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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마음과 시장을 읽는 밝은 눈… 'OTC 맛집' 된 동국제약 – 히트뉴스

 
 히트뉴스와 함께 떠나는 OTC 성지 순례 
경직된 시장과 규제, 더딘 성장처럼 일반의약품에는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물론 경직됐기에 더 치밀하게, 더 효과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는 '솔직한 분야'라는 분석도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수렁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국내 유명 OTC 제약사의 다양한 판매 방안과 포지셔닝, 광고 등을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꾸려본다.
OTC 크리에이터 동국제약
제품에 또다른 생명력을… 리포지셔닝의 힘
[끝까지HIT 9호] 동국제약 일반의약품 특징으로 업계는 '리포지셔닝'을 꼽는다. 회사는 기존 나와있던 의약품에서 덜 부각된 적응증을 끄집어내 소비자 관심을 일으키고, 구매로 연결하는 마케팅 솜씨가 발군이다. 그 중 2010년대 제품 가운데 가장 호응 받는 의약품은 치질치료약 '치센'이다.
치센은 감귤류 과일에서 발견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디오스민을 주원료로 하는데, 이 성분은 혈관의 탄력과 강도, 원활한 혈액 순환을 돕는다고 한다. 식물 성분인 데다가 이미 다리 부종 치료 등에 쓰였을 만큼 안전성도 입증돼 약국 에서는 정맥질환 개선용 일반약으로 알음알음 판매됐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매출은 없었다.
동국제약은 이같은 가능성에 착안해 포장을 변경하고 300mg 함량의 치센을 내놓았다. 현재 디오스민 제제 적응증 가운데 제일 먼저 나와있는 '치질'이라는 질환명을 맨 앞으로 꺼낸 셈이다. 다른 회사가 '하지중압감과 부종'을 앞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광고가 이어졌다. 반응은 한 해 두 해 흐르면서 점차 커졌다. 인지도를 높인 광고에 치질이라는 질환 분위기를 개선한 것이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치센의 매출은 2023년 98억원에 달하며 새로운 일반의약품 블록버스터를 예고하고 있다.
전체 시장이 158억원 수준으로 효과성을 위해 함량을 600mg으로 높인 제품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5년간 30억원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60% 이상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앞서 출시한 정맥순환장애 치료제 센시아는 자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마데카솔의 주성분 센텔라정량추출물 즉 병풀 성분을 이용해 다른 품목으로 라인업을 확장한 사례다. 1970년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을 라로슈나바론에서 들여온 뒤 원료합성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자체적으로 성공한 회사의 주요 상품이 마데카솔이었지만, 정맥순환장애 증상 개선 등의 임상 결과가 해외에서 공개되면서 회사 측도 동일 성분을 활용한 센시아를 출시했다. 마데카솔 출시 42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센시아의 경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출시 12년차를 맞는 지금까지 아이큐비아 기준 2023년 10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여타 제품의 등장에도 '폼을 이어오는' 회사의 대표품목이다.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제인 훼라민큐정에서는 세인트존스워트 성분만 빼내 '마인트롤정'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미 유럽에서 해피허브라는 이름으로 알려질 만큼 천연물의약품 시장에서 자주 쓰는 성분이다. 훼라민큐는 우울이나 무력감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제품으로 나왔는데 중요 성분만 추려 중년 남성의 우울감 및 무기력증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제품으로 새 자리를 만든 또 하나의 사례다.
최근에는 기억력 개선제로 '메모레인캡슐'을 내놓으면서 또다른 도전에 나섰다. 브레이닝의 주성분인 은행엽건조엑스와 인삼40% 에탄올건조엑스 성분의 일반의약품 역시 2000년 허가를 받았던 종근당 브레이닝캡슐이 이미 있다. 브레이닝과 마찬가지로 기억력 감퇴는 개선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제시하면서 임상 결과와 함께 '효과받은 일반약'을 소구점으로 삼는 등 기존 국내에서 출시된 제품의 콘셉트, 성분 구성, 강조 적응증 등을 바꿔가며 일반의약품 분야에서 품목을 늘리면서도 특이점을 가진 제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일반약 팬층'을 만드는 FAN(여성, 노화, 틈새 시장) 전략
'생각'을 파는 OTC로 전환
동국제약의 일반약 관련 마케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정밀 타깃팅이다. 일반약을 찾는 이의 수요와 대상층, 대상 질환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찾고 싶어하는 약'을 소비자 눈 앞에 보여준다는 점이다.
