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책] 엄마와 딸의 '닌텐도 다이어리' – 디스이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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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에 관한 도서가 늘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지식, 재미를 담은 ‘게임 책’을 디스이즈게임이 한 권씩 선정해보려 합니다. 출판사가 직접 제공한 자료를 정리·편집해 전달하는 ‘게임과 책’입니다. 열 번째 책 <닌텐도 다이어리: 엄마와 딸, 게임으로 레벨 업!>을 소개합니다.

<닌텐도 다이어리>는 ‘고인물’ 엄마와 ‘뉴비’ 딸이 게임을 매개로 서로와 삶에의 이해에 조금씩 다가서는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다. ‘게임으로 레벨업!’이라는 부제처럼 모녀는 게임으로 성장하지만, 인위적 교훈의 도출보다는 날것으로 부딪혀 깨닫는 방식을 통한다. ‘편견 제로’의 상태로 게임에 다가서는 딸과 노련한 게이머지만 조금은 경직된 엄마가 펼치는 귀여운 좌충우돌이 공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IT 개발자 출신이자 웹툰 평론가로 활동 중인 저자의 개별 게임들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 비평으로 읽히기도 한다. 자녀와 게임을 함께 소비하고 싶은 부모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다양한 팁까지 함께 담겨 있다.

뭘 해도 금방 질리고 시들해지던 무렵, 내 옆에 꼬물거리는 손으로 게임을 갓 시작하는 초보 게이머가 등장했다. 만사가 지루해진 고인물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뉴비, 바로 내 딸 소해였다.
– 본문 프롤로그 ‘안전한 콘텐츠를 찾아 게임기를 쥐여주다’ 중에서​​

어린이용 유튜브를 틀어주었는데, 옆에서 같이 보다 보니 ‘이걸 정말 아이에게 보여줘도 되는 걸까?’ 싶은
콘텐츠가 많았다. 이를 일일이 검열하느니 차라리 어린이용 모바일 게임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
나 모바일 게임도 완벽한 청정구역은 아니었다. (…)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광고라는 큰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안전한 콘텐츠를 찾아 게임기를 쥐여주다’ 중에서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마리오 시리즈가 여태 유지했던 ‘공주 구출’의 서사를 ‘결혼’ 콘셉트로 구체화하지만, 도리어 결혼과는 정면으로 대결한다. 이 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자신의 욕망과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
– 챕터 1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중에서

그러나 <루이지 맨션 3>에서 만난 루이지는 힘도 약하고 겁도 많지만 분명한 ‘영웅’이다. 겁이 많든 적든, 힘이 세든 약하든, 다양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위기 순간을 해결할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실제로 큰 용기를 준 것 같았다. 겁 많은 아이가 무서워할까 봐 걱정하며 구매했던 게임이 도리어 아이가 갖고 있던 콤플렉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 셈이다.
– 챕터 3 ‘루이지 맨션 3’ 중에서

게임마다 플레이 시간이 다르다는 룰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축구와 야구는 둘 다 스포츠이지만 경기 시간이 다르다. (…)​ 만약 야구를 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야구를 축구처럼 90분 만에 끝내라고 한다면, 그건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가혹한 일일 것이다.
TIP ‘게임 시간, 얼마나 어떻게 허용할까?’ 중에서

지금은 아니더라도 아이는 언젠가 누군가를 영영 잃어버리는 일을 겪을 것이다. 아이가 죽음을 마주하고 슬픔에 빠지는 순간이 오면 이 게임 <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을 함께 플레이하고 또 엉엉 울었던 일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챕터 7 ‘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 중에서

매월 1일에 한 번 만 원을 받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특히 돈을 언제 받아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거든. (어린이 플레이어의 말)
– 챕터 11 ‘토카월드 & 로블록스’ 중에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마왕은 여전히 링크를 기다리고 있고, 젤다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젤다를 수백, 수천 번은 구해줄 테니 죄책감은 조금 떨쳐보자고 소해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이든 인생이든 목표를 정해야 할 이유도, 거기 도달해야 하는 의무도, 직진할 필요도 없다. 퀘스트는 어디까지는 ‘권장’하는 방향을 알려줄 뿐, 우리는 그저 이 가능성의 세계를 마음껏 탐험하고 즐기면 된다.
– 챕터 12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중에서​


