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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대책-41]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하고 싶지만 출산은 NO” – 시사저널e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30세 직장인인 이상희(가명)씨는 서울에 위치한 공기업에 재직 중이다. 사기업에 비해 출산 휴가나 육아휴직에 관대한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육아 지원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공기업이라고 해도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여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Q. 작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낮은 출산율이 체감되는가
“뉴스로 접하는 것과 달리 개인적으로 체감되지 않는다. 주위에서 결혼 소식이 많이 들리기도 하고 그만큼 출산 소식도 많이 듣는다.
다만, 조금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기는 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도, 친구들도 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요즘은 어머니도 굳이 아이는 낳을 필요 없다고 하고 친구들끼리도 딩크족이라고 했을 때 의아해하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결혼 적령기에 해당하는 90년대생으로 90년대생이 저출산 반등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90년대생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출산에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살아왔는데 갑자기 국가의 마지막 희망이 된 게 좀 의아하기는 하다”
Q.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라는 시각이 있다.
“저출산은 당연히 국가적 위기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단일민족 국가의 경우 이민자가 들어오기 힘든 만큼 더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저출산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고령화 문제, 내수시장의 위축, 노동력의 부재 등은 한 국가의 정상적인 운영에 큰 위협이 된다. 특히 즉각적인 개선이 어렵단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출산하는 ‘개인’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 출산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혼인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다. 좋은 사람이 있고, 결혼함으로써 내 삶이 더 행복해진다면 결혼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결혼하지 않는 정도로 생각한다“
Q.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는지
“앞서 설명했듯이, 좋은 사람이 있고 결혼하는 것이 내 삶을 더 행복하게 한다면 결혼할 수 있다. 결혼해서 생기는 여러 단점이 있겠지만 어쨌든 부모님이 평생 내 옆에 계시지 않을 텐데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나눌 수 있는 평생의 가족이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출산의 경우 제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
Q.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주된 이유는
“우리 회사는 공기업이고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전혀 없는 회사다. 그런데도 육아휴직을 하거나 아이 때문에 휴가를 쓰면서 우리 팀에서 사람 하나가 비게 됨에 따라 동료들에게 그 일이 넘어간다는 점, 육아휴직을 쓰게 되면 어쨌든 근무 평가가 다른 사람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 있다. 하물며 사기업의 경우는 더 심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특히 여자의 경우 임신했을 때 팀에서 눈치를 주고, 나아가 퇴사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대학도 나오고 일에 욕심도 많았던 친구들이 경력이 단절된 채 육아에만 전념하거나,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다시 복직하려고 해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런 사례가 만연한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우리가, 과연 출산을 결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신과 출산을 겪었을 때, 나는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가 될 것 같다고 느낀다. 커리어가 끊긴다는 점도, 아이를 위해 당연히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내 개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Q. 현 상황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어떤 대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개인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에 집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아이를 낳으면 돈이 문제라고 하니 출산장려금을 주고, 경력이 문제라 하니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에 있어서 개인, 특히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고 이를 보전해주려고 노력하는 사회의 변화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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