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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맛집 투어, 4박 5일의 맛집 리스트 – 디에디트

2024. 05. 05

4박 5일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맛집 투어가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전시, 랜드마크 등 어느 것도 관심이 없어서 동선은 식당에서 식당으로 계획했고, 틈틈이 소화하기 위해 골목을 산책했다. 미쉐린 빕구르망 위주로 방문했으며, 아닌 곳도 섞여 있다.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 때문에 매혹되었는데, 화려하지 않으면서 경건했다. 음식을 대하는 셰프의 태도와 그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손님들의 태도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졌다.
내가 다녀온 맛집에 미쉐린 빕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요리가 선정 기준)이 많아서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다. 이건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좋다.
내가 빕구르망을 참고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음식이 빕구르망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코스 요리를 잘 먹지 않는 한국 식문화는 미쉐린 가이드와 맞지 않아서 유명한 맛집은 웬만하면 빕구르망에 몰려 있다. 우래옥, 필동면옥, 꿉당, 담택, 구복만두 등 맛집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도 그 도시의 꿉당, 그 도시의 우래옥이 궁금하기 때문에 빕구르망을 참고하는 편이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코스 요리를 먹고 싶다면 당연히 1스타 이상을 참고하는 게 좋다.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된 곳이며, 예약하지 않아도 타이밍만 잘 맞추면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친절한 서버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진지한 주방의 무드가 느껴져 마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돈카츠를 두 번 먹었는데, 두 번 모두 비슷한 경험이었다. 돈카츠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진지했다.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는 동작, 튀김옷을 섬세하게 바르는 손동작, 절도 있게 돈카츠를 써는 행위에서 ‘수련’이라는 단어마저 떠올랐다. 솔직히 말해 맛있는 돈카츠였으나 비슷하게 잘하는 식당을 한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따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거다. 나는 새우튀김, 고기 완자 튀김이 함께 있는 믹스 카츠를 우선 먹고, 히레카츠와 카츠산도를 연달아 시켰다. 카츠산도를 가장 추천한다.
위치: 일본 〒101-0052 Tokyo, Chiyoda City, Kanda Ogawamachi, 2 Chome−8, Ougi Building, 1階
해외여행을 가면 꼭 먹는 음식이 있다. 버거 그리고 화덕피자. 이번에도 역시 버거를 먹었다. 비싼 게 흠이지만 평이 꽤 좋은 버거 레볼루션이라는 곳에 방문했다. 타베로그로 예약을 하고 방문했으나 예약 없이 방문할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클래식 버거 가격이 1980엔이라 비싼 편이고, 소고기 품종은 구로게 와규와 고베 비프 두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고, 고베 비프가 800엔 더 비싸다. 내가 먹은 버거는 시그니처 메뉴인 ‘BRT 버거’. 가격은 2820엔. 치즈, 베이컨, 달걀, 패티가 푸짐하게 들어가는 버거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맛있는 패티와 번을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버거를 먹기 위해 멀리서 찾아가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으나 버거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알아두면 좋을 수도?
위치: 일본 〒106-0032 Tokyo, Minato City, Roppongi, 5 Chome−9−22 シュアービル福鮨 1F
압도적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나폴리 피자를 보존하기 위한 협회 ‘나폴리 피자 협회’에 정식 등록된 핏제리아다. 협회에서는 화덕의 사이즈, 도우의 두께 등 정통 나폴리 스타일을 엄격히 규정하기 때문에 협회에 등록된 핏제리아라면 맛이 없기도 힘들다. 도우는 촉촉했고, 적당히 얇아서 토핑이 아래로 흘러내릴 정도라 만족스러웠다. 야외 테라스석이 있어서 날씨 좋을 땐 테라스석을 추천한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자 반갑게 인사하며 BTS와 뉴진스의 곡을 연달아 틀어줬다. 당연히 추천 메뉴는 마르게리따 피자. 마무리는 젤라또.
