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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으로 주가 조작 덮으려나 – 미디어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특검 정국이 펼쳐지는 와중에 이원석 검찰총장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지시가 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이원석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담수사팀 구성 및 신속 철저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따라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해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먼저 의심의 대상이 되는 대목은 이러한 일을 굳이 공개한 검찰의 의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도입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신속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명분을 대통령이 주장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거다. 
좀 더 복잡한 ‘수’에 대한 의심도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법리적 부담이 크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품백 수수를 인지하고 이후 처분을 어떻게 했는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먼저 판단해야 겠지만 이 쟁점에서 김건희 여사에 불리한 결론이 나오더라도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거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로 인정될 경우 법적 책임이 더 무거운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검찰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원석 검찰총장의 이번 지시에 대해 “명품 백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은 미진한 상태로 남겨두는 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동아일보 6일 사설)는 지적이 나오는 거다.
검찰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김건희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들고만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인 데다가 ‘192석’의 야권이 22대 국회에서 특검 도입을 벼르고 있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수사기관은 특검 도입이 현실이 될 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 뭉개던 수사도 밀린 방학숙제 해치우듯 일단 속도를 내 끝마치곤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조사하면서 도아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함께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검찰로서는 대통령 부인을 포토라인에 여러 차례 세워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두 사건을 한 번에 종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보도에서 대통령실 민정수석 부활을 변수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팀이 사건 종결을 위해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를 주장했으나 대통령실이 이에 반대해 충돌 기류가 빚어졌고 이게 인사를 둘러싼 각종 소문으로 이어진 것은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부활시킨다면 검찰이 두 사건을 함께 수사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민정수석과 ‘교감이 가능한 인사’로 서울중앙지검 교체가 이뤄질 경우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속도가 붙기를 기대하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대목에서 동아일보는 “검찰 내부에선 청탁금지법으로 김 여사를 처벌하거나 피의자로 입건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김 여사를 명품백 사건으로 불러 조사하는 건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고 했는데, 부활한 민정수석이 세간의 우려대로 ‘사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경우 최소한의 소환 조사도 없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덮으려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러한 해법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김건희 특검’의 명분만 다시 확인해주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모범답안대로 해야 한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최소한의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대상, 시기, 방식 등에 대해선 여당과 협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거부권 행사 불가피성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특검 거부 논리만 되뇌이는 정권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큰 틀에서의 특검 수용 의지를 밝히면 그나마 상황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릴 수 있다. 이게 아니라 늘 그렇듯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들며 특검은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한다면 유권자들의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다시 확인하게 될 거다. 꼭 찍어 먹어봐야 무슨 맛인지 알게 되는 일을 언제까지나 반복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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