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파일

축제의 열기… '에너지'에 도취되다 – 스포츠한국

사이조 마쓰리 참가자가 700kg에 달하는 가마를 힘차게 끌고 있다.

일본은 ‘마쓰리'(축제)의 나라다.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크고 작은 것 다 합치면 약 2,500여개는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마쓰리를 보면 ‘일본’과 ‘일본인’을 좀 더 알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10월 중순 시코쿠 에히메현의 사이조 마쓰리와 가가와현의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를 참관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한바탕 난장(亂場)은 참가자들을 무아지경으로 내몰았다.
축제 기간 도시 인구의 2배 몰려… ‘화합의 장’
▲”설, 추석보다 마쓰리가 우선”
일본인은 ‘화(和)’를 중요시한다고 했다. 튀지 않고 조화를 통해 집단에 스며드는 것을 최고로 친다는 말일 게다. 따져보면, 그래서 일본의 전통적인 것에는 항상 ‘화’자가 붙는다. 전통음식은 화식, 전통과자는 화과자, 전통양식의 방은 화실이다.
마쓰리는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개인 간 결속력을 다지는 행사처럼 보였다. 마쓰리가 열렸던 사이조시(市)와 니하마시의 인구는 각각 10~12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쓰리 기간 이 숫자는 약 두 배로 증가한다고 했다. 관광객이 몰리는데다 특히 외지에 흩어졌던 일가친척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 관계자는 “설이나 추석은 건너뛰어도 마쓰리 때는 모두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니하마에서 만난 사라카와 다카아끼씨는 “마쓰리는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축제다. 1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고 설명했다. 또 이시카와 미노루씨는 아버지, 아들과 함께 3대가 마쓰리에 참가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현지 주민들의 참여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마쓰리 기간 해당 지역의 회사는 문을 닫고 학교는 수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
‘힘 자랑 아니죠~’ 신 숭배 해위… 오래 버텨야 미덕
▲700kg 가마, 2.5톤 수레 번쩍!

사이조 마쓰리의 백미로 꼽히는 ‘가와이리’. 참가자들이 가마를 번쩍 들고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강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다. 십여분의 시간이 사이조 마쓰리의 절정이다.

‘집단’의 힘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마쓰리는 고대 농사의 풍작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에서 비롯됐다. 각 지역의 신사(神社)가 중심이 되고 지역주민들이 참가해 행해졌다. 전통 마쓰리는 그래서 대부분 신(神)을 숭배하는 행위가 주가 된다. 신을 가마나 수레에 태워 마을을 돈 후 다시 본래 자리로 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사이조 마쓰리에서는 신사를 상징하는 가마를 끌고 하루 종일 마을을 돈다. 그런데 이 가마의 무게가 약 620kg. 여기에 어른 2명이 탄다고 하니 그 무게는 700kg을 훌쩍 넘긴다. 20명씩 두 팀이 번갈아 가마를 끌고 마을을 온종일 행진했다. “새벽 2시부터 저녁 5시까지 교대로 가마를 끌고 다녔다”고 한 참가자는 말했다.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에 사용되는 수레 무게는 무려 2.5톤이나 된다. 수레에는 큰 북도 실렸다. 다이코는 ‘큰 북’ 이라는 의미다. 북 소리는 ‘신의 눈을 뜨게 만드는 소리’라고 했다. 역시 수십명의 사람들이 수레를 끌며 마을을 온종일 휘젓고 다녔다. 하이라이트는 수레를 번쩍 들어 올리는 과정이다. 오래 버티는 것이 ‘미덕’이란다.
대체 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종착점에 도착한 참가자들의 몸은 땀에 젖었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다. 비틀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았으며 가마와 수레를 끝까지 부여잡고 있었다.
구호 외치며 강으로 풍덩~ ‘혼돈’ 그리고 ‘무아의 경지’
▲축제 본연의 원시성을 보다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 참가자들이 힘차게 수레를 끌고 있다. 이들에게 마쓰리는 “1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마을을 돌 때 참가자들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추고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며 걸었다. 술병을 들기도 했고 그래서 눈이 몽롱해진 이들도 있었다.
절정의 순간은 ‘혼돈’이었다. 사이조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는 가마가 일제히 강으로 뛰어드는 때다(가와이리). 어둠이 깔리면 강변에 모인 80대의 가마 중 10여대가 한꺼번에 강으로 돌진했다. 신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의식이라고 했다. 가마를 든 사람들이 동시에 함성을 지르며 10여분간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가마들은 강변에서 요동쳤다. 달 밝은 가을 밤, 강변에서 벌어진 난장은 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혼돈’에서 축제 본연의 원시성을 봤다. 신과 접촉하기 위해 자신을 무아지경의 경지로 내모는 태고의 인간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의 백미는 2톤이 넘는 수레 4대를 연결해 한꺼번에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가키쿠라베)이다. 시작 신호와 함께 우레 같은 함성이 터지고 수레들은 하늘로 치솟았다. 이 날 억수같은 비가 내렸다. 함성과 비와 격렬한 몸짓이 어우러지며 축제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원초적인 뜨거움이 꿈틀거리는 듯 했다.
사이조 마쓰리와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는 작은 규모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본 간다면, 여행지 말고, 마쓰리도 한 번 구경해볼만하다.
▲여행메모

