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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교육회복 아닌 과거로의 회귀" – 에듀프레스

 
 2023년 여름, 분노한 교사들이 뜨거운 광장에서 함께 모여 외쳤던 메시지는 ‘교육의 회복’이었습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의 보호, 교사 개인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독박 쓰지 않는 시스템, 과도한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 교실의 어려움을 함께 돕는 다각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인권이 존중되는 교육 가능한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주된 요구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응답인 양 충청남도 의회는 2024년 4월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했습니다. 뒤이어 서울시의회는 4월 26일, 전국에서 두 번째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였습니다.
이는 현재 다양한 장면과 관계에서 드러나는 교육 현장의 위기가 학생인권조례로 초래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이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을 덮어씌워 시선을 괜한 곳으로 돌리는 동시에, 정작 교육을 망치고 있던 실질적인 문제를 감추는 효과를 발생시켰습니다.
 성별, 경력, 직급, 역할, 고용 형태 등에 따른 차별과 배제가 반복되는 학교 안에서 굳게 닫힌 각자의 교실에서 온 책임을 다하며 각개전투하고 있는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편가르기 식의 대책이 아니라 협력적 지원을 바탕으로 책임을 공동으로 나누며 인권과 평화를 중요한 가치로 다룰 수 있는 교육 공간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어떤 차별도 없이 학생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의 규범입니다.
시의회에서 새로 의결한 ‘학교 구성원의 책임과 권리에 관한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와는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서로 보완이 가능하지만,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아예 폐지하는 방식으로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 구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연 ‘교권’은 무엇입니까. 교사의 인권인가요. 교사의 권위인가요. 교사의 교육권 혹은 교육할 수 있는 권리인가요. 우리 사회에서 아직 ‘교권’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도 못했음에도, 충남과 서울의 의회는 학생 인권을 교권의 대척점에 세워 놓았습니다.
학생 인권 조례가 제정된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교육 현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때가 아니라, 조례를 제개정하고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변화를 탐색하는 동시에 교권이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는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 교육구성원의 인권 선언을 지우는 방법으로는 다른 교육구성원의 인권 역시 지킬 수 없습니다. 비껴간 곳에 화살을 꽂는 방식으로, 교육 가능한 학교를 원하는 교사들의 눈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교사들은 학생 인권을 짓밟는 선생님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교사로서 학생 인권을 앞장서서 보호하고, 교권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지방 의회의 업적으로 삼는 반인권적 행위를 규탄하며, 폐지 철회를 촉구합니다.
※ 이 글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항의, 천막농성에 들어갔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단식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규탄하는 교사들을 대표해 낭독한 김병성 경성중 교사의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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