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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이래도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시겠습니까? –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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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 스마트폰 사용과 뇌발달
 정말 이상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는 젊은 부부가 유모차에 앉은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유모차에 붙은 거치대에 고정되어 있었고 화면엔 만화 캐릭터들이 바쁘게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 속을 응시하고 있었고, 부부는 카페에서 산 음료를 마시며 둘이서 즐겁게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걷는 산책로 주변엔 고양이와 비둘기가 지나고, 꽃사과나무에 꽃들이 피어나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꿀벌도 한 두 마리 윙윙 거리는 봄인데 말이지요. 아이가 온몸으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스스로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막고 있는 형상입니다.

 좋은 옷을 입히고 해외에서 직구한 안전하고 세련된 유모차를 태우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요? 멍한 눈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작은 아이를 보며 걱정스러움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제 제 발로 스스로 걸을 줄 아는 아이를 집 가까운 놀이터나 공원에 스스로의 힘으로 걷도록 아이들을 자유롭게 놓아주세요. 유모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면 유모차 앞에 매단 스마트폰을 치우고 아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이러한 작고 사소한 것이 영유아의 뇌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여 실천해 주시기를 권합니다.

 "하루 종일 놀았는데 밤에 왜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어날까요?"
 "늘 짜증이 심하고 칭얼거립니다."

 부모교육에서 부모님들이 궁금해하는 아이에 대한 이러한 걱정은 아이들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스마트폰 과사용을 방치한 것이 그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부모가 핸드폰을 끼고 사는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부모가 있는 환경에서 아이가 자라나는 것과 같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가 있어서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며 학습합니다. 가정에서 자주 보이는 양육자의 모습은 그대로 잠재적 교육과정이 되어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아이의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 국민 중 스마트폰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이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해요. 특히, 유아와 어린이의 증가폭이 컸는데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뇌발달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길을 걷다가도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도 눈에서 핸드폰을 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유아기에 미리 핸드폰에 노출시키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요.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들의 놀권리를 박탈하여 무언가 즐거운 놀이를 추구하는 아이들은 핸드폰이라는 짧은 시간에 쾌락을 제공하는 물건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뇌에서 통제와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을 저해합니다. 그 영향으로 뇌는 끊임없이 즉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고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기 어렵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쉽게 흥분하고 서로 공격적인 행동을 많이 해요."
 "분노나 슬픔 등의 정서가 나타낼 때 오랫동안 진정되지 않아요." 

코로나가 심해 서로 만나지 못한 기간 동안 영유아들은 가정학습을 하고 줌을 이용해 선생님들에게 율동을 배우기도 하였는데요, 더 많은 시간 스마트기기에 노출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아이들이 다시 등원하기 시작하연서 달라진 모습에 교사들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갈등상황에서 심하게 분노하고 격정적인 감정은 잘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 여러 아이들에게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편도체의 기능이 원활한 아이는 또래와의 갈등상황이나 문제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고 조절합니다.

  최근 영유아교육과 뇌발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놀이와 뇌발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접할 때마다 우리 조상들이 했던 전통육아의 우수성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살갗을 맞대며 키우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고 형제자매, 동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건강함이 놀이를 살리고 뇌를 살리고 결국 우리 아이들을 살린다는 것을요.

 뇌를 공부하러 박문호 박사님이 운여 하시는 사단법인 자연과학세상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배울 만큼 배우신 많은 분들이 강의실에 촘촘하게 앉아 장시간 뇌발달에 대한 수준 높은 강의를 듣고 질문하고 배워나가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도 나이 든 박문호 박사님의 호기심 가득한 눈을 보고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무언가에 궁금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며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 저런 아이 같은 눈빛의 사람이 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요즘 뇌발달과 놀이를 공부합니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어렵습니다. 어려워서 더 재밌습니다. 꾸준히 공부해 나가면서 뇌발달과 놀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놀이와 교육 양 날개로 나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써보려 합니다.

 영유아기에 스마트폰 사용이 뇌발달을 저해한다는 내용의 연구는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스티브잡스도 자신의 자녀들이 청소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아도 스마트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인터뷰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 중독인 거 같아요."
 "스마트폰을 하면 도파민이 엄청 나와서 현실을 잊게 돼요. 성적이나 이런 거요."

 아동청소년기 아이들의 불안, 영유아기 아이들의 양육에 스마트폰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면서 운동화를 신고 마음껏 뛰어놀고 손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교육과정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만나는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배운다는 것을 기억하며 서로의 말과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탁구공이 핑퐁핑퐁 서로의 탁구채를 통해 상대에게 전달되듯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낍니다.

 브런치에서 여러 작가님들의 삶을 봅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자연 속으로 과감하게 삶의 터전을 옮긴 경우를 볼 때, 제 일처럼 반갑고 그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떠올라 괜스레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이들이 귀한 나라에 살면서 아이들을 걱정하며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행복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일을 합니다.

모든 작가님들의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남효정의 브런치입니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가족이야기, 자녀와 친구처럼 살아가기, 어린이와 놀이, 교육, 여행 이야기 등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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