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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 병원 '집단 무덤' 발굴…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에서 무엇을 했나? – BBC.com

사진 출처, EPA
가자 지구에선 전쟁의 혼란 속에서 많은 이들이 남부 나세르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되거나, 소식이 끊긴 사랑하는 이들을 찾고 있다.
주민들은 실종된 친지 혹은 지인이 이곳 병원에 있었으나,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한다.
현재 나세르 병원 안뜰에선 집단 무덤 여러 개에 대한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팔레스타인 민방위’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남부 칸 유니스 일대에서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을 살해한 후 그 시신을 나세르 병원 단지로 이송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일부 무덤은 그 전부터 파헤쳐졌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가자 지구에 진입한 IDF는 올해 2월 15~22일, 3월 26일~4월 7일간 나세르 병원을 점령한 바 있다.
사진 출처, @dr.ameera_alsouli / Instagram
팔레스타인 관계자들은 나세르 병원의 집단 무덤에서 시신 283구를 발굴했으며, 일부 시신은 손이 묶인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곳에 매장된 이들의 어떻게 사망했으며, 언제 이들의 시신이 묻혔는지 등은 명확하지 않다.
볼커 튀르크 유엔(UN) 인권최고대표는 이러한 무덤과 가자 지구 내 나세르 병원과 알-시파 병원이 파괴된 점에 대해 “섬뜩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이 그곳에 시신을 매장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하마스에 억류됐다 이후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은 당시 장기간 나세르 병원에 억류된 바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BBC 아랍어 서비스는 아들의 시신을 찾고자 이곳을 찾은 어머니인 움 무하마드 지단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단은 장미 한 다발과 향수 2병, 유칼립투스 기름을 손에 들고 얼마나 참담한 심정으로 이곳까지 걸어왔는지 설명했다.
지단은 아들의 시신을 반드시 찾아 마치 결혼식이 열린 듯 그 위에 꽃잎을 뿌리고 향수를 뿌려주고 싶다고 간절히 말했다. 전쟁 전 지단은 아들의 결혼을 주선하고, 멋진 결혼식도 열어주겠노라 약속했었다.
한편 BBC 아랍어 서비스의 법의학 팀은 나세르 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입증하고자 증거를 찾아 나섰다.
사진 출처, EPA
당시 이곳 나세르 병원 단지에 시신이 있었다는 건 이번 달 21일 자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을 살펴보면 무덤을 발견한 팔레스타인 민병대가 시신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 영상 속 배경은 앞서 1월 25일에 게시된 영상 속 배경과 일치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나세르 병원 마당에 시신 70여 구를 매장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다.
우선 주변에 보이는 건물들이 지난 21일 자 영상 속 건물과 일치한다.
한 목격자 또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땅속에 묻힌 며리뼈, 절단된 손과 다리, 썩어가는 시신을 봤다. 끔찍한 냄새가 났다”면서 집단 무덤의 존재 사실을 뒷받침했다.
마흐무드 바살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변인은 이곳을 조사한 첫날에만 시신 약 80구가 발견됐으며, 그중 30여 구는 뚜렷한 특징 덕에 바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신은 서로 다른 날짜에 매장돼 부패된 탓에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바살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해당 병원을 기습했을 당시, 이스라엘 인질들의 시신을 찾고자 무덤을 파헤쳤다고 주장했다. 그 후 이스라엘군이 기습 당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을 이곳에 함께 매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IDF는 BBC에 보낸 성명을 통해 “IDF가 팔레스타인인 시신을 매장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IDF는 BBC에 “인질과 실종자들을 찾고자 IDF가 나세르 병원 주변에서 작전을 펼칠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이 묻었던 시신들을 조사했다”면서 “조사 후 이스라엘 인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시신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나세르 병원의 집단 무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바살 대변인의 설명과 이스라엘 측의 설명은 일치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군이 나세르 병원을 기습했을 당시 추가로 무덤이 생겨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사진 출처, EPA
이곳 집단 무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몇 달간 가족이나 의료진 등을 묻은 곳과 같은 지역에 자리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다른 민간인 시신을 묻는 모습은 1월 28일에 촬영된 다른 영상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약 30명 정도가 매장됐다.
