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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있는 사람'이 결혼했다…신혼 42%가 연봉 7000만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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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차모(33)씨는 올해 들어 5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결혼을 계획했지만,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하던 과정에서 다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차씨는 “둘이 합치면 연소득이 6000만원 정도였는데 어떻게 계산해봐도 회사 근처 아파트 전세 구하고 이자를 갚으면서 살 자신이 없더라”며 “자녀까지는 꿈도 못 꾸겠고 돈 때문에 싸우는 데 지쳐서 결국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김경진 기자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최근 2달간 결혼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혼 했거나 파혼을 고민하는 게시글 36건 중 16건(44.4%)이 돈과 관련한 문제였다. 성격‧생활패턴 차이(12건‧33.3%), 시댁‧친정 고민(4건‧11.1%), 이혼‧정신질환 경력(4건‧11.1%) 등이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이혼‧파혼 사유인 고부갈등이나 성격 차이는 이제 돈보다 드문 문제가 됐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웨딩타운. 뉴스1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30만3000건이었던 연간 혼인 건수는 2016년(28만2000건) 처음으로 3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19만3000건)엔 20만건 선도 깨졌다. 지난해 통계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19만건대를 기록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혼인 이후에야 출산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혼인 감소가 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돈이 부족하다는 게 결혼을 안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신혼부부의 평균소득은 가파른 증가세다. 2022년 1년 차 신혼부부 중 가구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인 비중은 41.8%다. 2015년엔 연소득 7000만원 이상 신혼부부 비중이 전체의 23.2%에 불과했는데 7년 새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연소득 1억원 이상으로 좁히면 7.8%에서 18.8%로 2.4배 늘었다.
혼인 건수는 감소하는데 고소득자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건 그만큼 소득이 있어야 결혼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결혼 관련 인터넷 카페에 “서울 집 한 채를 못 사서 파혼 얘기가 나오는 현실이 너무 아득하다”(블라인드), “월세 80만원 자취방에 같이 살면서 결혼 준비하는데 아파트로 옮기려니 지금 소득으론 버거워 고민”(네이버 카페 다이렉트 결혼준비) 등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김경진 기자
고소득 신혼부부 비중 증가세는 전체 가구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전체 가구로 보면 연 70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의 비중은 2015년 26.7%에서 2022년 34.1%로 7.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소득 7000만원 이상 비중은 2015년만 해도 전체 가구(26.7%)가 신혼부부(23.2%)보다 높았는데 2018년 역전됐고, 점차 격차가 벌어졌다. 이제 평균 이상의 돈을 버는 이들이 신혼부부가 된 셈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5~39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상적인 남편의 평균 연소득은 6067만원, 이상적 아내의 평균 연소득은 4377만원이었다. 이상적인 자산 규모는 남편 평균 3억3491만원, 아내 2억1692만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2022년 30대 미혼 남성의 평균 근로소득은 3907만원, 여성은 3375만원이었다. 순자산 역시 남성 1억7449만원, 여성 1억7286만원으로 이상적인 배우자와 차이가 컸다.
단칸방에서 결혼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이젠 옛이야기다. 1년 차 신혼부부의 아파트 거주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15년 57.7%에서 2022년엔 65.2%로 뛰었다. 아파트 거주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초혼 부부의 3분의 2가 출발선을 아파트로 잡았다. 반대로 연립‧다세대주택 거주 비중은 이 기간 13.6%에서 12%로 감소했다.
김경진 기자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발선에 선 가구의 아파트 선호 현상은 실제론 더욱 극심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2015년 말 기준으로 87.7이었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말엔 98.5로, 12.3% 올랐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결국 ‘있는 사람’만 결혼이 가능했다. 고도 성장기엔 근로소득이 가파르게 증가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거주여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돈을 차근차근 모아 단칸방에서 시작해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는 게 어려워졌다. 결혼을 준비하는 출발점부터 준비가 되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혼인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예비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강화하지 않는 한 혼인 증가와 저출산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어지간한 소득으로는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결혼을 안 하거나 아주 늦게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혼인·출산이 떨어지는 건 명확한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정부가 적극 도와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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