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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꽃이 화사한 가풀낭 < 약초선비 < 연재칼럼 < 기사본문 – 제주투데이

'가풀낭'은 장미목 콩과식물 낙엽활엽 관묵으로 실거리나무의 제주말이다.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며, 한국에 자생지는 제주와 호남 등 남부지역이다.  그 중 제주의 자생지가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실거리나무의 제주식 이름도 매우다양하다. 가풀낭, 범주리가시, 범주리가시낭, 씰거리낭 등. 모두 제주에서 불리우는 이름들이다.
'씰'은 우리가 입는 옷의 재료가 되는 '실의 제주식 발음이다.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가시가 낚시바늘같이 거꾸로 휘어지듯이 달리는 씰거리낭의 가시에 옷자락이 한번 걸리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
한 두군데 걸 린것을 그대로 당기면 옷이 찢어지거나 실만 늘어나면서 가시는 절대로 그냥 빠지지 않는다. 뒤돌아 서서 가시를 뒤로 뺄려고 하다가도 잘못하면 다른 부분이 가시에 연속적으로 걸리게 된다.
옛날 제주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한숨 쉴 때마다 '날 잡으러 오는 체시는 실거리낭에 걸려서 못오느냐'고  통곡의 한숨을 토했다. 한번 걸리면 저승사자도 쉽게 빠져나갈수 없는 독한 가시가 바로 씰거리낭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가시는 나무줄기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꽃과 이파리만 제외하고 잎자루에까지도 어디 하나 가시없는 곳이 없는 나무다. 씰거리나무가 자생하는 곶자왈 지대는 가끔씩 소나 말등 가축들이 지나가다가 꼬리털이 감겨서 몸부림치다가 털이 뽑혀서 남은 흔적들을 보게 된다.
사람이라면 윗옷이 심하게 걸렸을 때 윗도리를 가시나무에 벗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바지가 걸렸을때는 이노릇을 어찌 해야할까? 육지에서도 실거리나무를 띠거리나무, 띄거리 나무라 했다. 그것을 보면 나무의 가시가 걸려 당기는 성질을 보고 이름이 나온듯하다.
그렇다면 가풀낭은 무슨뜻일까? 범주리는낭은 무슨뜻일까? 이것은 앞으로 연구해볼 과제다. 실거리나무는 씰거리낭에서 시작이 되었을까? 아니면 실거리나무에서 씰거리낭으로 왔을까?
조선 중기 이후 문헌들은 찾아봤지만 그 이전에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 주 자생지가 제주라는건 알게됐다.
실거리나무는 독한 가시를 가졌기에 쓸만한곳도 있었던 나무다. 옛날 제주도 남제주군 중문면 중문리, 내가 태어난 못동네에는 4.3 성터가 있었다. 바로 나의 외가집 우영팟 울타리를 지나는 성담에는 씰거리낭이 있었다.
높이 3미터가 넘는 성담 밑에 심어진 두 줄기의 씰거리낭이 성담 위에서 좌우로 가지를 뻗어 퍼져나갔다. 옛날 어른들은 그 가시가 있는곳은 보초를 안세우고 한번씩 순찰만 돌았다고 했다. 그 실거리나무는 1970년대 중반쯤 밭에 농사 짓던 분이 보리짚을 쌓아놓고 불 태워 없애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자랐다.
실거리나무는 가축의 울타리를 막거나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돌담옆에 둘러치기도 했던 나무다. 특히 가축을 많이 방목하던 제주에서 가축 방목지에 돌담이 허술한 곳으로는 가축들이 이탈, 농작물을 뜯어먹는 피해를 막기위해 쓰던 나무다. 들판에 널려있는 탱자나무와 함께 실거리낭은 가시가 험해서 울타리에 얹어놓기만 해도 동물이나 사람이 쉽게 넘나들지 못한다.
제주에서 '가풀낭'이라 하는 실거리나무는 무서운 가시를 가졌지만 따뜻한 해안가에는 4월 하순부터 노오란 꽃이삭이 총상 꽃차례로 솟아 오른다. 화사한 꽃들이 꽃이삭에 모여 피기시작하면 5월 중순 이전까지 중산간 곶자왈과 오름기슭의 덤불에서 매우 아름다운 꽃을 볼수가 있다.
제주 시내에서 가까운 곳은 제주시 별도봉 산책길, 오현중학교 체육관 후문 쪽이다. 한 무리의 거대한 노랑꽃을 볼 수 있다. 지금쯤 한창일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5월을 상징하는 꽃을 장미라 한다. 실거리나무꽃은 우리나라에 5월의 꽃이다.
꽃이삭은 하늘을 보고 솟았지만 50원짜리 동전 둘레만한 통깊은 작은 꽃들은 아래를 향해 핀다. 붉은색의 꽃심은 선명해 난꽃과 흡사하다. 아까시잎을 닮은 나무잎은 잎자루에 양쪽으로 달려있다. '저렇게 예쁜 꽃이 이런 험한 가시나무에서 필수가 있나' 하게 된다.
콩꼬투리 비슷하게 생긴 열매는 여름에 녹색으로 달렸다가 가을에 갈색으로 익으면 스스로 벌어진다. 꼬투리하나에 씨앗은 6~8 개가 들어있다. 작은 콩알같은 조금 납작하고 단단한 씨앗들이다. 옛사람들은 이것으로 염주를 만들기도 했다. 
동의학에서 씨앗을 '운실'이라 했다. 이질과 설사에 쓰거나 해열제로 썼다. 맛은 맵고 따뜻하다. 줄기와 뿌리껍질은 감기, 두통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성질은 덥고 맛은 떫다. 독성이 있는편이라 아무렇게나 사용하지 않는것이 좋다.
아름다운 5월의 꽃이 노랑노랑 하여 초록색과 어울리는 가풀낭꽃. 꽃말은 '천천히 오세요'다. 지금은 불모의 땅에 버려진 가시나무꽃이지만 그 아름다움과 유용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귀한 몸값을 올리며 대접받는 자원식물로 다시 태어나리라 생각해본다.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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