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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세상, 웹하드 카르텔 1편]양진호 폭행으로 물타기 된 웹하드 카르텔? – 스페셜경제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갑질 폭행과 기이한 만행은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양 회장의 만행은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 회장 개인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양진호 사태’를 통해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일각의 지적입니다.
수사기관은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 회장 뒤에 숨어 있는 웹하드 카르텔 배후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양진호 사태로 불거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편집자주]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을 운영하면서 전·현직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 폭행을 자행했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는 2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다.
양진호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강간 및 강요, 상습폭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초), 동물보호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6가지다.
앞서 지난해 10월 말 진실탐사팀 셜록의 박상규 기자와 <뉴스타파>가 양 회장이 위디스크 전직 직원을 폭행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11월 16일 양 회장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방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횡령 ▶강요 ▶폭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강간 등 10가지 혐의로 검찰(기소의견)에 송치했다.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양진호 사건에 대해 “이번 수사 가운데 웹하드 카르텔 사례를 알아보는 것이 큰 핵심이었다”면서 “양 회장이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두 곳과 필터링·디지털장의사 업체인 ‘뮤레카’, ‘나를 찾아줘’ 등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난 2003년 10월과 2007년 2월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설립했고, 2008년에는 웹하드 사이트의 불법 음란정보를 걸러내는 필터링업체 뮤레카를 인수했다.
양 회장은 직접 대표로 나서지 않고 대표이사 3명을 선임해 회사 관리업무를 맡겼고,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 사무실은 웹하드 업체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으며 회계책임자도 양 회장 소유 업체의 회계담당자와 같았다.
뮤레카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유통되는 디지털성폭력물(몰카 및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음란물의 ‘DNA필터링(변형·편집된 복제 영상까지 걸러내는 기술)’을 하지 않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받은 유해 영상 해시 값(파일 특성을 나타내는 고유번호)외엔 적극적으로 음란물을 걸러내지 않아 사실상 음란 동영상 유포를 방조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2개 웹하드가 올린 매출은 위디스크 346억원, 파일노리 208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범죄수익금으로 입증된 것은 70억여원이다.
결국 양 회장은 웹하드 공간에서의 음란물 유통으로 수익을 창출했고, 음란을 유통을 걸러주는 필터링 업체도 함께 운영했지만 수익원인 음란물 유통을 방조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할 점은 경찰은 수사의 핵심이 ‘웹하드 카르텔’이라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기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으로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혐의에 대해 경찰과 공조해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이라 기소한 범죄사실에서 일단 제외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즉,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 회장이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6가지에 한해서만 재판을 받는다는 것.
여성단체 “웹하드 카르텔 핵심은 뮤레카”
물론 검·경 보완수사가 완료되면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일각에선 양 회장 개인의 도덕성 문제만을 증폭시키고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내용은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과 녹색당, 다시함께상담센터,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사성은 지난 2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웹하드 카르텔의 존재를 고발했다”며 “그러나 수사 막바지 단계인 지금 진실탐사팀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수 년 전 웹하드 카르텔 내부인에 의해 촬영된 폭행 영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는 “왜 9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양진호의 출국금지가 이뤄지고 구속이 임박한 이 시점에 2년 전 제보 받았다던 내용이 갑자기 폭로된 것인가”라며 “양진호 폭행으로 시작된 연속 보도는 웹하드 카르텔 연결고리 중 뮤레카의 존재를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진호 개인의 도덕성 문제만을 증폭하고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내용은 축소하면서 필터링 기술조치에 대한 불법행위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그렇게 여론이 만들어지는 동안 위디스크 내부고발자가 나타나 언론사와 인터뷰 하며 위디스크와 필터링 업체와의 유착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은 웹하드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필터링하는 업체, 뮤레카”라며 “뮤레카에는 유명 웹툰 송곳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김모 씨가 있다”고 했다.
