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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명품백 수사, 윤석열 기자회견 앞두고 급했나 – 시민언론 민들레

검찰이 돌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요란한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검찰이 고육지책으로 짜낸 면피용 꼼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아가 22대 국회에서 예고된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대비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미리 면죄부를 주고 특검법의 김을 빼기 위한 수순일 것이라는 게 야권과 시민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또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제기하는 '특검 방어용' 지적에 대해서는 "추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일선 수사팀에서 수사하는 것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만 했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주례 정기보고를 받고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송 지검장에게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13일 김건희 씨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을 건네받는 현장 영상은 물론, 그 이전 최 목사와 김 씨가 여러 차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돼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도 지난 5개월간 사건을 뭉개고만 있던 검찰이 느닷없이 부산을 떠는 모양새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서울의소리' 측은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당초 오는 9일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백 대표 측이 연기를 요청해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주변을 향한 집요한 먼지떨이 수사 행태와는 정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의혹' 수사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던 검찰이 황급히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선전하기 시작한 건 우선 9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더해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치자 마지못한 듯 2022년 8월 취임 100일 회견 이후 무려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관련 질문이 나올 건 불 보듯 뻔하고 이 문제는 가장 인화성이 강한 사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기자회견을 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리 대처 방안을 고심했을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지난 2월 7일 KBS 대담 때처럼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가는 여론이 결정적으로 폭발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모범 답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기자 질의에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한다고 하니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답하면서 추가적으로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 설치 방안을 적당히 둘러대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이 경우 기자가 최대한 구체적이고 예리한 추가 질의를 준비해야 하지만 그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전반적인 행적을 볼 때 기대하기 어렵고, 현장에서 대변인 등 사회자가 처음부터 질문자를 선별하거나 추가 질문을 차단할 수도 있다.
 
기자회견이 당장 급한 불이라면 김건희 특검법은 22대 국회 개원 초에 터질 시한폭탄이다. 대통령실과 검찰 입장에서는 특검법 발의 명분을 어떻게든 약화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수사를 할 만큼 했다'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적인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오히려 김건희 씨에게 방탄막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는 시나리오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가 명품 가방을 받은 것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느냐가 쟁점인데, 설혹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역시 처벌 불가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서면 신고 의무'를 따질 것도 없이 디올백 수수 사실을 당시에 알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뇌물 수수 혐의의 경우 대가성과 함께 윤 대통령 부부의 '경제공동체' 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검찰에 그만한 의지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반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거꾸로 최 목사를 기소할 수는 있다. 이는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던 윤 대통령의 KBS 대담 발언에도 부합한다. 김건희 씨 주가 조작 의혹은 4년 넘게 묵혀 온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은 아예 프레임을 뒤바꿔 적반하장식 수사를 진행하며 특검 도입 명분을 희석시킬 가능성을 두고 야권은 경계심을 높여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 부활을 앞두고 '검찰이 용산에 반기를 들었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근거는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 수사의 배경을 세 가지로 추정했다. ▲뒤늦게 국민적 요구에 부응 ▲용산 대통령실 및 김건희 세력에 대한 반발 ▲특검 여론 무마 등이다. 그는 우선 "(검찰이) 이재명 대표 부인에 대해선 자기가 쓰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하는 5인분 식사 비용 7만 8000원을 가지고 기소했는데,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 300만 원 명품백 받은 사건은 모르는 척한다고 하면 불공정하고 부당하지 않은가"라며 "그래서 검찰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일까 라고 하는 기대도 일부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편으로는 (검찰하고 용산 간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닌가. 특히 김건희 세력에 대한 불만이 검찰에서 있을 수 있다"면서 "한동훈을 중심으로 한 이원석, 송경호, 여기가 김건희 수사를 하면서 세 과시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대통령실이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는데 이건 가족들과 친인척의 비리 등을 사전에 검토하기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하는 의미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울러 "한편으로는 또 뒷북 아닌가. 검찰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든지 아니면 특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면서 "저번에 곽상도 전 의원 50억 퇴직금 사건도 있지 않았나. 특검 여론이 높아지니까 검찰이 갑자기 소환 조사하고 어쩌고 야단법석을 피웠는데 그때의 모습하고 거의 비슷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속단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구중궁궐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긴장과 암투가 다 드러나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어쨌거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갈등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온갖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던 수사를 갑자기 추진하는 저의가 김 여사를 보호하려는 '약속 대련'을 위해서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수사해 이달까지 마치라는 총장의 지침은 김 여사에게 붙은 의혹들의 꼬리표를 빨리 떼 주려는 형식적 수사를 우려하게 한다. 영상 증거가 다 남아 있는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척하면서 다른 의혹들은 얼렁뚱땅 넘기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니 부랴부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며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검찰 수사는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요구만 더욱 확산시킬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조국 대표는 검찰이 결국 대통령 부부를 불기소 처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건희 씨가 소환 거부를 하면 슬그머니 꼬리 내리고 서면 조사로 마무리한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한다"며 "김 씨로부터 디올백 수수 건을 윤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진술을 얻을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김건희 씨의 수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 그리고 재임 중 기소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한다"고 예상했다.
조 대표는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검찰이 김 씨 소환 후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도 하는가이다"라며 "이원석 검찰총장의 의도는 디올백 수사를 세게 하는 척하면서 국민들이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수사 방기(放棄)를 잊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수사팀 검사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다음 인사에서의 승진 생각에 꼬리를 내리고 있는가?"라며 "실명을 하나하나 거론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게시판에 윤석열이 내세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찬양하는 글을 앞다투어 올리던 검사들은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인권국장과 법무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지냈던 황희석 변호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기회주의적 정치 검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2017년 가을부터 2020년 새해 초까지 법무부에 근무하면서 만나 알게 된 검사들, 특히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 등이 한창 수사를 진행할 때 그 무리 속에 있던 검사들이 참 즐겨 읊어대던 말이 바로 '거악척결'이었고 '수사의 독립'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그 검사들 상당수가 검찰의 최고위급 간부로 남아 수사, 기소, 영장청구, 형집행에 대한 어마어마한 권한을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행사하거나 불행사해 왔다"며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자비할 정도로, 정치적 의도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행사한 반면, 정작 행사할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소리치고 외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모르쇠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내가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사건을 고발한 것은 2020년 4월, 그로부터 4년이 흘렀고 공범들은 전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검사 제군들, 당신들의 거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고, 당신들은 또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해왔는가?"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총선으로 윤석열 정권이 심판을 받으니까, 윤석열 정권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으니까, 국회가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것 같으니까, 부랴부랴 발 등에 불이 떨어져서 그나마 디올백 수사라도 하는 시늉을 한다는 것쯤은 모두가 추측할 수 있다"면서 "검사 제군들, 당신들에게 부여된 권한은 그 정당성을 모두 상실했다. 입이 열 개, 아니 백 개라도 검사 제군들이 설 자리는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검찰총장 이원석은 한동훈과 연수원 같은 동기 같은 반 출신이고, 대검차장 신자용은 검찰에 대한 통제력을 보강하기 위해 작년 가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다가 긴급하게 대검으로 들어간 윤석열 정권의 오랜 충복인데, 이들이 김건희 씨를 제대로 수사하도록 지시할 리가 없는 사람들임을 쉽게 추론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수사 지시는 김건희 씨에게 휘두르는 칼이 아니라 그 어깨에 내려앉은 먼지를 말끔하게 떨어내는 먼지떨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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