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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세 날릴라” 잠 못드는 가락시장 하역부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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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평균 2000만~3000만원
도매시장 현대화로 지게차가 하역
일자리 점점 줄며 후임자 못구해
시세 낮춰 팔거나 못받을 처지
계약서 없어 법적 구제 힘든데
10년 전 제도 만든 노조는 뒷짐만
국내 농수산물 도매시장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가락시장’에서 ‘하역’을 하는 A씨는 요즘 돈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헛구역질도 달고 산다. 은행에서 어렵게 빌린 2,500만원을 최근 공중에 날릴 처지에 몰려서다. A씨는 “이제 하역을 그만하고 싶어서 나가려고 하는데, 처음 하역을 시작할 때 냈던 깔세 2,500만원을 못 돌려 받을 거 같아 너무 걱정된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가락시장 깔세’가 뭐길래 A씨는 돌려받지 못할 걱정에 끙끙 앓고 있는 걸까.
가락시장에서는 매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각종 채소 과일 등을 ‘내려’ 경매장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를 하역(荷役)이라 부른다. 그런데 가락시장에서 하역을 하기 위해서는 ‘깔세’를 내야 한다. 깔세는 일종의 권리금으로, 기존에 하역을 하던 사람(선임자)이 나가게 되면 후임자가 선임자가 냈던 깔세만큼 선임자에게 주고 일을 이어 받는다. 가락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깔세가 생긴 지 10년 가까이 됐다. ‘하역 노동조합’이 몰려드는 ‘하역 지망생’들에게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게 현재의 깔세가 됐다는 것이다. 깔세 시세도 노조에서 관리하는데 평균 2,000만~3,000만원 선이지만 6,000만원까지 치솟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이런 방식을 통해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하역부는 1,2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역 대부분을 지게차로 대신하는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하역부 자리가 줄면서 ‘후임자’도 함께 줄어, A씨처럼 깔세를 내고 들어왔다 자신의 깔세를 못 받을 처지에 놓이는 하역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깔세를 주고받을 때 계약서조차 쓰지 않아 법적으로 구제받기도 힘들다.
실제 최근 하역을 시작한 B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하역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B씨는 “깔세로 선임자에게 2,600만원을 냈는데 노조에서 최근 1600만원으로 시세를 낮춰, 후임자가 구해져도 ‘1,000만원’ 손해를 보고 나가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버티다 못해 깎인 시세로 힘들게 후임자를 구한 하역부만 최근에 20명 가까이 된다는 게 가락시장 관계자 설명이다.
이런 제도를 만든 노조는 정작 뒷짐지고 있다. 나아가 ‘인력감축기금’이란 명목으로 하역부들 수입에서 돈을 떼어가는 등 책임을 기존 하역부들에게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다. 한 가락시장 관계자는 “노조가 최초에 받은 깔세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원래 하역부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돈인데 이 돈에 손도 대지 않으려 한다”며 “노조 자금도 불투명하게 운용돼 이 돈이 지금 그대로 있는지, 어디로 흘러갔는지조차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인력 운용이나 자금 관련해서는 정확히 설명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가락시장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도 이런 상황에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깔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법인을 설립해 하역부들을 고용하는 안을 시도했지만, 대형 청과상들이 ‘비용 상승’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후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일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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