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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의 진심, 국내 게임사에 경종 울릴까 – 게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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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4.04.30  1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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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에 편중된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출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콘솔 게임 제작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이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년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이 흥행하며 물꼬를 터주기는 했지만, '스텔라 블레이드'처럼 PS5 독점으로 발매되는 타이틀은 극히 드물다.
앞으로 출시될 국내의 콘솔 게임들도 PC 플랫폼과 함께 출시해 크로스 플랫폼 형태를 유지할 예정이다. 그런 점에서 '스텔라 블레이드'의 시프트업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소니의 세컨드 파티로 합류한 첫 사례로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지난 26일, 여의도 IFC TWO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기념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작심한 듯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다. "리니지 라이크를 만들면 연간 천억은 거뜬하게 벌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김 대표의 발언은 국내 게임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쟁을 좋아하는 국내 유저들은 MMORPG 장르의 선호도가 유독 높았다. 어느 순간부터 국내 MMORPG는 자기 고유의 색상을 잃어버렸다. 결국 한 가지 색상으로 통용됐고, 결과도 나쁘지 않기에 너도나도 자기의 색을 감추고 그 위에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을 덧칠하기에 바빴다.
시프트업이라고 왜 그런 고민과 유혹이 없었을까. 첫 작품인 '데스티니 차일드'는 2016년 10월 출시 직후 양대 마켓에서 인기와 매출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지난 2023년 9월 서비스 종료됐다. 당시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발표는 내부에서도 당황스러웠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시프트업을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승리의 여신: 니케'와 또 다른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개발 소식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2019년이다.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후속작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MMORPG가 아닌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서브컬쳐 슈팅과 콘솔 게임. 지금 봐도 무모했고,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에는 국내 콘솔 게임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시프트업의 행보는 '무모'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시대를 바꾸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MMORPG가 아닌 돈도 안 되는 게임을 왜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김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설령 그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시도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
점점 색을 잃어 가는 국내 게임업계에 누군가 쓴소리하고, 말뿐이 아니라 그것을 몸소 실천해 보여줘야 했다. 의도치 않게 김 대표가 총대를 멘 형태지만, 그가 가진 영향력이 절대 작지 않기에 그의 발언과 행동은 고요한 파동으로서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스타 개발자라는 칭호를 붙이기가 애매하다. 개발자 자체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고, 게임이 오롯이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렉터나 PD처럼 게임 전체를 관리하는 주체가 있지만, 해외에 비해 개발자의 대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창세기전 3'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갔다.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겨 '블레이드 앤 소울' 개발 당시에는 아트디렉터 명함을 새겼다. 시프트업 창업 후에는 대표로서,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에서는 디렉터를 역임했다.
파란만장한 삶은 아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비주얼과 아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한 게임사의 대표가 된 이력이 독특함을 더했다. 그의 작품을 선망하거나 존경해 게임 원화가 및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게임 업계에 입문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업계에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의 발언은 힘이 있다. 무엇보다 국내 게임사에 경종을 울릴만한 파급력이 있는 것이다. "모바일 MMO만으론 어렵다"며 국내 게임시장에 뿌리박힌 고착화된 개발 문화를 꾸짖는가 하면, "우리가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할테니 함께 전 세계 시장에 통하는 게임을 만들자"라며 동료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신작 홍보에도 바쁜 와중에 그는 국내 게임업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바꿔나가자고 권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무사히 출시를 마쳤다. 시프트업의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모바일 MMO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장용권 기자 mir@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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