위치: 일본 〒106-0047 Tokyo, Minato City, Minamiazabu, 5 Chome−15−25 1F
빕구르망에 올라간 소바집이다. 현지의 제대로 된 소바를 처음 경험하다 보니 조금 낯설었다. 평양냉면이나 소바나 결국 메밀로 만든 국수인 건데 메밀의 향을 생각하면 한국의 평양냉면이 더 좋았다. 어쩌면 평냉처럼 3번 이상은 먹어야 진가를 알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소바를 먹기 위해서는 코스로 주문해야 된다고 해서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코스를 시켰는데, 사진으로는 없지만 어란에 비벼 먹는 소바가 특히 맛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종류의 소바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바에 대한 더 많은 경험치가 필요할 것 같다.
위치: 2 Chome-14-5 Nishiazabu, Minato City, Tokyo 106-0031 일본
마찬가지로 빕구르망이다. 한적한 골목에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고, 별도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 오전 8시 30분에 문을 열고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지되어 있는데, 보통 1시쯤에 재료 소진된다고 한다. 나는 일부러 애매한 시간 오전 11시에 방문해서 15분 정도 기다리고 입장했다. 가게의 특징은 눈 앞에서 사장님이 가츠오부시를 갈아주신다는 것. 그 장면이 인스타그래머블해서 영상을 많이 찍는다. 보통 가츠오부시가 올라가는 밥 세트와 날달걀을 많이 시키는데, 나도 밥에 날달걀을 비벼 먹어봤지만 내 소감은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군’이었다. 추가로 가라아게를 시켰는데, 특이하게도 가다랑어 가라아에였다. 발사믹 소스의 맛이 느껴지는 제대로 된 별미였다. 밥은 잘 모르겠고, 가라아게 때문에 재방문하고 싶을 정도.
위치: 일본 〒150-0032 Tokyo, Shibuya City, Uguisudanicho, 7−12 GranDuo渋谷 B1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가 쓴 추천 기사가 있어서 간단하게 소감만 써본다. 오후 1시쯤에 방문해서 3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으나 바리스타의 친절한 접객 덕분에 너무 즐거웠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했다. “평소에 어떤 커피 좋아해요?”, “라떼는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게 솔직히 더 어울려요.”, “이 원두랑 이 원두가 그 메뉴에는 어울릴 거예요. 문제는 가격인데, 조금 더 저렴한 원두도 있는데 이것도 맛이 좋아요.” 나는 럼, 체리 향이 나는 코스타리카 원두를 따뜻한 라떼로 마셨는데, 정말 그 향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먹었던 라떼 중 가장 맛있었다. 바 테이블 자리는 낯선 사람과 스몰 토크하기에 좋아서 옆에 앉은 한국인과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인스타그램 맞팔을 하기도 했다.
위치: 일본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4 Chome−14−8 VORT銀座イーストIII 1階
분명 ‘E’ 성향일 것 같은 오니기리 장인이 만들어주는 오니기리 전문점이다. 외국인 손님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예약을 할 수 없으며 무조건 줄을 서야 하는데,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날씨가 덥고 습해서 기다리느라 꽤 힘들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몇 피스 먹을 건지 물어보는데 보통 2개 혹은 3개를 먹는다고 하길래 나는 3개를 먹겠다고 말해줬다. 내부는 아담하고 바 테이블이 있음에도 혼자 온 손님에게도 4인 테이블로 안내해 주는 큰 마음을 지녔다. 오니기리 하나에 300엔이라 저렴하게 느껴졌고, 나는 구운 연어, 간장으로 졸인 멸치(아마도), 생멸치 오니기리를 먹었다. 사실 내가 기대한 건 속 재료보다는 밥과 김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무 평범해서 할 말이 없다. 맛있는 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밥이었다. 어쩌면 외국인들에게는 이 정도로 맛있는 밥을 먹을 기회가 없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사쿠사에 숙소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볼 수는 있겠다. 여기도 역시 미쉐린 빕구르망이다.
