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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n이사람] 한국형 파이프스톤의 경영모델을 이루다!! – 피그앤포크한돈

충남 홍성에 새빨간 울타리로 둘러싸여진 양돈 컨설팅그룹 (주)돼지와건강 사무실. 이곳에서 김경진 대표이사와 돼지와건강 식구들이 양돈농가의 생산성과 수익 향상을 위한 고민과 연구를 반복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양돈산업에 뛰어들어 올해로 24년 차가 된 김경진 돼지와건강 대표이사는 현재 50명의 직원과 함께 충남 내 양돈농가 컨설팅을 하며 함께 해우리팜, 어울림팜 등 두 곳의 양돈장을 경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친인척 가족들이 산란계, 돼지농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축들과 친밀했던 돼지와건강 김경진 대표이사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축산학과 진학을 꿈꿔왔다.
남달리 월등했던 그의 성적 때문에 의대를 권유하는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만류에 부딪혀 수의학과로 진로를 변경하여 가축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 대표이사는 “대학교 진학 당시 전국 농민들이 반대하던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가 체결되면서 ‘농사지어서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 강했기에 부친께서 축산학과 진학을 강하게 반대하셨다. 방법을 찾던 중에 수의학과가 눈에 띄었다. 당시 가족이 운영하던 젖소 30두 규모의 목장에 수의사들이 자주 왕래하였기 때문에 ‘굶어 죽진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드셨는지 부친께서 결국 진로 변경을 허락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선진 제일종축, 서해농장,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등에서 현장과 수의업무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고, 2006년 3명의 수의사와 함께 양돈컨설팅 동물병원 ‘돼지와건강’을 창립하게 된다.
개업 당시 삼십 대 초반의 이른 나이였지만 이전 회사들에서 우수한 실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이사는 이른 창업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기적인 방문’으로 컨설팅에 집중,
효율적인 약품 사용·위탁경영 관리

돼지와건강이 컨설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기적인 방문’이다. 컨설턴트 한 명당 담당하는 농장수를 되도록 10~15곳 내외로 제한하고 있다.
최대한 먼 지역의 농가를 방문하는 대신 사무실 인근 지역 내 농장만 관리하고 있다. 많은 수의 농장을 관리하거나 거리가 먼 지역을 컨설팅하게 되면 그만큼 농가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시간 비중이 줄기 때문이다.
김 대표이사는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농장을 방문해야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인다. 또 정기적으로 방문하다 보면 농장 직원들과 경영주도 오기를 기다리고 상의해야 할 사항들을 논의해야 할 숙제들을 준비해 놓는다. 또 지난 컨설팅에서 바꿔놓은 사항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며 “정기적으로 방문해 농장에 대한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함께 공감하며 문제점을 찾아가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10년 이상 이어가다 보면 이미 농장주와 한 식구처럼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돼지와건강은 컨설팅부, 애니멀헬스사업부, 농장사업부 등 3개 부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처방전 이슈가 생긴 후 신설된 애니멀헬스사업부에선 농가가 약품을 올바르고 적절하게 사용하며, 효율적으로 쓰도록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농장사업부에선 돼지와건강의 경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어울림팜과 해우리팜을 관리하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동물약품 사용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언젠가는 항생제 오남용 문제들이 표면화될 수 있다”며 “애니멀헬스사업부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지만 우리 같은 수의사들이 농장에 정말 필요한 약품만 처방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파이프스톤 구조서 영감 얻어
… 소유와 경영 분리한 ‘해우리팜’ 설립

평소 효율적인 농장 경영관리에 많은 고민을 해왔던 김 대표이사는 1인 경영체제가 대부분인 국내 양돈장의 경영 판단 실수를 줄이기 위해 미국의 파이프스톤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경영개념을 도입했다.
‘해우리팜’은 지난 2010년 당시 회사 직원들과 김 대표이사의 경영방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공동 출자하여 전남 강진에서 모돈 300두 규모의 ‘함께하는농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7년 충남 홍성으로 이전하고, 현재는 모돈 규모도 1,350두로 늘리면서 농장명도 ‘해우리팜’으로 변경했다.
같은 해 해우리팜 주주들의 요청으로 모돈 1,000두 규모의 2호 농장 ‘어울림팜’을 설립했다. 단순히 규모만을 키운 것이 아닌 경영방식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똑똑한 경영주들을 일반 회사처럼 세우고 소유주는 수익의 비율대로 가져가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거기에 경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두고 소유주는 회계 투명성을 갖춰 관리한다”며 “돼지와건강에서 2개 농장의 경영책임을 갖고, 분기별 이사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토론하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해우리팜과 어울림팜을 각각 14년, 7년 동안 운영하면서 돼지와건강의 경영방식이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조직이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현재 5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일할 정도로 성장했다.
경영비결을 묻는 질문에 지금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중이라는 김 대표이사는 “경영을 하는 것은 일종의 심리학을 연마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토론 문화가 처음부터 잘됐던 것은 아니다.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결과물이 도출되고, 또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면서 “우리에겐 토론하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직접 설계한 신사옥 준공 ‘방역 최우선’
김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돼지와건강을 충남 홍성에 직접 설계한 신사옥으로 이전·준공하고 12월에 신사옥 준공식을 개최했다.
신사옥은 그간 분리되었던 사업을 모두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된 사무실이다. 양돈장을 방문하는 직원, 내부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용도에 맞도록 각종 첨단 방역 설비들을 모두 갖췄다.
특히 입지를 선정할 때도 교통 접근성이 유리한 4차선 인근에 터전을 잡으면 편리했겠지만, 직원들의 만류에 출하차량이 다니지 않고 인근에 양돈농장이 없는 곳으로 선정했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둘러싼 차단 울타리는 멧돼지가 기피하는 빨간색으로 마감하여 차단방역에 신경을 썼다.
또한 각 사업부마다 개인 방역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무실 내부에는 곳곳에 헤파 필터가 장착된 공기정화시스템과 야간에 자동으로 작동되는 자외선 살균램프가 설치되어 있다.
컨설팅 수의사와 동물약품 운송기사들이 농장 방문 후 복귀하면 곧바로 샤워할 수 있는 샤워장과 휴게실도 있으며, 환복한 의류들을 야외 햇빛에 노출하여 자외선 소독이 가능한 의류 건조용 비닐하우스 등도 설비했다.
동물용의약품 보관창고 곳곳에도 자외선 살균램프를 설치했고, 창고 내부 온도는 사계절 변함없이 항상 15℃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히터와 에어컨을 설치해 최적의 온도로 동물용의약품을 보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보관온도가 미세하게 다른 호르몬제와 백신은 한곳에 보관하지 않고 각각의 온도에 맞는 냉장시설에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이렇게 전국 최초의 소독·위생 설비시설과 적정 온도 보관이 가능하도록 방역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김 대표이사는 “거창한 인생은 아니지만 남부끄럽게 살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먹고살기 위해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우리 직원들에게도 항상 떳떳하고 소신 있게 일할 것을 강조한다”며 “우리만의 색깔을 아는 사람들이 계속 컨설팅을 맡기고 10년 이상 소통하면서 한 가족과도 같은 관계가 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취재 · 정리 / 곽상민, 이명화 기자】
 
 
▣ 문의사항
상기 원고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글쓴이 메일로 문의바랍니다.
글쓴이 e-mail : pig@pignpork.com
▣ 출처
피그앤포크한돈 2024년 5월호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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