찾는 접속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메타버스 속 카페거리에 있는 카페를 둘러봤지만 ‘매장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1월 운영을 중단한 한 카페는 메타버스 속에서 ‘영업 중’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다. 메타버스 속 향교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수암골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한 업주는 “수암골 메타버스가 카페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세계 인기에 편승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거금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청주시는 수암골 메타버스 서비스를 2023년 1월부터 시작했다. 사업비는 4억84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용객은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601명이 접속했다. 하루 51.6명이 접속한 셈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상인들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심도 없고 그래픽 등을 수정하는 데에도 큰 예산이 들다 보니 업데이트 등 사후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들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이용객이 20여명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

2030년 개항을 앞둔 대구경북신공항 홍보를 위해 30억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오픈한 ‘대구경북신공항 메타포트’는 개점휴업 상태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게스트(손님) 모드나 회원 가입을 한 사람은 지난 1월16일 기준 277명에 불과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숫자도 100회 정도에 그쳤다.

경북도가 13억원을 들여 2022년 12월 도청에 설치한 ‘메타버스 체험관’의 경우 지난해 체험관을 찾은 방문객은 4200여명으로 하루 평균 고작 12명 수준이었다. 경남 진주시가 2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2월 구축한 ‘진주성 메타버스’(www.metajinju.co.kr)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단 31명만 접속했다.

전북 남원시가 4억원을 들여 지난해 선보인 ‘광한루원 메타버스’(play.namwon.go.kr)는 1년 동안 2456명만 접속했고, 대구 남구지역 맛집을 소개하는 ‘대구남구맛집 메타버스’(www.apsan.co.kr)의 지난해 12월 접속자는 26명이 전부다. 2021년 10월 전국 첫 메타버스 쇼핑몰을 선보인 전북 고창군은 서비스를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검토 없이 시류를 좇는 지자체들의 문제가 또다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용선 경북도의원은 “우후죽순 격으로 시작한 치킨점이나 노래방처럼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게 지방정부의 현실”이라며 “메타버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복 청주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장은 “지자체들이 예산을 소모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구축하다 보니 전문가도 없고, 관련 콘텐츠도 부족하다”며 “메타버스 구축에 끝내지 말고 메타버스와 연계한 행사 등을 지속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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