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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키가 뭔데? 크루키 맛집 6 – 디에디트

2024. 05. 04

“요즘 유행이래~” 크루키 판매하는 곳을 들를 때마다 한 번씩은 듣는 대화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 수도 있지만 안녕, 나는 디저트에 대해서라면 365 24/7 이야기 할 수 있는 객원 필자 김여행이니까. 크루키의 역사부터 시작해본다. 
크루키의 역사. 짧다.
왜인지 모르게 우리나라가 또 시작했을 것 같지만 프랑스 파리에 있는 블랑제리 ‘Maison Louvard’에서 처음 만들었다. 22년 페이스트리 대회를 위해 개발했던 메뉴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쿠키와 크루아상을 결합한 빵이다. 2년 전부터 이미 태어나 있는 상태긴 했으나 대중에게 선보인 건 작년 12월. 처음엔 알음알음 팔리다가 2월경 어느 틱톡 인플루언서의 소개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베이킹을 하던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레시피여서 직접 만들어 먹는 영상도 다수 올라오며 SNS에서 소위 난리가 났다. 쿠키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국에 진출하고, 얼리어답터의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도 2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하는 가게가 한두 곳씩 보이더니 4월에 접어들자 곳곳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크로플 이후 오랜만에 대 크루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반죽을 수없이 밀고 접어 만든 수 십 층의 결이 입안에서 속절없이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식감의 도미노를 사랑하기에, 원형을 유지하는 범주 내의 크루아상을 선호한다. 크루키 또한 ’크루아상을 가만히 놔둬 달라‘는 의견이 있지만 아몬드 크림을 겉과 속에 채워 굽는 아몬드 크루아상이나 크루아상을 아예 초콜릿 소스에 푹 담가 만드는 더티 초코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크루아상이 가진 아름다운 결을 유지한 채 그저 속과 겉을 쿠키 반죽으로 채워 굽는 것이므로. 관건은 한번 먹으면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한 시간은 뛰고 와야 할 것 같은 기분(만)이 드는 이 강렬한 결합에 거부할 수 없는 당위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말을 길게 해봤다.)
그럼, 어디가 맛있는데? 쿠키를 잘하는 가게와 크로와상을 잘하는 가게 중 어디에서 만드는 크루키가 더 맛있을까. 사람마다 주안점이 다르겠으나 나는 후자를 꼽겠다. 크루키는 베이스가 되는 크루아상이 중요하다. 크루키의 매력은 의외로 겉은 가볍게 파사삭 부서지고 속은 쫀쫀한 식감의 대비에 있기에 크루아상이 질기거나 거칠다면 제대로 된 진가를 알기 힘들다. 
그다음으로는 쿠키 반죽의 비율과 굽는 정도다. 크루아상 내외부 온도 차이로 인해 겉에 올라간 쿠키는 바삭하게 구워져도 속에 들어간 쿠키 반죽은 살짝 덜 구워진다. 겉의 쿠키와 크루아상이 너무 구워져 메마르거나 속 반죽이 두껍게 들어가서 지나치게 익지 않았을 경우에는 썩 매력적이지 않다. 정리하자면, 1.크루아상을 잘 만들고 2.쿠키 반죽의 비율과 굽는 정도가 적당한 곳이 맛있다. 
드디어(!) 본론이다. 이런 트렌드의 흐름에 몸을 내맡겨 서울 내 크루키를 판매하는 가게 19곳 다녀오고 22개 종류를 먹어봤다. 모두의 시간과 혈당은 아껴야 할 자원이므로, 그중 크루키가 궁금하다면 먹어봐도 후회는 없을 6곳을 소개한다.