수레를 번쩍 들어올리는 ‘가키쿠라베’는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다. 무게 2.5톤에 달하는 수레 4대를 연결한 후 참가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시코쿠는 일본의 주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섬이다. 큐슈의 3분의 2정도 크기로 혼슈와 큐슈 사이에 위치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마쓰야마(에히메현, 화·금·일), 인천-다카마쓰(가가와현, 화·목·일) 구간을 주3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각각 약 1시간 30분이다. 시코쿠 여행 시 ‘올 시코쿠 레일패스’를 이용하면 합리적이다. JR을 비롯한 각종 열차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정액 패스다. 2, 3, 4, 5일짜리가 있다. 한국여행사나 현지 기차역 내 관광안내소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에히메현 사이조 마쓰리는 사이조 지역 4개의 신사가 중심이 돼 진행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소노신사 마쓰리는 매년 10월 15~16일 열린다. 에히메현의 마쓰야마는 여행지로도 괜찮다. 도시가 호젓하고 단아하다. 마쓰야마에서 사이조까지 버스로 약 1시간 30분 거리다.
마쓰야마 도고온천은 30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 최고(最古) 온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쇼와시대, 다이쇼시대에는 천황도 다녀가 ‘황실온천’으로도 알려졌다. 시인, 화가 등도 자주 찾았다고 전한다. 1894년 지어진 도고온천 본관은 공중목욕탕으로선 처음으로 1994년 일본 국가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등장하는 ‘큰집’이 이 건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알려졌다.
마쓰야마 시내를 관통하는 ‘봇짱열차’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1880년대 운행되던 꼬마 증기열차를 복원했다. 메이지시대 발표된 일본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에 등장해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메이지시대 건물로 복원된 도고온천역, 매 시간 꼭두각시 인형들이 시간을 알리는 카라쿠리 시계도 볼거리다. 시계탑 옆에는 족욕온천탕이 마련돼 있다. 쇼핑가도 위치한다. 일본의 3대 평산성(산을 깎아 만든 평지에 세운 성)으로 꼽히는 마쓰야마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친인척들이 한 때 머물렀던 곳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미로처럼 지은 일본 성곽문화를 엿볼 수 있다. 천수각이 웅장하고 멋지다.
△가가와현 니하마 다이코 마쓰리는 매년 10월 16~18일 열린다.

봇짱열차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는 건축, 예술에 관심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예술의 섬’으로 알려진 나오시마에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갤러리 겸 리조트 베네세 하우스, 세계 최초로 지하에 건설된 지추미술관, 한국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이우환 미술관 등이 있다. 지추미술관은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드마리아 등 세명의 작가 작품 9점이 전시돼 있다. 각 건축물들은 자연을 최대한 살려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또 항구와 해변에는 나오시마의 마스코트가 된 구사마 야요이의 설치작품 ‘노란 호박’ 등이 있다. 혼무라지역에는 빈집을 예술작품으로 변신시키는 아트하우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7개의 아트하우스가 현재 운영 중이다. 세계적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몸소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 다카마쓰 항에서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까지 페리가 다닌다. 일반 페리는 약 40분, 고속 페리는 약 20분 걸린다. 나오시마로 향하는 세토내해의 뱃길풍경이 참 아름답다.
가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다.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 이곳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면발이 일품이다. 시코쿠관광협회(087)813-0443 www.tourismshikoku.org/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02)777-8601, www.welcometojapan.or.kr

마쓰야마 성
도고온천 본관

source

Keep Reading

이전다음

댓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