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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멋쟁이는 ‘동네 패션’을 입는다…달라진 TPO, 왜? – 경향신문

효과 빠른 시사 소화제 ‘경향티비’를 복용하세요 최근 ‘동네별 패션’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영상이 확산되고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해당 지역에 갈 때 참고할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의복을 착용하는 것) 팁’으로 인식되는 모양새다. @Random Walk X세대에게 강북·강남 패션이 있다면, MZ세대는 동네 패션이 있다. 이는 도심 속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각각의 특징적인 차림새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영상이 확산되고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해당 지역에 갈 때 참고할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의복을 착용하는 것) 팁’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인접한 지역이라도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모두가 이런 옷을 입진 않지만 대체로 ‘이런 스타일이구나’를 가늠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패피(패션 피플)가 즐겨 찾는 대표적 핫플레이스인 서울 성수, 홍대, 압구정 등 세 곳의 ‘동네 패션’과 유행 배경을 짚어봤다. 유행을 좇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감성을 우선시 하는 성수 패션. @alldinal__look, @redbrickcottages 제공 ■ 성수는 감성이다 #성수패션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연무장길은 골목마다 카페와 식당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2030세대와 외국인들에게 주목받는 놀이터다. 또한 ‘디올 성수’ 등 유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독특한 브랜드가 모여 있는 편집숍, ‘무신사 테라스 성수’ 등이 자리하고 있어 패션에 가장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사 등 콘텐츠 기업들이 유입되며 성수 지역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명소로 자리 잡았다.
종합 패션 채널 ‘무신사 TV’의 ‘스트릿샷’ 콘텐츠 제작팀은 “데이트, 팝업스토어 방문 등 분명한 목적을 두고 찾는 이들이 많은 지역인 만큼 성수에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꾸꾸’(꾸미고 더 꾸민) 스타일을 드러낸 이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전한다.
해외 브랜드 MD인 오소희씨 역시 “명품부터 보세까지 극과 극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트렌드를 창조, 리드하는 동네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K팝 아이돌의 스타일리스트도 영감을 얻고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찾는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의 공통 키워드는 ‘감성’이다. 인근에 직장이 있어 성수동을 자주 찾는 정다영씨는 “파격적이지 않은 선에서 개성을 드러내고 유행을 좇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감성을 추구하는 것이 성수패션”이라고 정의했다. 대학생 김선씨 역시 “특정 브랜드보다는 무채색으로 자연스럽게 (동계 배색을 추구하는) 톤 온 톤을 하는 편”이라고 ‘성수 스타일’을 들려줬다. ‘뉴트로’한 힙합 스타일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다양함이 있는 홍대 패션. @seo____8 제공 ■ 홍대는 개성이다 #홍대패션
‘스트리트 패션’으로 홍대를 따라올 곳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홍대입구역부터 상수역 일대는 ‘청춘의 거리’ ‘패션의 거리’를 증명하듯 다양한 브랜드와 로드숍이 입점해 있고 뉴트로한 힙합 스타일부터 빈티지 스타일을 비롯해 최신 유행 스타일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패션 리더들을 마주할 수 있다.
동시에 그 어느 동네보다 과감하게 개성과 예술성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덕질의 성지’답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패션에 접목해 보여주는 이들도 꾸준히 눈에 띈다. 패션 인플루언서 박민영씨는 “정의할 수 없는 것이 홍대패션이다. 펑키, 키치, 미니멀 등 장르를 논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룩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다 보니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과함 그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덕질의 성지’ 홍대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패션에 접목해 보여주는 이들도 꾸준히 눈에 띈다. 무신사 TV 갈무리 저마다 ‘포인트’를 두고 패션을 드러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직장인 박유진씨는 “홍대에 올 땐 ‘아메리카지’한 옷을 많이 입는 편”이라고 말한다. 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이 트렌드는 통 넓은 바지, 넉넉한 피트 등 일하기 편한 복장으로 대표된다. 박씨는 볼캡이나 비니도 애용한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나만의 컬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록시크 스타일을 즐긴다”는 대학생 조희열씨는 오랜 시간 쌓인 홍대패션에 자부심이 있다. 그는 “간혹 ‘홍대병’이라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애초 주류에 환영받지 못한 흐름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압구정 패션. @Random Walk ■ 압구정은 명성이다 #압구정패션
1990년대 초 일명 ‘오렌지족’으로 불리는 부유층 자제들의 메카였던 압구정 로데오는 2000년대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신논현역 일대가 급성장하면서 활력을 잃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소비량이 늘어나며 인근 갤러리아 백화점과 청담동 상권이 다시금 활기를 찾게 됐고, 압구정 로데오 역시 ‘럭셔리 패션의 성지’로 제2의 전성기를 노리는 모양새다.