‘꼼다비뛰드에서 크루키를?’ 크루키에 관심을 두게 만든 최초의 빵집이다. 오래전부터 애정하며 다니는 곳이기도 한데 아침 일찍 웨이팅을 걸어야 먹을 수 있지만 그 수고를 충분히 감내할 만큼 멋진 빵집. 그런 곳에서 크루키를 판매한다니 어떻게 안 먹어볼 수가 있을까. 주말 영업을 손꼽아 기다려 아침 8시에 현장 웨이팅을 걸고 11시에 입장, 그렇게 만난 크루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맛이었다. 필링 역할을 하는 쿠키 반죽도 얇은 듯 적당하고 크루아상 자체가 워낙 준수하다. 이런 크루키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경험해 보고, 크루키의 존재를 납득할 수 있을 만하다.
크루키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해 준 곳이다. 오픈 이래 5년간 백 번은 훌쩍 넘게 갈 만큼 좋아하는 곳이기에 크루키 판매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갔다. 아침에 갓 구워져 나와 따뜻한 상태의 크루키는 베어 물자마자 부드럽게 녹은 초콜릿에 바삭한 쿠키와 크루아상, 쫀득한 쿠키 반죽의 달콤한 위압감이 입안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데, 와. 단 걸 어지간히 먹어봤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세계가 있을 줄이야. 아무리 화가 나거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이 크루키 하나면 당장에 하늘이라도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고소한 우유 풍미가 강한 플랫 화이트를 곁들이면 더더욱. 최근에는 피스타치오 쿠키와 크림이 들어간 버전이라든지 바닐라 크림이 들어간 버전도 종종 나오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먹어보자. 진짜, 정말 맛있다.
서울 내 크루키를 판매하는 베이커리를 찾아보다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작년 12월 초에 정식 오픈을 했다고. 막상 가보니 예전에 자주 들르던 디저트 가게 위치에 새로이 자리를 잡은 곳이라 괜히 더 반가웠다. 진열된 빵과 케이크의 모양새만 보더라도 이 집 꽤 맛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맛있다. 볼륨감 있는 크루아상의 버터 풍미가 근사하고 쿠키도 바삭하지만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진다. 속의 쿠키 반죽도 부드럽고 쫀쫀하다. 무엇보다 쿠키에 쌉싸름하고 산미가 있는 다크 초콜릿이 일부 들어가서 단조로울 수 있는 단맛에 깊이감을 더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근래 들어 자주 가고 있는 베이커리. 메론빵, 소금빵 등 다른 빵들도 맛있지만 옛 일본에서 크루아상을 부르던 ‘삼일월’ (三日月, 초승달)에서 가져온 상호에 걸맞게 크루아상이 제대로다. 그래서 크루키도 맛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맛있을 줄은. 쿠키에 호두가 들어가 고소한 맛과 씹는 식감을 더한 점이 매력이다. 역시나 근사한 크루아상을 만드는 빵집은 크루키도 잘 만든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곳.
크루아상과 붕어빵을 결합한 ‘크붕이’로 유명한 베이커리. 쫀득한 쿠키의 비중이 다소 높은 편인데 그 묵직한 맛이 장점인 크루키다. 초콜릿과 화이트초콜릿 두 가지 맛이 있는데 둘 다 좋았고, 특히니 화이트초콜릿은 마카다미아가 들어가서 즐겁게 먹었다. 
페이스트리, 디저트 클래스를 진행하는 곳이기도 해서 기본적인 크루아상의 만듦새가 좋다. 겉은 고운 모래처럼 부드럽게 흩어지는 질감으로 완성되고, 속은 간접열로 익혀진 쿠키 반죽의 양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은 충분하다. 밸런스가 좋은 스타일. 
새로운 빵의 등장은 즐겁다. 탄생에서 그치지 않고 점차 갈래를 뻗어 나가므로 그중 하나쯤은 또 취향인 게 있겠거니, 싶은 거다. 아닌 게 아니라 뭐든 기존의 유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벌써 다양한 맛의 크루키를 넘어 베이글에 쿠키를 얹는 베루키, 소금빵에 쿠키를 얹는 시오키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과연 이번 돌풍의 종착지는 어디일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관찰할 생각이다.
디저트와 빵에 진심인 사람. 먹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때 제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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