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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독립생활은 금전적 우선순위 배우는 연습 – 에이블 뉴스

정현석의 자취방 이야기
월급 일주일을 남긴 어느 날 통장 잔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월급날까지의 생활비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경조사라도 생긴다면 통장에 한파주의보가 내릴 것이 분명했기에 무조건 짠돌이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콜택시를 기다리던 중에 본 누군가의 손에 들린 양념치킨이 눈에 아른거렸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확인한 해당 브랜드의 가격은 2만원대 후반, 배달료를 포함하면 3만원이었다. 닭 한 마리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도, 구내식당 4일 치 밥값이라는 계산도 막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치킨의 유혹 앞에서는 방전된 휴대폰이었다.
“그래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라는 마음으로 마음을 굳히고 집에 도착하는 즉시 주문하자고 생각했다. 저녁준비 대신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식사를 해결한다고 생각하니 택시를 기다리며 지루했던 시간도, 하루의 피로도 덜 힘들게 느껴졌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0.5리터 생수 두 병뿐 .그리고 계란, 기름, 김, 단무지 등 식사 조리에 필요한 물건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물 대신 음료수를 먹을 수도 밥 대신 라면을 먹기도 어려운 일. 고민 끝에 치킨은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생수와 최소한의 반찬거리를 주문했다. 통장 잔액은 더 줄었지만 적립금과 쿠폰을 사용하니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와 큰 차이는 없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나는 집 안에서 발생하는 생활비의 압박에서 자유로웠다. 공과금은 물론, 휴지 수건과 같은 생필품과 반찬값 같은 부식비도 그랬다. 조금 비용이 크다 싶으면 합의 하에 일정 금액을 부담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가족과 떨어진 이후의 모든 비용은 수입 안에서 관리하고 그것들을 아껴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해야만 한다. 먹고 입는 것은 물론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말이다.
프로 스포츠 선수로 뛰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선수 때는 나만 신경 쓰면 되었는데 지도자가 되니 팀 전체를 신경 쓰게 된다”고 말이다.
독립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삶에 지도자가 되어 소비에 대한 우선순위를 알아가는 것도, 부모 없이 혼자 남았을 때를 대비한 중요 재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치킨 한 마리를 사이에 두고 고민한 기억은 소비에 대한 우선순위를 말이 아닌 머리와 가슴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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