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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약속 30분 전에 들른 미술관
“전 예술 몰라요!” 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면 모두가 깜짝 놀라는 것이 있다. 알고 보니 집 근처에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관심할 땐 눈에 띄지 않다가 ‘유심’해진 순간 눈에 들어온다. 결국 보는 일도 마음이 하는 일이다.감상에 뭔가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데 지식이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고 그림 앞에서 졸지 말고 맞닥뜨려 보는 게 첫걸음이다. 느리게 걷다가 마음이 머무는 그림 앞에 멈춰서고, 15분을 몰입해 보고 나의 감상을 자유롭게 기록하는 데서 시작하면 된다.이 간단한 예술 향유법은 퍽 유용해서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함께 전시를 보고, 감상을 나누자 모두가 예술 향유자가 됐다. 그런 이후에 미술사 공부도 하고 예술 책도 읽으며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아니하다. 무릇 사랑하는 일이 가장 먼저이고, 15분의 몰입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어쩌면 몰입이란 행복을 체득해가는 과정 같기도 하다.삶의 행복은 멀리 있는 파랑새 찾기가 아니라 눈앞의 봄날에 눈을 뜨는 일이다. 어제 본 목련 꽃망울이 오늘 톡 벌어져 피어나는 순간을 알아채고, 그것을 보며 “아아! 어여뻐라…” 하며 웃는 나, 기쁜 나, 행복한 나를 만끽하는 것이다. 진짜 나 자신을 만나는 일이 몰입이다.미술관은 이런 몰입을 연습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물론 영화관, 음악회 등 우리를 몰입하게 하는 수많은 공간이 있다. 하지만 그 공간들은 능동형이기보다 수동적 감상 공간이다. 그런데 미술관에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광활한 전시장에서 나는 어느 쪽으로 걸을 것인가. 어떤 그림 앞에 머물 것인가. 쓱 보고 스쳐 가는 것도, 오래 보며 집중하는 것도 오직 나의 선택이다. 이렇게 예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몰입력은 상승하고 우리는 능동적 향유자가 된다.향유자가 되면 눈이 밝아진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자주 가던 건물 로비에 이런 그림이 있었다니! 우리 동네에 이런 미술관이 있었다니! 깜짝 놀라며 여태 알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괜찮다. 예술과 내가 만나는 것도 타이밍이다. 한 번 인연이 되면 평생 가는 친구가 되므로 마음 편히 그를 맞이하면 된다.나는 약속이 잡히면 제일 먼저 그 동네 미술관부터 검색해본다. 약속의 앞이나 뒤로 향유의 시간을 확보한다. 오늘 들른 곳은 사당역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다. 이곳은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이었다고 한다. 복도를 중심으로 방으로 구성된 전시실을 둘러보며, 오래된 나무 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에 오후 햇살 같은 여유가 스몄다. 게다가 무려 전시는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展).현대를 사는 우리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게 불편해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는지 모른다. 우리는 주도적으로 나의 주체성을 기르고, 존재로의 몰입을 연습해야 한다.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권진규 전시는 몰입의 즐거움을 넘어 깊은 감동을 선물한다.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것도 몰입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그의 자소상을 오래오래 응시하며 나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봄날에도 자주 추워하며 움츠리는 어깨와 자꾸 먼 데로 향하는 시선을 알아챘고, 지금이야말로 나를 채워야 하는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예술의 완벽한 위로였다.각박한 사회에서, 메말라가는 감성으로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하여 나를 만나고 특별한 행복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으로 약속 전후에 미술관을 가보기를 추천한다.
