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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의 행복愛 빠지다…국토종주 자전거길 라이딩 – 농민신문

산과 들에도 활기가 솟아나는 봄날이다. 따분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새로운 도전이 없나 고민하던 찰나, 운동과 성취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자전거 국토종주가 머리를 스쳤다. 전국 팔도 절경을 마주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즐거움은 어디 비할 바가 아니다. 자전거 초보자가 호기롭게 도전한 동해안 국토종주 자전거길 라이딩 체험을 소개한다.
 
“자전거 좋아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전에는 신중해야 한다. 문화부의 기획취재 회의 자리에서 당차게 내뱉은 말은 결국 기자가 체험해 써야 하는 기사로 돌아왔다. 봄철 액티비티를 주제로 자전거 라이딩이 결정됐는데, 그 체험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게 된 셈이다. 기자는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애용했지만 전문적인 라이딩용 자전거인 ‘로드바이크’는 처음 타봤다.
먼저 어디로 갈지 정했다. 전국 자전거길 정보를 소개하는 ‘자전거행복나눔’ 누리집에 따르면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전국 12개 코스, 도합 1853㎞로 구성된다. 초보자인 기자는 하루 안에 종주 가능한 ‘동해안 자전거길 경북 구간’을 골랐다. 경북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경북 울진 망양정해수욕장까지 가는 76㎞ 길이의 코스로 평균 종주 시간은 6시간이다. 한강(192㎞)과 낙동강(385㎞) 코스보다는 짧지만 강한 해풍과 반복되는 언덕은 절대 만만치 않다. 욕심부리지 않고 출발점과 58㎞ 거리에 있는 울진 기성망양해수욕장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자전거는 어떻게 구할까. 초보자는 ‘코리아 서울 바이크 렌탈’이나 ‘라이클’ 같은 로드바이크 대여숍을 이용하면 편하다. 기자는 서울 자전거 동호회 ‘자덕모의(자전거 ‘덕후’들의 작당모의)’ 소속 동호인 박석원씨와 이병탁 올림피아바이크 매니저에게 도움을 받아 자전거와 헬멧·고글을 빌렸다. 처음 헬멧을 썼을 때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이 매니저는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부딪힐 것 같으면 자전거를 버려야 덜 다쳐요.”
짐은 어떻게 쌀까. 자전거 여행은 짐이 1㎏만 늘어도 체력 소모가 크다. 코스 확인용 휴대전화와 작은 보조배터리, 저혈당 예방용 스틱형 꿀 3포를 챙겼다. 물은 휴대하지 않고 자전거행복나눔 누리집의 ‘자전거길 지도’에서 파악한 급수대와 편의점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며칠 후 오전 10시, 영덕 해맞이공원을 찾았다. 한쪽에 서 있는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국토종주 인증 부스다. ‘우리강이용도우미’ 누리집에서 구매한 국토종주 인증 수첩에 첫 도장을 찍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힘차게 첫 페달을 밟았다. 쭉 뻗은 수평선과 함께 광활한 바다가 펼쳐졌다. 동해는 생전 처음 보는 푸른빛으로 반짝였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출발부터 20㎞ 지점까지가 최대 고비다. 출발 지점을 떠나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줄지어 기다린다. 초보자들은 흔히 초반에 무리하게 힘을 쓰다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다. 기자도 처음 마주한 언덕은 기를 쓰고 기어를 바꾸며 올라갔지만, 다음 언덕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자전거를 끌고 걸었다.
“그 언덕을 혼자 지나오셨어요? 대단하시네요.”
낮 12시쯤, 22㎞를 달리고서 영덕 고래불해변 옆 정자가 있는 곳에서 숨을 거칠게 내쉬던 찰나 기자에게 자전거 동호인 3명이 말을 걸었다. 직장 동료로 부산에서 왔다는 석법준(31)·오민석(29)·엄태경씨(31)였다. 이들 역시 자전거를 탄 지는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단다. 주말에 특별히 할 것이 없어서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왔다는 그들의 말에 기자도 웃음이 터졌다. 길 위에서 함께 달렸더니 발은 가볍고, 마음도 금방 가뿐해졌다.
이동할 때마다 다른 풍광을 감상하는 것 또한 동해안 자전거길의 매력이다. 처음에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평선이, 달리다 보면 항구와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오후 1시, 32㎞ 지점에는 울진 후포항과 후포해변이 반긴다. 검은 바위에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동해안 자전거도로의 백미는 출발한 지 6시간가량 지난 53㎞ 지점, 울진 기성항에서 사동항으로 가는 언덕길이다. 기성항을 지나면 한동안 바다가 보이지 않는 산길을 달리는데, 짧은 터널을 지나 산 사이로 내리막을 달리면 시야가 탁 트이며 마치 바닷속으로 빠지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네명 모두 천근 같던 다리는 잊고 홀린 듯 쪽빛 바다를 보며 달렸다.
목적지인 58㎞ 지점 기성망양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30분. 예상 시간보다 1시간 더 걸렸다. 혼자서는 절대 못 왔을 것이란 말에 석씨도 웃으면서 응대했다.
“저도 저희끼리만 있었으면 진작 포기했을 텐데 기자님 덕분에 왔네요.”
석씨는 기자를 부산으로 초대하며 다음 코스로 경남 남해를 권했다. 풀린 다리로 5월 일정을 잡았다.
영덕·울진=정성환 기자 ss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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