이어 “2014년까지 위디스크 대표를 역임한 임모 씨 등 위디스크 임원진들은 진보운동권과 연관돼 있는데, 그 중 김 씨는 2016년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입하고자 했던 촉망받는 진보인사이기도 했다”며 “김 씨는 2009년 한국네트워크기술원에 입사, 양진호의 눈에 들어 2013년에는 뮤레카 법무이사로 승진했고, 현재 양진호가 사비 250억 원을 들여 이족보행 로봇을 만든 것으로 화제가 된 한국미래기술원의 모회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의 임원으로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언론사와 법조계, 정치권에 뻗어 있는 인맥과 진보진영 활동 경험을 활용해 웹하드 업체의 불법성을 보호해 왔다”며 “‘김 씨가 뮤레카 법무이사로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법적분쟁까지 처리했다’는 것이 고발인(한사성)이 증언한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필터링 업체와의 유착을 통한 기술적 조치 우회 문제는 위디스크나 파일노리에만 한정 되는 문제가 아니다. 웹하드 업계 절반 이상이 뮤레카와 연관되어 있다”며 “웹하드의 불법 수익은 필터링 기술 계약을 맺은 뮤레카가 존재함으로 인해 합법인 것처럼 면책될 수 있었다. 정상적인 필터링 업체에 필터링을 제대로 맡기게 되면 웹하드 수익은 대폭 주저앉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터링 업체를 웹하드 업계의 영향권 하에 두는 것은 웹하드 업계의 사활이 달린 일”이라며 “김 씨 등 카르텔의 일원들은 뮤레카의 문제를 끝까지 은폐하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웹하드 카르텔 수사는 양진호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인터넷기술원, 위디스크, 파일노리, 한국미래기술, 한국네트워크기술원, 뮤레카, 나를 찾아줘 등 양진호가 소유하고 있는 사업 전체에 대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그 재산을 몰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에 조력한 임모 씨, 김 씨 등 여러 임원진 역시 죄에 따라 처벌해야 하며, 구속조치 해야 한다”며 “이미 진행 중일 증거인멸이 완료되기 전에 더는 꼬리를 자르고 숨을 수 없도록 즉각 구속 조치하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박상규 기자의 폭로로 양진호 회장 개인에 대한 폭력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웹하드 카르텔과 그 핵심으로 지목되는 필터링 업체 뮤레카는 물타기 됐다는 얘기다.
몰카와의 전쟁 선포한 文 대통령 “음란물 자동차단 신기술 적극 활용해야”
여성단체들은 특히 뮤레카 법무이사를 지냈던 김 씨를 겨냥했다.
그렇다면 여성단체들은 양진호도 양진호지만 왜 뮤레카와 뮤레카 법무이사를 지냈던 김 씨를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을까.
일단 시계를 2017년 8월로 되돌려보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2017년 8월 8일.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강화와 피해자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몰카 영상물을 유통하는 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영상물 유포자에게 기록물 삭제비용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치유하고 지원하는 방원도 함께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최근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음란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해서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며 ”98%의 적중률을 보였다는데, 이런 신기술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 대통령이 음란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언급한지 한 달 뒤인 9월 7일, 친정부성향의 한 매체는 뮤레카 김모 대표와 인터뷰를 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신기술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시 김모 대표는 “아마 DNA 필터링 기술을 언급한 듯하다”면서 “대통령이 이를 안다는 사실에 나 역시도 놀랐다. 사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기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터링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 디지털 성폭력 영상의 98% 정도는 아예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해 9월 13일 디지털 성범죄 영상 피해자를 돕기 위한 비영리민간단체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DSAC·이하 클린센터)’가 출범한다.
클린센터는 웹하드 사이트에 유포되고 있는 몰카 및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성폭력물을 삭제하고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클린센터는 뮤레카와 아컴스튜디오, 지란지교 등 문 대통령이 언급한 DNA 필터링 기술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또 웹하드 협회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이하 DCNA)’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클린센터에서 통보한 성폭력물을 모든 웹하드에서 자동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비영리민간단체인 클린센터는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 대통령의 특단의 조치에 부합해 보인다.
흐지부지 된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 활동
이제 시계를 클린센터가 출범한지 1년 2개월 후인 2018년 11월로 돌려보자. 이 대목에서 여성단체들이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김 씨가 등장한다.
‘양진호 사건’ 공익제보자인 김 씨는 지난해 11월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양진호 회장이 불법 업로드 조직을 운영하고, 임직원 명의를 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폭로하면서 “작년(2017년)에 DCNA와 함께 일일이 (웹하드)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성범죄 영상을 내리기로 하고 스스로 자정하자고 결의했다”며 “그것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신뢰를 받지 못하니 여성단체, 인권단체와 제휴해서 우리가 필터링 시스템도 제공하고 모니터링 권한도 주자고 DCNA를 통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그 결과 클린센터가 만들어졌고, 클린센터와 DCNA가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필터링 업체와도 제휴 협약을 체결해서 몇 개월간은 DNA필터링을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도 적용하는 성과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클린센터는 사실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부연했다.
당초 클린센터는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 대통령의 지침과 맞아떨어지면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김 씨가 언급한 것처럼 ‘여러 가지 사정’ 탓에 사실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김 씨가 말한 ‘여러 가지 사정’이란 무엇일까. 무엇이 클린센터의 활동을 저지하는 상황을 만들었을까.
[2편에서 계속….]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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