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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vs 신세계···이커머스 '투톱' 게임은 이미 끝났다? – 시사저널e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이 지난해 매출 기준 이마트를 제치고 국내 유통 1위 자리에 올랐다. 쿠팡은 올해 1분기에도 유통 부문 최고 브랜드에 등극했다. 유통 공룡을 위협하는 쿠팡은 적자 행진을 마무리하고 알리바바그룹을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 투입을 예고하며 유통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1분기 100대 브랜드에서 902.8점을 획득하며 기존 유통 업종 1위인 이마트를 제쳤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9조4722억원으로 쿠팡에 역전당했다. 영업손실은 369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낸 이마트는 브랜드 순위서 종합 순위가 12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298억원, 영업이익 6174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설립 후 첫 흑자를 달성했다. 쿠팡이 실적, 브랜드 순위에서도 유통 1위 등극에 성공한 것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쿠팡이 신세계그룹을 훨씬 앞선다. 쿠팡 시가총액은 46조9867억원(342억달러)다. 신세계그룹은 7개 상장사(신세계·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날·광주신세계·신세계I&C·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의 시가총액을 단순 계산하면 4조5514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신세계그룹의 경우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자산총액 기준으로는 60조4970억원으로 쿠팡(11조1070억원)을 훨씬 앞선다.
쿠팡은 올해도 몸집 키우기에 가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국내 유통 공룡뿐 아니라 ‘C-커머스(China 이커머스)’를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운영사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앞으로 3년간 11억달러(1조5111억원가량)을 투자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올해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통합물류센터와 소싱센터를 짓고 오는 6월 글로벌 판매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쿠팡은 3년간 3조원을 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고위 관계자는 “알리의 두 배 넘게 투자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이 그동안 ‘계획된 적자’를 근거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유통 시장 제패에 나섰던 점에서 대규모 투자로 맞불을 놓은 격이다.
알리바바그룹이 빠른 구축 시스템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하자, 쿠팡 역시 투자금 3조원의 대부분을 국내 물류망 확대에 쓸 방침이다. 2027년까지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전국을 일명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 30여개 지역, 100여개에 있다. 여기에 최소 물류센터 8개를 추가 건립할 예정이다.
최근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 가격을 기존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쿠팡은 무료배송·배달·직구·OTT·반품 혜택을 모두 이용하는 소비자는 비회원과 비교해 연간 97만원가량의 절약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업계에선 쿠팡이 C-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 멤버십 가격을 올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정용진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 회장을 필두로 시장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현재로서 신세계그룹이 쿠팡을 대응할 만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 부진함에 대해 “본업인 유통업에서의 전략 혼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카테고리도 잘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잘 해내지 못했다”면서 “이마트가 식품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1등’이라는 저력을 확실한 전략으로 어필하지 못한다면 실적도 주가도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물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 장부를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 주가 흐름을 보면 지난 1일과 11일에만 상승했고 나머지는 하락 그래프를 그렸다. 지난 1일 이마트 종가는 6만9100원이었으나 현재 6만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전략도 통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이 신사업으로 내놓은 제주소주, 부츠, 삐에로쇼핑 등이 실패한 것이 그 근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세계 이마트는 디지털 전환 실패 사례 중 하나”라면서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하면서 이커머스인 SSG닷컴을 살려보고자 했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가 신선식품, 생활용품을 모두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는데 SSG닷컴은 초저가도, 빠른 배송도 갖춘게 없다”면서 “다른 커머스 대비 특장점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통 시장에서 쿠팡과 신세계의 게임은 이미 끝이 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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