위치: 일본 〒111-0032 Tokyo, Taito City, Asakusa, 3 Chome−9−10 キャピタルプラザ浅草
예약 없이, 웨이팅 없이 방문했다. 방문하면 예약하셨냐고 물어보는데 안 했다고 하면 조금 기다리라고 말한 후 자리를 안내해 준다. 아마 내가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 싶었다. 오픈 키친이라 눈앞에서 하얀색 조리복을 입은 셰프가 돈카츠를 만드는 장면을 하나하나 눈에 담을 수 있는데, 이게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질 정도다. 셰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동작은 ‘당신이 주문한 카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대충이 없다.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꺼내고 튀김가루를 정성스레 묻히고,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정확한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한동작 한동작을 하는 듯했다. 히레카츠를 추천한다. 돈카츠 식당 하나만 추천한다면 이곳이다. 마찬가지로 미쉐린 빕구르망 식당이다.
위치: 3 Chome-4-11 Nihonbashiningyocho, Chuo City, Tokyo 103-0013 일본
오반자이 전문점이다. 오반자이는 교토식 가정식, 한국식으로 이해하면 백반집 정도라고 보면 된다. 사장님은 고치현의 가정식을 선보인다고 하는데, 주재료는 시라스(멸치)다. 나는 4900엔짜리 코스를 주문했다. 시라스만 먹었을 때는 큰 임팩트가 없었으나, 마지막쯤에 먹은 시라스동(밥 위에 시라스와 버터를 올린 덮밥)과 감바스 알 아히요 같은 비주얼의 시라스 요리는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라스동을 먹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처음에는 밥과 시라즈, 두 번째는 버터를 녹여서 함께, 세 번째는 기름 국물을 살짝 비벼서 먹으면 된다. 시라스의 감칠맛이 밀도 높게 응축되어 있었다. 바게트에 찍어 먹어도 훌륭했다.
예약하고 방문해야 하며, 외국인 손님은 거의 없다. 나에게도 “어떻게 알고 예약을 했냐”라고 물어봤고, 가게 오픈 이후에 한국인 손님을 처음 볼 정도라고 하니 아마 이 리뷰를 읽고 찾아간다면 무척이나 반가워할 거다. 디에디트 자랑을 많이 해봐서 디에디트에서 추천해 줘서 왔다고 한다면 혹시나 알 수도 있다.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 손님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장원영, 눈물의 여왕, BTS, 한국말) 덕분에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홈메이드 진저 에이드도 추천한다.
위치: 일본 〒106-0032 Tokyo, Minato City, Roppongi, 7 Chome−10−30 第2清水ビル 一階
라멘 경험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 서울에서 먹은 라멘이 전부였고, 일본에서는 이치란 라멘 몇 번과 유명하지 않은 일본 라멘집 몇 군데. 이루카 도쿄는 일본 라멘 마니아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라멘집 중에 한 곳이라고 한다. 명성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루카 도쿄는 명성에 부합하는 맛을 보장하는 곳이다. 전통의 맛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다. 쇼유라멘에 트러플이 들어간다거나, 유즈시오라멘에 버터가 들어가는 식으로 색다른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 재료 하나하나와 국물이 지친 몸을 금세 회복시킬 정도로 훌륭하다. 솔직히 말해, 쇼유라멘은 다른 곳에서도 먹어봄직할 정도였으나 유즈시오라멘은 충격적일 정도로 맛이 깊고 다채로우며 향긋해서 다시 도쿄에 간다면 또 가고 싶다. 이루카 도쿄의 유일한 흠은 웨이팅 난이도가 극악이라는 것. 나는 비 오는 날 2시간을 기다린 끝에 먹을 수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은 따로 없다. 라멘의 물기를 털어내는 과정이 인스타그래머블한데, 주방 사진은 찍을 수 없을 수 없으니 눈으로만 감상하자.
위치: 4 Chome-12-12 Roppongi, Minato City, Tokyo 106-0032 일본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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