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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탐험] 숲 그림을 완성하는 작지만 위대한 ‘화가’ – 월간산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해온 버섯. 우리는 버섯을 먹거리나 향신료로 활용해 왔고, 영지버섯 같은 것들은 약재로도 사용해 왔다. 이렇게 놓고만 보면 버섯과 인간은 둘도 없는 친구 같아 보이지만, 그 관계 이면에는 막연한 두려움도 공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포는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실체가 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경계하고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버섯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 밝혀진 버섯 종은 1만5,000여 종. 
이렇게 다양한 버섯 중에 식용가능한 버섯은 13%인 2,000여 종에 불과하다. 버섯에는 인간을 죽음까지 내몰 수 있는 독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맨눈으로 야생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버섯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버섯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꾸준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대개 식용 가능 여부에 달려 있다. 버섯을 ‘먹기’ 위해 산을 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야생화처럼 버섯을 단순히 아름다운 피사체로 ‘보기’ 위해 산을 찾는 이는 드물다.
그런 버섯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너무 작고 하찮은 것. 우리가 따뜻한 눈길을 보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 땅속 이끼와 죽은 나무에 숨어 있는 버섯.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춰 좀더 낮은 시선으로 곰팡이의 꽃, 버섯을 마주해 보자. 고개를 숙이고 걷다보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줄 새로운 버섯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여기 식재료로서의 버섯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서의 버섯의 매력에 빠진 청년이 있다. 그는 바로 전국 곳곳의 야생버섯을 찾아다니는 생태사진작가 박상영씨. 그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아 온 버섯을 따뜻하게 보듬고 있다. 그를 매료시킨 야생버섯 왕국은 어떤 모습일까?
버섯촬영 장비소개
자그마한 버섯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박상영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장비들을 소개한다.
카메라 올림푸스 OM-D E-M1 Mark III
렌즈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60mm F2.8 MACRO
삼각대 포토클램 PTC-1341c & PTC-MINI28
플레이트 포토클램 PMR-220 매크로 포커싱 레일
etc. 올림푸스 매크로 플래시(STF-8), 우산, 기타 카메라 렌즈들
박상영씨의 탐험복장
버섯 탐험은 벌레와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뱀이나 벌을 만나는 건 비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팔, 긴바지, 목이 높은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오랜 시간 야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자외선을 가려주는 챙 넓은 모자와 선크림을 챙기는 것도 추천한다.
버섯 작품 촬영 Tip
STEP1 사진 찍기 좋은 구도를 찾아 삼각대를 설치하기
STEP2 차광 효과가 있는 우산을 펼쳐 버섯 주변 빛을 차단하기
STEP3 휴대용 조명을 활용해 버섯을 주인공으로 만들기(박상영 작가는 버섯 전방과 후방에 조명을 각각 하나씩 설치하는 편)
STEP4 카메라의 포커스 스태킹 기능을 활용해 촬영하기 
※ 포커스 스태킹이란 초점의 위치를 조금씩 움직여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사진 전체를 선명하게 하는 기술. 매크로렌즈를 사용하는 버섯 사진의 경우 이 기술을 사용하면 버섯의 모습을 더욱 정밀하게 담을 수 있다.
버섯 연구 촬영 Tip
비슷하게 생긴 버섯들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각도로 버섯을 찍어야한다.
STEP 1 버섯의 뿌리까지 나오도록 버섯의 전체적인 모습 찍기
STEP 2 버섯의 갓 뒷면의 주름살이 보이도록 찍기
버섯 초보를 위한 책
화살표 버섯도감. 최호필,고효순 지음. 자연과생태. 640쪽. 2만8,000원
버섯이 궁금해!
Q 독버섯 구별하는 방법? 
A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버섯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특정한 패턴을 가지고 자라지 않는다. 화려하다고, 위험하게 생겼다고 해서 독버섯이 아니다. 비슷하게 생긴 버섯이 많아 전문가도 구별이 힘들 정도. 야생 생존 전문가인 베어 그릴스조차 야생버섯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Q 버섯은 맘대로 채취해도 되는가? 
A 산 주인의 허락 없이 채취하는 건 불법! 
걸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생버섯은 안전하지 않다. 식용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이 많기에 야생버섯은 먹지먹지 말고 눈으로 감상하자!
Q 봄을 알리는 버섯? 
A 곰보버섯! 4월 중순에서 5월 말 은행나무 근처에서 주로 발견된다. 외국에서는 능이, 송이버섯 급 인기를 누리는 녀석이다. 고기 맛과 치즈 향이 나는 것이 특징! 다만, 곰보버섯에는 미량의 독이 있기 때문에 꼭 익혀서 먹어야 한다.
박상영 생태사진작가(@manta_fungus)
버섯을 비롯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청년 생태사진가. 한국농수산대학교 버섯학과에 입학해 버섯의 매력에 빠진 후, 현재 충북대학교에서 산림학과 석사과정을 공부 중이다. 사람들에게 버섯의 숨겨진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이 그의 목표!
버섯에 매료된 사람들!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 버섯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manta_fungus, @cho_fungi @planet_fungi 가 그들이다. 이들의 사진을 보면 어딘가에 가우디 성당같이 아름다운 버섯 왕국이 있을 것만 같다. 색다른 버섯의 세계다. 
신비의 버섯들
포도버섯
전 세계적으로 포도버섯처럼 초록색을 띠는 버섯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하다. 포도버섯은 주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발견되며, 오묘한 초록색 색감이 인상적이다. 
Mycena lux-coeli(국내 미기록종)
장마철 제주도 깊은 숲속의 썩은 나무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버섯. 주름살 가장자리에 우아하게 나 있는 갈색 선이 특징. 밤에는 초록빛 형광색으로 빛이 난다. 
 등색가시비녀버섯
화려한 외모 때문에 귀하게 느껴지지만, 전국적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흔히 관찰되는 버섯이다. 야생버섯의 매력에 입문하기 좋은 버섯.
미동정 애주름버섯속
장마가 한창이던 6월 말, 비오는 메타세콰이아의 수피에서 발견한 버섯. 애주름버섯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많아 동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동정_생물의 분류학상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것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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