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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1만원 로또 주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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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30면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서울 한복판에 월 임대료 1만원인 청년주택이 들어섰다. 이 주택은 입지도 좋다.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인근에 위치한다. 게다가 ‘풀 옵션’ 주택이다. 냉장고와 드럼세탁기·에어컨·전기쿡탑·레인지후드·가구장 등 일체가 포함됐다. 가구별 면적은 35㎡(약 10.6평·공급면적 기준)이다. 자그마한 원룸이지만, 청년들이 살고픈 곳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월 임대료는 단돈 1만원이다. 비결은 동작구가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는 주택이어서다. 동작구 출자기관인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가 지역공헌 사업 일환으로 첫 선을 보였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동작구의 지원을 받아 구에서 직접 전세를 운영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복판 1만원 주택, 36명 행운
‘보여주기식’ 복지 세금 낭비 논란
입주 대상은 월평균 근로소득이 평균 50% 이하(167만6942원, 2023년 기준)인 만 19~39세 무주택자 미혼 청년이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2년간 우선 거주할 수 있고, 재계약을 통해 최대 30년까지 살 수 있다. 한마디로 최장 30년까지 거주 가능한 서울 도심의 최저가 공공주택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월세 1만원 주택이 말이 되느냐는 감탄과 놀라움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은 단 36명의 청년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파격적인 ‘1만원 임대주택’은 지방에서 먼저 시작됐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해부터 임대아파트를 전세로 빌린 뒤 월 1만원을 받고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에 재임대해준다.
임대 대상은 화순읍에 소재한 66㎡형(20평) 아파트로, 가구당 보증금 4500만원은 전액 화순군에서 지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청년과 신혼부부 몫으로 각각 50명씩 100명을 모집했다. 올해는 청년 606명, 신혼부부 51명이 신청했다. 청년의 경우 12대 1 경쟁률이다. 흥행에 성공하다 보니 당첨자는 추첨으로 뽑는다고 한다. 전남 나주시는 아예 ‘0원 아파트’도 내놨다. 청년과 신혼부부 30가구에 보증금 전액을 지원한다.
이는 지방의 청년층 이탈과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다. 실제 이들 지역에 젊은세대들이 유입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올해 화순군 1만원 주택 신청자 중 타 지역 거주자는 절반에 가까운 49%였다. 연령도 젊어졌다. 이 주택 신청자 중 29세 이하는 50%(338명), 39세 이하 39%(260명)이다. 전남 지역 자치단체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2843억원을 투입해 2035년까지 인구감소지역 16개 군에 1000가구 공급을 목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서울 동작구 1만원 주택은 이러한 인구소멸지역의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청년층을 위한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복지 포퓰리즘 논란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복권도 아니고, 이런 보여주기식 정책 문제다”, “운 좋은 36가구 청년 홍보한다고 수백만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세금 낭비이고, 시장 교란이다” 등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당초 동작구 공공주택의 임대료는 월 13만6000원이었다. 그것도 주변 시세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동작주식회사의 수익금으로 충당하도록 바뀌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입주 후 6개월 정도는 동작주식회사 수익금 3000만원 기탁금으로 운영하고, 이후에는 조례 등 제도를 마련해서 구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세금이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1만원 임대주택의 홍보 효과는 상당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임대주택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한정된 재원이라면, 로또에 당첨된 극소수 일부에게 혜택을 몰아줄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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