먼저 눈 여겨 볼 점은 'F・A・N'이다. 여성(Femcare), 노화(Aging), 틈새시장(Niche)로 귀결되는 회사의 전략은 기존 소비자를어떻게 다시 다른 약의 판매로 끌어올 수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동국제약이 판매 중인 일반의약품 품목은 40여 개다. 이 중 소비자가 다빈도로 찾는 감기약 및 진통제는 천연물 의약품인 에키나포스를 포함해도 4건(총 7건이지만 3건은 아이큐비아 판매 자료 없음), 첩부제는 2건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회사가 진통제 라인업만 해도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파마브롬, 덱시부프로펜 등 4개를 가지고 있고 증상별 감기약 3종을 포함하면 도합 7~8건 이상 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반대로 특정 질환과 특정 연령에 맞춘 제품을 판매의 앞 단에 놓는다. 앞선 센시아와 훼라민큐, 최근 등장한 메모레인은 여성의 정맥 순환, 우울증, 기억력감퇴 등에 집중했다.
연령별 제품의 경우 센시아, 훼라민큐, 메모레인, 카리토포텐, 판시딜, 마인트롤, 인사돌플러스, 판시딜액 등은 청년 이후즉 중장년층의 질환에 맞춰져 있다. 카리토포텐의 경우 전립선 기능, 마인트롤은 중년 우울증, 인사돌플러스는 장년층의 잇몸 건강을 마케팅의 전방에 배치한 사례다.
여기에 '질환'인지 아닌지 모르는 혹은 초기질환이지만 마땅한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는 초기 증상 완화제 역시 많다. 예를 들어 치센이 항문질환을, 마인트롤이갱년기 우울을 질환으로 인식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욱이 치센의 경우 출시 당시 대용량 박스 안에 파우치를 넣어 약을들고 다니도록 해 질환임을 자연스레 숨기면서도 치료를 돕도록 하는 것까지 배려했다.
직장 다니는 여성 소비자 타깃화 전략은 2020년 시장조사기관 멤브레인 기준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 구입 비중이 남성(72.4%) 보다 여성(81.4%)이 높다는 결과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수년간 점차 젊은 여성의 구매증가 추이(20대 82%, 30대 79.2%, 40대 76.8%, 50대 70.4%)까지 고려해 '센시아'의 모델을 젊은 배우 등으로 기용해 여성 분야를 활성화하려는 또다른 움직임도 관측할 수 있다.
중년과 틈새시장을 향한 마케팅은 동국제약의 대표적 마케팅 방안인 '질환 알리기 캠페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진행한 기억력 관리 캠페인의 경우 중년 남성과 여성을 모델로 내세우며 기억력 감퇴가 관리해야 할 질환의 전조증상임을 인지시키고 있다. 회사의 대표 캠페인 행사인 잇몸의 날 캠페인도 학회나 회사 차원 에서 잇몸 관리가 또다른 병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 치센이나 판시딜, 훼라민큐처럼 초기증상을 겪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내 증상을 개선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시키는, '생각을 파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볼 대목이다.
 
모두에겐 단순하게, 누군가에겐 새롭게… 주요 제품 CF도 '투트랙'
광고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일반의약품은 광고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기관 칸타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제품을 찾을 때 특정 증상을 질환이라고 인식하는 '수요 발견' 이후 바로 다음 과정이 치료제가 무엇인지를 찾는 '제품 발견'으로 이어진다. 이후 제품과 브랜드의 평가를 얻는 '구매 고려',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구매 결정' 이후 '구매 준비'라는 일련의 과정을 물 흐르듯 풀고 있다.
동국제약의 주요 제품인 인사돌을 비롯한 센시아, 판시딜 등의 경우 최근 광고와 다르게 다소 심심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증상을 겪는 모델이 등장하며 자신의 병증을 설명하면 다른 모델이 해당 제품을 추천하고, 그래픽화 된 효과와 적응증이 등장하는 이후 제품명이, 경우에 따라서는 약국을 방문하는 모델이 나오는 패턴을 유지한다. 실제 장기간 이 같은 내용은 동국제약의 CF에서 다수 등장했다.
다소 심심한 패턴을 보이지만 이 광고가 가진 특질을 보면 수요 발견부터 제품을 찾고 이미지를 심어 판매의 과정까지인도한다. 센시아의 경우 ①증상 호소 ②증상 소개 ③질환 인식 ④제품 소개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구조를 채택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생각의 단계에 힘을 쓸 필요가 없도록 단계를 거친다. 질환의 인식을 위한 행사와 캠페인 역시 광고와의 연계성을 보면 고도의 판매방안인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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