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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민신문] [관람기] 요절화가에게 보내는 시인의 추도시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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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생활문화센터에서 4월 5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신완섭 시인(이하 시인)의 ‘요절화가 시화전’에 다녀왔다. 
 
▲ ‘요절화가 시화전’ (사진=전주호)     ©군포시민신문
 
입구에 들어선 나를 맞이한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요절 화가 3인이었다. 아내와 사별하고 취기에 헤매다 경찰관의 오발로 명을 달리한 이인성(1912~1950), 가난 속에서도 17세의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 받았으나 결핵으로 스러진 김용조(1916~1944), 생이별의 슬픔에 잠겨 전국을 떠돌며 담배 은박지에도 가족을 그렸다는 이중섭(1916~1956)의 예술과 생애를 시인은 여섯 글자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다시 육행시로 풀어냈다. 
 
걸음을 오른쪽으로 옮기니 조선 후기 화가 전기(1825~1854), 현대화가 김종태(1906~1935), 구본웅(1906~1952), 강태석(1938~1976)의 시화가 놓여 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2000년대 이후의 미디어 아트를 연상케 하는 강태석(1938~1976)의 회화였다. 폐결핵을 앓으면서도 산촌을 떠돌며 자신만의 양식을 만들고자 도전했던 그의 삶을 시인은 강박, 관념, 실험으로 간추렸다. 여기서 왼편에는 손성완(1968~2006), 정관훈(1965~2005), 최욱경(1940~1985), 손상기(1949~1988), 오윤(1946~1986)의 시화가 있었다. 최욱경 화가가 죽은 작업실 벽에는 ‘일어나라, 좀 더 너를 불태워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그림과 시인의 시에선 그 문구에 걸맞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시선을 뒤로 돌리면 여기부터는 해외 화가의 시화가 배치되어 있다. 왕희맹(1096~1119)이라는 북송 화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요절한 줄은 처음 알았다. 그의 그림 속 산천초목이 품은 신비한 청록색을 시인은 ‘강물의 일렁거림이 뿜어대는 푸른 빛’으로 말미암아 물들었다고 표현했다. 옆으로는 각각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를 풍미한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 카라바조(1573~1610)의 시화가 있다. 같은 지역에서 다른 시대의 예술을 이끈 두 화가의 그림과 시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카라바조의 뒤편으로 돌아가면 유럽의 후대로 이어진다. 그 유명한 고흐(1853~1890)를 비롯하여 같은 후기 인상파의 대표 화가들인 쇠라(1859~1891), 로트렉(1864~1901)의 시화가 놓여 있다. 그 밑에는 시인의 추모시 <왜 그랬나요> 가 있다.
 
‘그대들은 죽어서도 죽은 자가 아닙니다.
영원토록 불멸할
산 자입니다.’
 
시선을 뒤로 돌리면 벽에는 근현대 서양화가들이 있다. 모딜리아니(1884, 1920), 에곤 쉴레(1890~1918) 등 익숙한 회화들도 보인다. 감상 순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캐나다의 화가 매튜 왕(1984~2019)이다. 그는 전시작가 중에서 가장 최근에 요절한 사람으로, 관객인 나와 동시대를 살던 사람이란 점이 한 층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투렛 신드롬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동양계 서양화가인 그를, 시인은 이은상의 시 <사랑>을 인용하여 동양적인 분위기로 추모했다.
 
요절한 작가들의 작품이 강렬한 색채와 심상으로 후대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을 요절에 이르게 한 환경과 마음의 괴로움 뿐 아니라, 숨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한 처절한 몸부림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훌륭한 전시와 시를 통해 각국의 예술가들과 접하고 그들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신 신완섭, 안보영 두 분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군포시생활문화센터 커뮤니티갤러리홀은 주민의 친목도모와 휴식을 위해 매주 월~금 9시부터 18시까지 열려있는 공간이다. 전시 감상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방문하여 쉬는 시간을 가지며 느긋하게 시화를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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