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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비용 10% 절감 목표 앞세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 한국농정신문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높은 농산물 가격의 원인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 이외에 과다한 유통마진 등이 제기됨에 따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TF’를 구성했고, 농산물 유통실태를 점검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유통비용 10% 이상 절감’을 목표로 내걸고 만든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크게 △공영도매시장 공공성·효율성 제고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산지 유통 규모화·효율화 △소비지 유통 환경 개선 등 4대 전략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4대 전략 아래 10대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공영도매시장 공공성·효율성 제고의 핵심은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이다. 정부는 도매시장법인 지정 기간 중에라도 성과가 부진할 경우 강행규정으로 법인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자체 자율로 맡겨 왔던 법인 지정 권한도 정부가 시장 규모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 지자체에 신규 법인 지정을 의무화한다. 또 가락시장 내 특정 법인에만 국한된 거래 품목 제한을 해소해 법인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현재 최대 7% 수준인 위탁수수료가 적정한지 전문 회계법인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고, 가락시장 법인들이 조성 중인 공익기금이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도매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출하물량 예측을 통해 시장 반입물량을 사전에 조절할 수 있도록 가락시장 내 전자송품장 적용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정가·수의매매 비중도 오는 2027년 25%로 확대해 가격 진폭을 낮출 계획이다.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으로 법인 내 전담인력 확보를 의무화하고 예약형 정가거래 비중을 도매법인 평가 항목에 포함해 배점도 확대할 방침이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도 이번 개선방안에 포함됐다. 품목 확대 등의 제도개선과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골자다.
산지 유통에 대한 대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지 유통·수급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는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00개소 구축 계획을 당초 보다 1년 앞당겨 2026년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APC의 청과물 취급 비중을 현재 생산량의 30%에서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던 팰릿과 플라스틱 상자 등의 물류기기에도 경쟁체계를 구축한다. ‘물류기기 이용가격 공시제’를 도입해 농민이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농협의 물류기기 시장 참여를 유도해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비지 유통 환경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인건비·포장비 절감을 위해 정부는 소비자단체·대형유통업체와 협업해 무포장(벌크)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참여 업체에 정책 지원을 우대할 예정이다. 또 인센티브 차등 부여로 유통업체 간 경쟁도 촉진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다소 구체적인 공영도매시장 개선방안에 ‘진일보했다’는 의견도 존재하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학계를 비롯해 유통업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보면, 정부의 이번 개선방안은 거창하게 ‘TF’를 꾸린 의미 없이 지엽적 대책에 불과하다. 시스템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거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건들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전언도 뒤따랐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통 단계를 감축하면서 거래제도 간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데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대책의 경우, 이전에 몇 번이나 수면 위로 떠올랐던 방안들이 대부분이라고 얘기했다. 기존의 거래제도(경매)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경쟁을 촉진한들 한계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인 지정 취소의 경우 이전에도 존재했던 제도이나 한 번도 취소된 사례가 없다 보니 이번 대책 역시 이전 개선방안의 ‘재탕’이란 비판을 피할 길 없어 보인다. 위탁수수료 검토 역시 적정성을 따져봐야 이후 방향을 알 수 있는 데다 출하자에게 가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평가다.
농업계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업계와 어떠한 소통도 없이 만들어진 결과물인 데다 이전의 제도를 그저 강화하는 것에 불과해 정부가 얘기한 유통비용 10% 절감 효과가 나올지 의구심이 든다”며 “농업계에서는 농산물 가격 결정 구조의 불합리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촉구했으며,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장도매인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으나 이러한 부분은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대단한 성과가 있는 양 자화자찬하고 있는 온라인도매시장 확대가 주요 대책 중 한 가지인데 어떠한 성적을 남겼는지도 사실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가락시장 내 경쟁을 촉진한다는 부분 역시 유통 ‘혁신’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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