2월 3일엔 1월 28일 자 영상 속 장소에서 6m 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시신 여러 구가 묻혔다.
바살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곳 병원에 자신들의 친지 및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을 매장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칸 유니스를 포위”했을 당시 사망한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2일,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는 칸 유니스 서부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안전상의 이유로 외부가 아닌 나세르 병원 단지 안에 시신 40구를 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공개된 사진 한 장엔 부분적으로 부패한 시신 한 구가 묶여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즉 이스라엘군이 구금한 사람일 수도 있다.
BBC의 질문에 이스라엘 군 측은 “병원 건물, 환자, 의료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목표 대상만을 겨냥해) 집중된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곳 의료진 3명은 지난달 진행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기습 후 감금됐으며, 굴욕감을 느끼고, 구타당하고, 찬물 세례를 받으며, 몇 시간가량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한 BBC는 나세르 병원 내부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을 입수했다. 해당 영상엔 이스라엘 군인들이 침대를 옮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침대엔 손이 위로 묶인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이스라엘 군이 공개한 다른 영상에서도 손이 비슷한 방식으로 묶인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가 무엇이며, 이러한 영상이 촬영된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가자 지구 내 이스마일 알-타왑타 미디어부 국장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환자, 실향민, 의료진 수십 명의 옷을 벗긴 뒤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알-타왑타 국장은 “우리는 나세르 병원 단지에서 머리가 없는 시신, 피부가 없는 시신을 발견했다. 일부는 장기도 도난당한 상태였다”면서 국제 사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나세르 병원에서 근무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의사 아흐메드 아부 무스타파 또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지가 없는 시신을 찾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러한 시신 중 한 구는 입고 있던 유니폼으로 병원 의료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수갑이 채워진 채 얼굴 일부가 가려진 상태였다고 한다.
한편 IDF는 이러한 잔혹 행위를 저지른 바가 없다면서 당시 병원 기습으로 “병원에 있던 테러리스트 200여 명”을 구금했으며, 이스라엘 인질들을 위해 보내졌으나 사용되지 않은 상태의 의약품과 탄약 등을 병원 내부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EPA
BBC는 입수한 영상과 사진들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하사네인 알-타이어 박사에게 보여줬다. 법의학 학자인 알-타이어 박사는 영상에 등장하는 시신들의 부패 단계가 다양하다면서, 이는 시신 별 매장 시기가 서로 다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알-타이어 박사는 영상과 이미지를 확인한 결과 시신에 난 상처와 절단 부위는 장기 제거가 아니라 중화기에 의한 손상일 수도 있다고 봤다.
알-타이어 박사는 집이나 자동차가 폭격 됐을 때 시신이 조각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라면서, 잔해 속에 시신 일부가 유실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NS엔 최근 발견된 집단 무덤에서 수습된 시신 중 하나라는 주장과 함께 머리 없는 시신 사진이 유포됐다.
그러나 알-타이어 박사는 해당 시신의 상태 및 혈액 상태를 종합해보면 사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4월 7일 이뤄진 이스라엘 철수 이전에 살해당한 이의 시신이라는 주장과는 어긋난다.
사진 출처, EPA
한편 UN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UN OHCHR) 대변인은 현재 나세르 병원 단지에서 신원이 확인된 42구를 포함해 시신 총 283구가 발견됐다는 팔레스타인 측의 주장을 입증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튀르크 대표는 이러한 시신에 대한 독립적이고 효과적이며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전반적으로 처벌받지 않고 끝나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국제 조사관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국제 인도법에 따라 매우 특별히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민간인, 구금자, 전투력을 상실한 이들을 고의로 살해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합니다.”
한편 미 국무부 또한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믿기 힘들 정도로 큰 문제”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추가 보도: 가하다 나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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