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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슈퍼甲' 쿠팡, '재계 저승사자'와 전면전? – 시사저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것을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문제 삼는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다. 유통업체에 구글, 네이버 등 검색 서비스에 요구되는 중립성을 요구하는 나라는 전 세계 한 곳도 없다.”
쿠팡은 4월23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현재 공정위의 ‘쿠팡 자체 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 조사에 대한 반발이었다. 공정위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원회의를 앞둔 사건을 놓고 장외 여론전을 벌이는 건 전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공정위와 쿠팡의 불편한 관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계속된 ‘불편한 동거’
PB 상품 우대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6개 시민사회단체의 신고로 시작됐다.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 PB 상품 리뷰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해당 제품을 ‘쿠팡 랭킹순’ 노출 순위 상단에 랭크시켜 판매량 증가를 유도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를 소비자 기만을 통한 부당 고객 유인행위로 보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쿠팡에 발송했다.
쿠팡은 뉴스룸을 통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우선 리뷰 조작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기업의 시장 장악으로 생존이 어려운 우수 중소기업의 PB 상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투명하고 적법하게 ‘쿠팡 체험단’을 운영했다는 주장이다. ‘쿠팡 랭킹순’ 순위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매출이 최대 4배 증가하는 ‘골드존’ 매대에 PB 상품을 진열하는 대형마트의 사례를 거론하며 자사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공정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겨냥한 모양새여서 더욱 그렇다. 한 위원장은 4월21일 한 방송에서 PB 상품 우대 의혹에 대한 전원회의 심사를 언급하며 “쿠팡 같은 플랫폼의 경우에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룸을 통한 쿠팡의 입장 발표는 그로부터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재계에서도 쿠팡의 행보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대다수 기업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대체적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혹여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게 사실이다. 반면 쿠팡은 그동안 공정위와 갈등 관계를 계속 유지해 왔다.
실제 쿠팡은 최근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2월 쿠팡이 PB 상품을 하도급업체에서 위탁 제조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단가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7800만원을 부과한 데 대해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2019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218개 하청업체에 PB 상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실제 지급한 액수와 다른 임의의 하도급 단가를 발주서에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기간에 허위 발주 금액은 약 1134억원 규모였다.
쿠팡은 견적서에 실제 매입가를 기재해 대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견적서는 수급사업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불과할 뿐, 계약서와 동등한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는 발주서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쿠팡은 지난 3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쿠팡은 2021년 납품업체 경영간섭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을 때도 소송으로 대응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01개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에 대한 판매가 인상을 요구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즉각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 2월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의 판매가 인상 요구가 강제성을 가진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서도 갈등 불거지나
재계는 현재 진행 중인 쿠팡의 하도급법 위반 조사도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이 자사 PB 상품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체에 판촉 비용을 떠넘긴 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쿠팡은 실적이 부진한 일부 PB 상품에 대한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그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에도 공정위와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쿠팡은 갑질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쿠팡은 특히 납품업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판촉 비용 분담 여부를 결정해 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승소한 과징금 취소 소송의 핵심 키워드인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통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의 현재 위상을 고려하면 공정위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31조8298억원이라는 역대급 매출을 달성하며, 기존의 유통 1위 기업인 이마트(29조4722억원)를 넘어섰다. 업계 1위라는 상징성과 갑질 등 공정거래 이슈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 특성을 고려하면 공정위와의 지속적인 마찰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LG생활건강이나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올 정도로 덩치가 커진 상황이니만큼 앞으로도 공정거래 관련 이슈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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