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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이번엔 우크라이나 다녀갔나? – 아시아경제

김현정기자
입력2022.11.13 11:11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얼굴 없는 화가’ ‘거리의 아티스트’로 알려진 영국의 아티스트 뱅크시가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건물의 잔해에 벽화를 그렸다.
11일(현지시간)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벽화 사진 3장과 함께 ‘보로디안카, 우크라이나’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보로디안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올 2월 전쟁 초기에 러시아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어 러시아군은 수주일간 이곳을 점령했다가 4월 퇴각했다. 인스타그램 사진 속 벽화는 파괴된 건물의 잔해에 손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균형을 잡고 있는 체조선수 소녀의 모습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에 뱅크시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벽화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 벽화에는 유도복을 입은 체구가 작은 소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닮은 거구의 남성을 엎어치기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수도 키이우의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에 그려진 또 다른 벽화는 시소를 타고 있는 어린 소년과 소녀를 그렸는데, 콘크리트 앞에 놓인 철제 탱크 트랩을 시소로 활용했다.
이 그림들이 진짜 뱅크시가 그린 그림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과 작풍이 비슷한데다 뱅크시 본인이 인스타그램에 사진까지 올린 만큼 외신들은 뱅크시의 작품이 맞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영국 브리스틀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뱅크시는 온갖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런던과 뉴욕의 미술관에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가 하면 경매에서 고가로 낙찰된 작품을 액자 내부에 미리 설치한 파쇄기로 세절(細切)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절반이 갈기갈기 잘린 이 작품 ‘풍선과 소녀’는 ‘사랑을 쓰레기통에’로 제목이 바뀐 뒤 현재 20배 가까이 가격이 치솟았다.
뱅크시는 뜬금없이 전 세계 곳곳에 벽화를 남기곤 하는데 2020년 12월에 영국의 한 주택가에 그린 ‘재채기하는 노인’으로 인해 주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몰려들고 해당 지역 집값이 치솟은 적도 있다. 이 벽화가 그려진 집주인은 하룻밤 새 집의 가치가 급상승하자 매도 계획을 취소했으며, 벽화가 손상되지 않도록 투명 보호막까지 설치했다. 이 벽화의 가치는 무려 500만 파운드(약 78억원)로 추정됐다. 이 밖에도 뱅크시는 2007년 이스라엘 베들레헴의 버려진 진지 콘크리트 블록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에 항의하기 위한 ‘새총 쥐(Slingshot Rat)’라는 작품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데에 대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은 그라피티를 할 수 없다. 그 둘은 양립 불가능한 요소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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