“엄마는 왜 이렇게 게임을 잘해?” 아이의 천진한 물음에 ‘이게 바로 헬조선의 회사원이란다’하고 으스대려다가 가까스로 참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어른이니까 그렇지. 너도 크면 잘하게 될 거야.” 물론, 이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든 걸 그냥 잘하게 될 수는 없다. 어린 내가 쿠파를 못 이겨 속상해했을 때 엄마가 대신 싸워주곤 했던 건 어른이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서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챕터 13 ‘엉덩이 탐정 뿡뿡! 내가 바로 미래의 명탐정!’ 중에서

 

저자: 조경숙

게임에 빠져 유년기를, 만화에 묻혀 청소년기를 보낸 서브컬처 마니아. 테크-페미 활동가, 만화평론가로 활동하며 글을 쓴다. <닌텐도 다이어리>의 글을 쓰고, 이소해의 그림 마감을 독촉하는 역할도 맡았다.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교란하는 인스타툰: 수신지 작가론(스포로이드 진 3호)>, <아무튼, 후드티>를 썼고, <웹툰 내비게이션>, <웹툰 입문>을 함께 썼다.


그림: 이소해

우리집 닌텐도 게임 마스터.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입니다. 매일 엄마가 글을 써서 나도 써보고 싶었어요! <닌텐도 다이어리> 이소해 게임 리뷰 썼는데 엄청 힘들었음. 그림도 그렸음!

 
 

2023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조경숙 작가는 평소 만화평론가 겸 개발자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집에서는 한 아이의 엄마다. 이 시대에 아이들을 디지털 매체에서 멀어지게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식당에서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좀 편안히 밥 한술 뜨려면 찜찜하더라도 스마트폰을 쥐여 주어야 하는 딜레마를 많은 부모가 느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유튜브나 모바일 게임, 그리고 그 속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광고같이, 제어할 수 없는 매체에 아이들이 노출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디지털 홍수를 피해 도달한 세계는 다름 아닌 게임이었다. 그중에서도 자신도 좋아하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콘솔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게임기를 집어든 다음부터 엄마와 딸의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단순한 유희적 목적으로만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엄마와 딸은 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나간다.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에서는 피치공주가 보여주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의 역할을, <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에서는 생명과 죽음을, <동물의 숲>에서는 마을의 다른 존재와 함께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운다.


“엄마가 복숭아 숲 건들지 말랬지! 넌 도대체 이 게임이 뭐라고 생각해?”
“이 게임은 같이 하는 거잖아! 재밌는 동물 주민들이랑 함께 아무거나 해도 되는 평화로운 게임!”

<닌텐도 다이어리>에서는 게임을 하며 가족 사이에 새로이 만들어지는 관계도 볼 수 있다.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협력, 함께 더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한 대화, 무엇보다 빠지면 섭섭할 엄마와 아이의 의견 충돌과 갈등, 그리고 화해와 봉합의 과정이 나온다. 작가는 이 모든 에피소드를 과장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게임이 교과서나 교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작가의 딸 소해도 모든 것을 엄마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자신만의 세계와 시선이 있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임을 작가는 깨닫는다.


“아이가 떠나는 모험 길에 첫 번째 동료로 간택 받는 건, 꽤 근사한 일이다. 아이가 나를 언제까지 동료로 택해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앞으로도 또 재밌는 모험을 함께 떠나기 위해 아이의 신뢰와 기대를 깨지 않는 동료로 남고 싶다.” -본문 중에서


매 장 마지막 부분에는 이 책을 보고 게임을 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팁이 실려 있다. 닌텐도 스위치를 구입하는 방법이나, DLC나 데모 버전을 다운받는 방법 등 게임을 접하는 방법과, 광과민성 증후군, 게임의 교육적 기능, 멀티플레이에 대한 의견 등 게임의 일반적 주의사항을 제공한다. 또한 굿즈를 만들거나 게임을 소재로 여행하기 등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게임 밖의 활동에 대한 재미난 꿀팁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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