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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신상공개” 디지털교도소 재등장 – 세계일보

입력 : 2024-05-07 07:00:04 수정 : 2024-05-07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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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혐의자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최근 4년만에 다시 등장했다. 운영자는 학교폭력, 전세사기, 음주운전 등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 뿐 아니라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낮춘 전현직 판사들의 신상까지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이트에 얼굴이 공개된 대학생이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한 바 있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개인 또는 집단의 ‘사적 제재’에 따른 부작용이 큰 만큼 우려의 시각이 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재개설된 ‘디지털 교도소’에는 현재 복역 중인 자를 비롯해 일반인과 전현직 판사 등 100여명에 대한 실명, 휴대전화 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공개됐다.
 
디지털교도소는 2020년 폐쇄됐는데 원래는 살인,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대상으로 했었다. 그런데 최근 부활되면서 이러한 강력범죄 외에 음주운전, 전세사기, 학교폭력 등에까지 확대했다.
 
특히 강력범죄자들에 대해 감형 결정을 내린 전현직 판사 10명에 대한 개인정보도 공개했다. 범행경위, 피해회복 여부 등 양형인자에 따라 상급심에서 법정형이 감경된 사례 등을 함께 언급했다.
 
한편 디지털교도소 개설 배경에는 사법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법 체계에서 사법부가 범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어 사적 제재로 피해자들을 위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나 피고인은 물론이고, 수사 중인 사건과 관계된 타인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최초 개설된 디지털교도소에 지난 2020년9월 사건과 관련없는 제3자의 신상이 공개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결국 사이트는 폐쇄됐다.
 
그럼에도 새로운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은 이와같은 부작용과 별개로 공개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사이트 운영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우리 헌법은 27조 4항에서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것은 10명 중 9명의 범인을 놓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결백한 자에게 누명을 씌워서는 안된다는 인권보장사상에서 유래하며 시민적 자유를 수호하려는 근대법의 특징을 표명한 것이다. 또 이 원칙이 있음으로해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형사절차의 주체로서 절차상의 여러 가지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런 타인의 인권까지 무시해가면서 수사 중인 피의자나 재판 중인 피고인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에 위배되어 무법국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사이트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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