[아르떼 칼럼] 아마추어 발레리나의 ‘간절함’
직업이 대학교수이다 보니 무용 콩쿠르 심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특별히 일정이 겹치지만 않으면 요청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심사석에 앉아 참가자의 춤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어린 학생들의 춤을 보다 보면 그 아이들의 실력뿐 아니라 천진난만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때가 많다. 중·고등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내가 발레를 시작했던 시절이 떠오르는데, 예전과 요즘 학생 간 실력 차이가 느껴져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근래 예전과는 다르게 무용 경연대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참가자 부류가 있다. 바로 ‘비전공자’들이다. 그들의 경연 순서는 주로 경연의 가장 마지막쯤이다. 장시간 집중을 요하는 것이 심사인지라 대회 말미에는 꽤 피로한 상태지만 이들의 춤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마치 식사 뒤 맛보는 디저트를 기대하는 마음처럼. 나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전공자의 춤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다른 무엇인가를 그들의 춤에서는 다양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보통 심사표에는 참가자의 참가 번호와 작품 제목 말고는 거의 기재돼 있는 것이 없다. 쉬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비전공 참가자 중엔 젊은 층 외에도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30~40대, 심지어는 50대처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사실은 비전공자들이 전공자보다 동작이 마음에 와닿고 리듬을 더 잘 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사실이다. “이거다!”라고 할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추론이 있긴 하다. 바로 ‘간절함’이다.간절함이라는 단어만큼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감동하게 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한때 전공했든,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매력을 알게 됐든 간에 비전공자들에게 발레는 전공자들이 생각하는 발레와는 또 다른 의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몸매와 실력으로 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무대에 올라 몸에도 익지 않은 어색한 동작들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출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웃는 얼굴로….전공자인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데, 그들은 자신이 가장 순수한 시골 처녀인 양,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공주인 양, 자신만의 감정을 흐르는 음악 선율과 역할 속에 온전히 내맡겨 버린다. “도대체 발레가 뭐길래, 발레의 어떤 부분 때문에 저들은 발레를 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평판 따위는 개나 줘 버리라는 듯한 모습이다.보통 경연에서는 솔로로 춤을 추는 시간을 2분으로 제한한다. 어쩌면 그래서이기 때문일까? 2분도 채 안 되는 그 짧은 솔로 공연 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호소하는 듯 춤을 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캐릭터 속 인물을 해석해서 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캐릭터 속 인물을 넘어선 진정한 너 자신을 추는 것”이라고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말한다. 바로 그것이 비전공자들은 2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춤을 추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춤에 대해 가장 순수했고 가장 솔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 보니 그 소중했던 순간과 마음가짐은 이내 조금씩 잊히고 있었다. 하지만 경연의 마지막쯤에 비전공자들의 춤을 보면서 잃어버린 나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바라보는 예상 밖 경험을 하게 된다.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발레를 사랑하는 이 세상 모든 이에게 내가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아르떼 칼럼] 한물간 일본 만화가들에게서 발견한 것
담당한 만화 잡지가 망했다. 쓰디쓴 폐간의 맛.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사라진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남아서 다른 일을 하거나, 조직을 떠나거나. 일본 대형 출판사의 중년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 가즈오는 후자를 택했다. 그에게 자리를 내놓으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회사와 작가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내몰았으리라.30년 동안 묶여 있던 만화라는 ‘일’에서 벗어나고자 집에 있던 만화책을 모두 처분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마음을 돌린 시오자와는 다시 한번 만화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고는 만화가들을 한 명씩 만나 원고를 청탁한다. 한때 눈부시게 화려했던 일본 만화산업을 이끈 창작자들이다.그런데 시오자와가 찾아간 만화가들의 모습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미야자키 초사쿠는 왕년의 히트 만화가이지만, 그에게 만화는 생활비를 버는 수단 중 하나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오자와조차 “빈 껍데기만 남아 있다”고 실망을 드러낼 정도다. 만화계를 은퇴하고 아파트 관리원으로 일하는 아라시마야 신에게는 ‘이제 그만 찾아와달라’며 거절당한다. 심지어 다른 출판사의 전담 만화가인 이다바시 마치코를 찾아갔다가 상도덕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반짝이던 시절을 뒤로하고 속 빈 그림을 그리는 만화가, 독자의 비위를 맞추며 겨우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만화가, 가족을 위해 만화를 버렸지만 결국 가족과 불화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남겨진 만화가, 더 이상 만화가가 아닌 만화가…. 시오자와는 이들의 그림을 받아 무사히 만화책을 펴낼 수 있을까. 시오자와는 무엇을 위해 만화책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 아직 완결되지 않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다른 한 축은 젊은 만화인들의 이야기다. 개성 있는 만화로 주목받지만, 자신감과 불안 사이를 아슬아슬 오가는 만화가 아오키 슈, 아오키의 변덕에 시달리면서도 그를 성공시키려는 담당 편집자 하야시 리리코, 미야자키의 어시스턴트로 맡은 일을 말끔히 해내지만 정작 자기 작품을 내지 못하는 구사카리까지. 눈앞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그들이지만 시오자와는 그마저도 부럽다. 좌절하고 또 기뻐하며 반짝이는 시절을 지나는 중이라는 걸 알기에.<동경일일> 시리즈는 데뷔 36년을 맞은 ‘만화가들의 만화가’ 마쓰모토 다이요가 처음으로 작품에 담아낸 일본 만화계의 풍경이다. 유행하는 그림체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일가를 이뤘지만, 대중의 기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신과 동료들에게 바치는 묵묵한 응원처럼 읽힌다.시오자와가 전성기를 지난 만화가들을 모아 만화책 한 권을 내놓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지만 그가 재기를 위해 만화책을 만들려는 것 같지는 않다. 시오자와는 그저 지금껏 해온 일,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일 테다. 그런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원하던 곳에 닿으리라는 기대가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물간 만화가들일지라도, 그들이 보낸 하루하루가 무의미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그림을 부탁하지 않았을까.유키 구라모토 같은 고령의 연주자들이 지금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까닭 역시 세상의 기대가 아닌,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전성기는 지났을지라도, 손때 묻은 가구에서 윤기가 나듯 충실한 하루하루가 쌓이면 오래도록 은은히 빛날 수 있음을 이 만화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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