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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발목 잡힌 대형마트…여소야대 국회서 유통법 또 표류? – 시사저널

윤석열 정부가 무려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한 민생 정책들이 공수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여소야대’ 총선 결과로 인해 정부가 공언한 법 개정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던 유통산업법(유통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22대 국회가 열리면 대형마트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유통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이지만, 21대 국회에서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간 법안을 여소야대 정국에서 통과시키는 데는 진통이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협약 체결에도 지지부진…민주 “대표성 부족”
정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의무 휴업’과 ‘새벽배송 영업금지 제한’ 등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새벽 시간(자정~오전 10시)에 영업을 할 수 없다.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 하며, 휴업일은 공휴일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의무 휴업일을 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신선식품 영역까지 들어오는 와중에도, 대형마트는 새벽배송 등을 활용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통 환경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해당 규제로 빠르게 성장하는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대형마트간 경쟁을 가로 막는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에 동력이 실린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대구시는 가장 먼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그해 말에는 정부와 대형마트, 중소유통업계가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대형마트가 영업 제한시간이나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자는 내용을 합의했다. 대형마트는 중소유통업계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과 교육 등을 지원하고 물류 체계 개선, 마케팅 홍보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협약이 시대에 발맞춰 의미 있게 도출해 낸 결론이라고 자평했지만,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대구시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과 관련해, 소상공인연합회는 다수의 소상공인 의견이 배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생발전 협약 체결 이후 소상공인단체 간의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불협화음도 일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해 온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 협약이 도출되기까지 협상에 참여한 단체들의 대표성이 부족하며, 소수의 이해관계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법이 통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소상공인들의 피해 정도 등 영향 분석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등 상생 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법 개정 없어도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은 가능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논의가 진행됐지만, 유통법 개정안은 끝내 산자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기초단체장이 합의에 따라 의무 휴업일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 대구에 이어 청주,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움직임을 보였고, 현재 대형마트가 출점한 기초 지자체 177곳 중 76곳이 의무휴업일을 이미 변경했거나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
4월 초를 기준으로 전국 롯데마트 111곳 중 평일 휴무로 전환한 점포는 29곳으로, 일요일에 휴업하는 곳은 82곳이다. 이마트는 전체 점포 132곳 중 45곳, 홈플러스는 130곳 중 42곳이 평일 휴무로 전환된 상태다.
다만 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이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현재로서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의 답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새벽배송 등은 법적으로 여전히 금지돼 있는 상황으로, 정부는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 유통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175석을 확보하면서, 대형마트에 새벽 시간을 허용하는 개정안 통과는 차기 국회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완화책’이 힘을 잃으면서, 대형마트의 매출 확대 움직임도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활성화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희망퇴직까지 단행할 정도로 경영 상황에 어려움을 겪어온 대형마트들은 주말 점포 영업과 온라인 새벽 배송이 가능해질 경우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여왔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대형마트의 ‘제1 경쟁력’으로 꼽히는 신선식품 영역까지 발을 들인 가운데, 마트업계는 이들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새벽배송에 대한 허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의 편익 등을 고려해 야권에서도 개정안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해야 한다는 과거와 달리 시대와 분위기가 달라졌고, 소비자들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 편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며 “아직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지 않은 지자체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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