고급화를 내세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도 압구정패션 붐에 일조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 코스로 종종 이곳을 찾는다는 배선형씨는 “동네 특유의 분위기에 기선 제압을 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브랜드는 입어야 한다, 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청담이나 한남동이 (은근한) 콰이어트 럭셔리라면 압구정은 그보다 더 화려하고 ‘부내’ 나는 럭셔리”라고 정리했다.
가로수길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전한 다수의 디자이너 숍도 이 거리의 활기를 견인했다. 편집숍을 운영하는 장해일씨는 “일부 트렌디한 매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옷 좀 입는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즐겨 입는 숨은 고수도 많다”고 설명했다.
■ 그런데 왜 떴지? 재밌으니까!
동네 패션이 등장한 이유는 복합적인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짧아진 핫플 주기’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시시각각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동네를 갈망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동산 시장 상황도 강남, 명동에 국한됐던 핫플의 무게 추를 이동시켰다.
<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 작가는 “다양성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게 한다”고 기술했다. 다양해진 공간에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인파가 몰리기 마련이다. 패션 리서치 전문가 정윤정씨는 “동네별 패션은 결국 그 동네를 주로 찾는 이들의 특징이 반영된 현상이다. 이들의 연령대와 취향에 따라 소비 패턴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패션 유형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유튜브 ‘동네별 패션’ 숏츠 갈무리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 패션 블로거인 최연후씨는 “과거에는 패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것을 따라가는 흐름이 지배적이었다”면서 “반면 최근에는 해외 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패션과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루트가 많아졌고 ‘스킬’을 가진 이들도 증가했다. 획일화되지 않은 룩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학생 조연지씨의 “요즘 세대에게 패션은 하나의 놀이 문화”라는 의견도 흥미롭다. 조씨는 “틱톡이나 유튜브만 봐도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의 패션 팁이 쏟아진다. 구매처나 스타일링 팁을 묻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송은영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패션산업학과 교수는 패션을 라이프스타일의 한 장르로 구분한다. 송 교수는 “의류 매장이 많은 곳은 이대, 가로수길, 명동, 압구정 순이지만,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매장의 노출 빈도는 이와 다르다”며 “이는 패션이 특정 브랜드가 아닌 어느 곳에서 주로 먹고 쉬고 소비하는가, 즉 라이프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해석했다. 이어 송 교수는 “과거 TPO는 ‘상황’에 무게를 두었다면 요즘 세대는 ‘장소’에 중심을 둔다. 어떤 카페, 어느 전시를 보러 가느냐 등이 옷을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동네 패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패션 사회학자 유니와 가와무라는 저서 <패셔놀로지>에서 “패션은 욕망과 과시의 대상이자 신분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문화적 상징”이라 말한다. 패션 디렉터 박은정씨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박씨는 “우리 패션에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정서가 녹아 있다. 동네 패션을 향유하는 이들의 행동 속에는 이 동네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내재해 있는 것 같다”며 “대표적으로 소위 ‘청담패션’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청담동에 사는 이들이 아니다. 청담 스타일을 동경하고 지향하는 이들이다”라고 꼬집었다.
프리랜서 패션 에디터 정희연씨도 “요즘 세대에게 패션은 개성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도구인 동시에 동질감을 얻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수단”이라고 짚었다. 또한 “저마다의 취향을 강조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마저도 유행의 범주 안에 있다”며 “동일 콘셉트 그룹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기 위해서라는 게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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